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묶었던 '엔뜨라다'라는 도시는 낮과 밤의 모습이 확연히 다른 도시 중 하나였다. 밤에는 큰 공터들로 인해 조금은 썰렁해 보였던 첫 이미지와는 달리 아침이 되니 시장 상인들로 북적북적 거린다. 으릉이가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좁은 길을 통과해 산 빼드로 술라로 출발이다.
밝을 때 운전하니 어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쉽게 갈 수 있다. 붕붕~ 과테말라에서 브레이크 수리를 싹~ 했더니 차가 좀 더 좋아진 기분이다. 가는 길에 잠시 마을에 들러 바나나를 사서 먹었는데, 정말 맛있다. 온두라스의 별명이 '바나나 리퍼블릭'이라는데 이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그럼 바나나 리퍼블릭 브랜드도 온두라스와 관련있으려나? 하는 잡생각. ㅎㅎ) 미국이 온두라스에 왔을 때 바나나를 미국으로 운송하기 위해 철도를 놓고, 모든 바나나를 운송해서 자국민을 위해 썼다고 한다. 그래서 그 때 붙은 별명이 '바나나 리퍼블릭'. 그 당시 미국인들이 엄청나게 온두라스를 착취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별명만은 예쁘다.
두 시간을 넘게 달려 산 빼드로 술라 근처에 도착했다. 빈손으로 가기에 머쓱한 우리는 근처 피자가게에 들렀다. L사이즈 피자 2판과 콜라와 사이다를 사서는 한인교회로 발길을 옮겼다. 운전팬더의 뛰어난 길 찾기 능력으로 헤매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교회 안에는 총을 든 아저씨 한 명이 지키고 있었다. 헉.. 무서버라. 혹시 지수씨 밖에 못 나가게 지키는 아저씨인가? 암튼 아저씨가 문을 열어줘서 교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교회 안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아마 월요일이라 그렇겠지.. 청소하는 아주머니께 사무실을 물어봐 사무실로 가봤지만 아무도 없다. 음.. 어쩌지.. 분명 사람이 있을 텐데 교회가 넓어 찾지 못하겠다. 다시 밖으로 나와 무서운 아저씨에게 목사님이 어디 계신지 물어보니 2층으로 가면 된다고 안내해 준다. 문을 똑~똑~ 두드리니 꼬마 아이 둘이 얼굴을 쏙~ 내밀고는 호기심 많게 우리를 쳐다본다. 나는 '안녕~'이라고 밝게 인사를 했지만, 꼬마 아이들은 묵묵부답… 앗.. 혹시 '올라~'라고 해야만 알아듣나? 망설이던 3초간의 침묵을 깨고 아이들은 "아빠 누구 오셨어!"라고 아빠를 불러댄다. 잠시 후 나온 여목사님. 한지수씨를 만나러 왔다고 하니 한지수씨를 불러 준다. (2층으로 올라가면 큰 식당과 부엌이 나오고, 더 안쪽으로 가면 문 하나가 있는데 그 문을 열면 다시 문 세 개가 나온다. 왼쪽 문은 여목사님 가족이 사용하는 방, 가운데 문은 욕실, 오른쪽 문은 지수씨와 아버님이 사용하는 방이다.)
