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후유증으로 늦게 잠자리에서 일어난 우리는 10시가 넘어서야 활동 개시를 할 수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잉헤니오스. 기관차를 타고 가고 싶지만 늦잠 때문에 이미 꼬여 버린 일정이다. 그렇다면 또 다시 택시인가? 택시 기사들은 하나 같이 25CUC(왕복)을 요구한다. 심지어 4명이라니 30CUC까지 요구한다. 우리가 잠시 멍~ 때리는 순간. 한 청년이 다가와 말을 건다. 또 담배나 레스토랑 호객꾼이겠거니 하고 대충 거절해야지 싶었는데, 아바나까지 가는 택시에 대해 슬쩍 물어보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어제 수 많은 거짓말 하는 사람 중 진실을 말하던 청년이다. (많은 이들이 앙꼰 해변으로 가는 버스가 없다고 거짓말 했지만, 이 청년은 친절하게 타는 정류장 까지 알려줬었다.) 어차피 아직 비아술 버스표도 사지 않았겠다, 가격만 맞으면 그 것도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가격은 개인당 25CUC로, 가격은 비아술 버스와 동일하다. 대신 우리 집 앞에서 우리를 픽업하고, 원하는 곳에서 우리를 내려 준다는 점, 버스보다 조금 더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생각해 보니 그리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계약을 체결했고, 내일 아침 8시 아바나로 출발한다. 일이 술술~ 풀리는 느낌 ^^
이제 잉헤니오스로 가는 일만 남았다. 그 청년의 도움으로 20CUC에 잉헤니오스로 가는 택시를 흥정을 하고 출발.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증기 기관차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그런데 택시 기사 아저씨는 40분만에 관광을 끝내고 돌아오라는 선전포고 같은 말만 남기고 표정이 시큰둥~ 하다. 아마 택시비가 맘에 안 들었나보다. 우리는 최소 2시간은 필요하다 주장했지만, 우리의 의견은 묵살 되었고, 편도 가격으로 10CUC만 받아 간 뒤, 우리만 남겨두고 바람과 같이 사라져 버렸다. 헉… 돌아갈 땐 어쩌지? 걱정이 되었지만 뭐, 다 방법이 있겠지… 라는 희망론적 관점을 가지곤 잉헤니오스를 둘러 보기 시작했다.
<뜨리니다드에서 아침에 출발했던 증기 기차>
<입구 입니다. 사실 안에는 정말 별 것 없었습니다. 기념품 샵과 레스토랑이 전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예 감시탑.>
노예감시탑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환상적이었지만, 그만한 대가는 각오해야 하는 법. 모든 것이 나무로 되어 있는 약 5층 높이의 탑은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삐~이~거~억, 삐~이~거~억 소리가 공포로 다가왔다. 점점 다리는 떨려 오지만, 입장료를 이미 냈으니 올라가는 것 외에는 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올라 간 노예감시탑. 정말 마을 사람들이 뭐 하는지 위에서 다 보인다~ @.@ 얼레리 꼴레리~
<가까이서 보면 정말 크더군요. 입장료는 1CUC>
<100% 오랜된 나무 계단>
<정말 이 곳만은 밟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생각 없이 찍은 사진인데 오늘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이 되어 버렸습니다.>
<꼭대기에 올라서 멀리 봅니다. 처음에는 다리가 후들거려서 난간에 서는 것 조차 힘들더군요^^;>
<노예 감시탑의 기능은 100% 입니다.>
<증기 기관차가 u 턴하도록 만든 동그라미 철길 사이에 농장도 있구요>
<기념품을 팔고 계시는 아주머니들은 수다로 시간을 때웁니다.>
< 아주머니가 나오셔서 빨래를 걷고 계십니다.>
<한 참 있으니 증기 기관차가 뿌연 연기를 뽁뽁뽁! 뿜으면서 뜨리니다드로 돌아갑니다.>
마을과 기차역 주변을 돌아보니 택시 아저씨 말대로 한 시간이면 충분한 곳이었다. 하지만, 아저씨는 이미 먼 곳에… 다행히, 우연히 3번을 마주 친 스페인 친구의 도움으로 택시를 잡아서 돌아갈 수 있었다. 편도 가격은 15CUC로 이리하나 저리하나 25CUC를 지불 했다.
<노예탑을 내려와 철길을 따라서 농장으로 갑니다. 정말....더워 죽을 것 같습니다. 악. 흑백 사진이니깐 모르겠죠?? ㅠㅠ>
드디어 기다리고기다리던 저녁시간이다. 쿠바에서의 마지막 저녁이라도 함께하고 싶었지만, 세 청년들은 까사 주인 아주머니와의 노예(?)계약으로 인해 무조건 집에서 저녁을 먹어야 했다. 그리하여, 우리도 자연스럽게 합류해 5인용 저녁을 미리 주문해 둔 것. 오늘의 메뉴는 닭요리. 가격은 일인당 5CUC.
25CUC라는 거금을 벌게 된 아주머니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호탕하게 웃어 보인다.(왜그럴까..단순히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여기 쿠바에 와서는 돈과 인정과의 관계를 인정 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 과일과 야채, 숩, 밥, 닭고기, 음료수로 이루어진 꽤~ 잘 차려진 저녁이 나온다. 맛도 수준급으로 실망스럽지 않았다. 세 청년들의 증언에 따르면 오늘은 굉장히 잘 차려진 편이라고 한다. 친구들도 데려 온다고 하니, 아주머니가 특별히 신경을 쓴 것 같다고 한다. 크큭
<오늘의 저녁. 맛있을까........과연? 이 것 만으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짜잔!! 색깔의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입니다.>
나는 어설픈 스페인어로 아주머니와 대화를 시도해 보았고, 그 동안 궁금했던 쿠바에 관해 궁금했던 점들을 들을 수가 있었다. 아주머니 말에 따르면, 쿠바인들은 해외 여행이 금지되어 있고,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 나라에서 초청을 해 주어야만 한단다. 하지만, 국내여행은 자유롭고 외국인과는 달리 M/N로 방값 및 모든 걸 계산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민을 가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초대를 해야 하고, 비용도 지불해야 하는데, 미국이 제일 비싸고 자메이카 같은 국가는 좀 더 저렴하다고 한다. 그리고 개인 당 차 3대 이상 소유하는 것이 불법이고, 걸리면 압수 당한다고 한다.
그리고 얘기 끝에 나온 말은, 우리 까사 주인 아주머니와 절친한 친구라고 한다. 헉.. 그 집에서는 저녁 한 번도 안 먹으면서 여기서 먹은 걸 알면 엄청 서운해 할 것 같다. 우리는 아주머니에게 입단속을 신신당부하고 그렇게 저녁 식사를 마무리 했다.
다시 2층으로 올라 온 우리 다섯은, 커플인 우리 둘은 한 편이 되고 한 명은 광을 파는 고스톱을 하자고 큰 오빠는 근엄하게 제안을 한다. 음;; OK!! 쩜당 1M/N으로 시작된 판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이어지고 86M/N이라는 고소득을 올린 우리가 1등으로 판은 끝이 나고 말았다. 크크큭. 이걸로 내일 아바나에서 맛있는 거 많이 사먹어야지!! >.<
남은 라면 전달식을 위해 큰오빠와 의철군은 이번엔 우리 집으로 향했다. 12개의 라면을 가득 안고 좋아하는 큰 오빠와 마지막 포옹을 하고 바이~ 5년 뒤 한국에서 만나요! 그리고 우리 자동차 여행에 부분적으로 합류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작은 오빠와 의철군은 다시 깐꾼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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