따르르릉~ 알람 시계 소리에 맞춰 6시에 일어났다. 오늘의 미션은 새벽기도 참가 하기다. 아직은 졸린 눈으로 예배당에 들어서니 열 분 남짓 벌써 자리에 앉아 있다. 우리도 성경책을 챙겨 자리에 앉았다. 오늘의 설교 주제는 '성경은 살아 있다' 였다. 성경이 단순한 책이 아닌 살아 있는 것이 기에 어느 날 우리에게 갑자기 우리 가슴 속에 팍팍 박히는 순간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성 아구스틴을 예로 들어 설명하셨다. 교회에 몇 번 나가보지 않아 아직 생소한 나에게는 모든 게 낯설었다. 하지만 팬더는 나 만나기 전 교회를 1년 정도 다녔기에 전문가처럼 보였다.
모두가 기도하는 시간. 다들 어떻게 기도하는 지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걸 기도하는 걸까? 아님 단지 소통을 위해 기도하는 걸까? 원하는 걸 직접적으로 기도해도 되나? 아님 돌려서 말을 해야 하나? 나를 위한 게 아닌 거창한 기도를 해야 하는 걸까? 수 많은 궁금 점들 끝에 그냥 솔직하게 기도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우선 2주 넘게 나를 괴롭히는 베드벅스를 없애 주십사 기도 드렸다. (지금 현재 몸에 150군데 이상의 물린 상처가 있다. 내 다리를 보고 왜 그러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베드벅스에 대한 존재를 설명하기도 민망하다.) 베드 벅스를 없애는 단 하나의 방법은 빨래를 삶는 것이다. 60도가 넘는 물에 15분 이상은 담가 놔야 벌레가 죽기 때문에 빨래를 삶는 것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에, 내 기도는 다시 큰 솥과 큰 불을 내려 주셔서 빨래를 삶게 해달라고 것으로 이어졌다. 이어서, 나 말고도 의철이도 베드벅스에게 고통 받고 있기에 의철이도 건강하게 해 달라는 기도로 이어지고, 아픈 팬더도 건강하게 해 달라는 기도로 자연스럽게 흘러 갔다. 음.. 남들에 비하며 굉장히 유아적인 기도지만 첫 시작치고는 나쁘지 않다.
기도가 끝나고 사람들은 어느새 또 체육관에 모여서 아침 운동을 하고 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정말 교회 열심히 다니면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새벽기도 - 아침 운동 / 저녁 - 저녁 운동을 생활화 하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다. 우리는 두유와 씨리얼로 아침식사를 하고 2층으로 올라 갔다. 사모님께서 어제 빨래 할 게 있음 하라고 허락을 해 주셨기에 세탁기는 사용할 수 있었지만 … 문제는 빨래 삶기였다. 소심한 토끼와 팬더는 여쭤 보지 못하고 주위만 살피니 용감한 의철이가 저벅 저벅 가서는 빨래 삶아도 되는 지 물어 본다. 와~ 의철이 완전 용감한 청년이다. @.@
우린 허락을 받고는 그 동안 모아뒀던 빨래를 짊어 지고 2층으로 올라 와서 차례 차례 삶기 시작했다. 우리 옷은 생각 보다 너무 많았다. 헥 헥~ 의철이는 옷 상하는 게 싫어 삶지 않고 빨래만 한다는데 난 옷이 상하든 말든 상관 없이 우선 삶아야 겠다. 그렇게 2~3시간을 연 짱 삶으니 대망의 끝이 보인다. 역시나 현지서 산 치마나 바지는 염색 물이 엄청 많이 빠져 꼭 빛 바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모양 보다는 베드벅스 없는 삶이 더 중요 하다. 삶은 옷 들을 세탁기에 세탁 한 후 빨래를 널어야 만 작업이 끝난다.
그 사이 두 청년은 어제에 이은 영수증 작업에 한창이다.
어느 새 찾아 온 점심 시간. 오늘은 된장 찌개를 끓이기로 했다. 지수언니와 아버님, 토끼와 팬더의 합동 된장 찌개. 양파, 감자, 파, 호박 등의 재료를 듬뿍 넣고 된장찌개 맛을 낸다. 그 후, 아버님의 필살기 다진 마늘 한 주먹 넣기와 토끼 필살기 두부 살짝 넣고 고춧가루 얹기로 마무리를 한다. 반응은? Great~ 다들 너무 좋아하신다. 그리고 사모님이 때 마침 얻어 오신 굴 김치를 반찬으로 곁들이니 열광적인 반응들 이다.
<함께 된장 찌개 만들기. 저 많은 감자들~~ 사람이 많으니깐 뭐든 한 자루씩 들어갑니다.>
<지수씨는 김치랑 친한가 봅니다.>
<악~~보글보글 된장찌개 완성
<굴김치까지`!!>
우리는 오늘 저녁 우리가 저녁을 해 대접 하겠다고 하니, 이미 예약이 되어 있다고 하신다. 마침 이사하신 분이 계신데 그 분 집에서 오늘 다 함께 기도를 하고 교회에서 다 같이 식사 하기로 되어 있다고 한다. 오~ 왠지 맛있는 반찬을 원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다. 오호호~
점심 먹고 설거지 후, 나는 다시 빨래에 포커스를 집중 하고 팬더는 한글학교를 위한 가계부 프로그램을 만든다. 역시, 회사에서 일했던 경력 때문인지 팬더는 엑셀을 너무 잘 다룬다. 팬더는 엑셀 천재. 나는 빨래 천재. +_+
오후가 되서야 내 대망의 빨래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원래 고열에 약한 옷들도 다 같이 삶아서 쭈글 쭈글 해 진 옷도 있고, 다른 옷에서 나온 물이 들어서 핑크색 옷에 얼룩 덜룩 얼룩이 생기기도 했다.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하기에 … 그냥 입기로 했다. ㅠ.ㅜ 베드 벅스야 이젠 제발 작별 하자.
<박명하 목사님>
<속사포 같은 랩을 하시는 정목사님. 온두라스 오지에서 선교를 하고 계십니다.>
<100분 토론에 등장할 것 같은 지수 아버님>
드디어 성대한 저녁 만찬 시간이 되었다. 메뉴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엄청 푸짐했다. 새콤 새콤 오징어무침, 입에 쩍쩍 감기는 잡채, 짭조름 갈비, 싱싱한 굴 김치, 고소한 멸치 볶음, 입에서 톡 터지는 도토리 묵, 시원한 된장국 까지… 아 감동이다. 흑흑… 계속 계속 계속 먹고 싶은데 배가 불러 온다. 첨에 욕심 부려 너무 많이 가져와서 팬더에게 조금 양보 했다. 남은 음식들은 교회에 두고 가니 내일 또 먹으라고 하신다. 아~ 너무 좋은 이 곳. 한국 음식에 목 말라 있던 우리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 파라다이스.
식사를 마치고는 언제나 배드민턴~! 날아라 한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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