사진에서 봤던 그 모습이었다. 우리는 지수씨 방으로 들어가서 피자와 함께 담소를 나눴다. 방은 깔끔하게 정돈 되어 있었고 침대 두 개와 작은 책상 두 개, 미니 냉장고 하나가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지수씨의 털털하고 가식 없는 모습들 때문에 꼭 친한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것 마냥 편안하고 신나는 시간 이었다. 아버님은 마침 우체국에 가셔서 계시지 않았는데, 매주 법원에 지수씨가 안전하게 잘 있다는 사실이 적힌 편지를 보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지수씨의 안내에 따라 교회 이곳 저곳을 둘러 볼 수 있었다. 예배당은 한국의 교회와 비교해도 꽤 큰 사이즈였다. 그리고 예배당 맞은 편에는 어린이 도서관, 중고등부 방 등을 비롯해 작은 방들이 여러 개 있었다. 교회 외부를 둘러 보려는 데 아버님이 돌아오셨다. 웃는 인상의 미남 아버님이셨다. TV보다 실물이 훨씬 정감 가는 인상이다. 아버님은 우리 모두를 딸 친구들처럼 친근하게 맞아 주셨다. ^^ 그리고 여목사님 사모님과 정목사님 사모님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모두들 캐나다부터 운전 해 이곳까지 왔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라신 것 같다. ^^;;
뒤 이어 우리는 정원과 체육관도 둘러 보는데, 교회는 무척 넓었다. 특히나 정원이 있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정원에 귀엽게 뛰노는 토끼도 맘에 들었다. 그리고 체육관이 꽤나 넓어서 베드민턴, 웨이트닝, 농구 등 웬만한 운동은 그 곳에서 소화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경호원도 이 교회를 지키고 있어 안전하기 까지 했다. (알고 보니 교회를 지키던 경비원은 사설 경비 업체 직원이라고 한다.) 산책할 수 있는 정원에, 운동 할 수 있는 체육관, 좋은 이웃, 안전한 주변 환경 등 살기에는 좋은 조건처럼 보였다. 단지 밖에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답답할 것 같다. 그래도 아파트나 집 안이 아닌 교회이기에 더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음은 분명했다.
<똑똑똑~!! 문을 두드립니다.>
<방 바로 옆에 테라스가 있네요>
<왕 주방~!!>
<또깽이 한마리~!>
<지수 아버님>
<교회 강당.>
<골프 연습장도 있어요>
<여행 사진도 보여주공~>
저녁은 지수씨가 약속했던 직접 만든 김치찌개를 먹기로 했다. 아~ 김치찌개는 매일 먹어도 될 정도로 너무 좋아한다. 그 사이, 영수증 정리로 도움이 필요한 여목사님 댁에 도움을 드리기로 했다. 어차피 식사하기 전까지는 시간이 남기도 했고, 일이라는 게 여러 명이 하면 금방 끝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수증 작업은 시간과 노동력 싸움이었다. 일 년간의 영수증을 하루에 정리하려니 산더미 같은 일이 쌓인 것이다. 영수증 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 앞에 저녁 상이 펼쳐졌다.
맛있는 계란말이와 더 맛있는 김치찌개. 너무너무 맛 있는 김치찌개에 우리는 또 한번 열심히(!!) 밥그릇을 비웠다. 우린 참 잘 먹는다. ^-^ 있을 때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배 불러도 열심히~ 먹는다. 지수언니한테 김치찌개 비법을 전수 받았어야 했는데… 깜박했다. ㅠ 암튼 한 사람당 밥 두 그릇씩 비우고 나서야 우린 숟가락을 멈추고, 후식인 커피와 수박을 또 열심히 먹었다. 흐흣
<지수씨 요리를 시작합니다.>
<오늘의 재물이 될~김치>
<묵은지를 찌개로~!!>
식후에는 다 같이 모여서 저녁운동을 했다. '팬더와 토끼' 대 '지수언니 + 아버님'으로 편을 먹고 베드민턴 시합을 했으나 근소한(@.@)차로 우리가 졌다. 흑! 매일 베드민턴으로 다져진 무시무시한 체력들을 우리가 어찌 이기리~ 그 후 팬더는 윤수와(여목사님네 큰 아들 : 7살) 검도 시범을 보였는데 사람들 모두 좋아했다. 역시 검객팬더는 멋지다. ^^* 이렇게 교회에서 지내면 왕튼튼 해질 것만 같다. 규칙적으로 밥 먹고 운동하고~ 밥 먹고 운동하고~
목사님의 배려로 며칠간 교회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해주셨다. 감사합니다~ ^^* 온두라스 한인 교회에서 이렇게 머무르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해봤는데.. 정말 새로운 경험이다. 빈 방 하나에(오랜만에 보는 장판 깔린 방을 보니 너무 좋아요~ >.<) 교회 의자 방석 6개를 이어 붙여서 훌륭한 매트리스를 만들고 짐을 풀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다니. 역시 우린 인복이 참 좋은 것 같단 말야~
"Lucky us" :)
<6단 합체 침대가 완성~!! 잠시 이 곳이 저희 방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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