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30 Fri 2010 ]
오늘은 기필코 구시가지 구경을 해야지. 아침 먹으면서 굳게 다짐을 한다. 첫 날 스쳐 지나간 아름 다운 성당에도 가보고, 금칠 해 놓았다는 금 성당도 가 봐야지. 불쑥!!
<아침 저녁 할 것 없이 언제나 차들이 밀려 있는 구시가지>
스머프 오빠는 오늘 바뇨스로 떠나고, 승재오빠와 셋이 점심 먹을 겸 밖으로 나간다. 승재오빠의 추천 맛집 채식식당으로 간다. 가격은 1인당 US1.8 이지만 푸짐한 양에 절대 돈이 아깝지 않은 곳이라 한다. 우리가 갔을 때 자리가 가득 차 있어서 조금 기다려서야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보통 남미의 식당들의 오늘의 메뉴에는 프리메로와(첫번째) 세군도(두번째)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데, 프리메로의 경우 소파(스프)나 엔살라다(샐러드) 등이고, 세군도는 본 요리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승재오빠와 나는 엔살라다(샐러드)를 주문하고, 팬더는 소파(숲)을 주문했다. 그런데 내가 예상 한 기본 엔살라다가 아니라, 4가지 과일과 요거트를 넣은 양이 푸짐한 과일샐러드 였다. 예전에 갈라파고스에선 이 것만 US3 주고 먹었는데, 오늘 전채로 이 걸 먹을 수 있다니. 끼토 만세. 만세.
그리고 두 번째 나온 두부스테이크(맞나?)도 맛있게 냠냠, 맹물 같은 과일주스도 꿀 타니 그럭저럭 괜찮아서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내니 끼토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우린 대성당을 향해 걸어 간다. 꼭 유럽의 유명한 건축양식을 대표하는 모습처럼 웅장하고 꼿꼿히 서 있는 성당이 대단하다. 원주민들의 종교를 개종시키기 위해 일부러 더 화려하게 웅장하게 지었다는 남미의 성당답다.
이미 다녀왔다는 승재오빠는 밖에 기다리고, 우리만 안으로 들어 간다. 입장료는 1인당 US2. 어디서 왔냐는 아저씨의 물음에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몇 일 뒤에 에콰도르와 한국팀이 붙기로 했다고 경기 사실을 알려 준다. 이제는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 잡은 월드컵의 열기가 이 곳까지도 느껴진다.
종탑투어를 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가는데, 중간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다 멈춰 버렸다. 공중에 떠 있는데, 문은 열리지 않고, 식은땀이 조금 나기 시작한다. 팬더도 긴장 했는지, 나를 안심 시키려 괜찮다고 계속 말을 반복하는데, 긴장한 팬더 모습을 보니 이상하게 난 긴장이 풀리기 시작한다.
직원이 엘리베이터를 몇 번 만지더니 다시 문을 닫히고 1층으로 내려간다. 우린 내렸다 다시 올라가야 했다. 힘들게 올라 온 곳에는 두 가지 통로가 있었다. 계단으로 가는 길과 기념품상점으로 가는 길. 우린 기념품 상점은 내려 오면서 보면 되니, 계단으로 먼저 올라가 보기로 했다.
계단을 하나 올라 가자 예쁘게 잘 꾸며진 커피숍이 나오고, 또 다시 올라가자 종탑으로 향하는 입구가 나온다. 나선형 계단을 몇 개나 올라가고, 사다리형 계단을 몇 개나 올라가야지만 나오는 꼭대기. 올라 가는 내내 다리는 후들 후들 떨리고, 오늘 괜히 긴 치마를 입어 걸음마다 치마가 밟혀 넘어질 뻔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높은 곳에 올라서서 끼토 전경을 내려다 보니 너무 아름답다. 저 멀리 동산에 서 있는 끼토의 수호상인 천사상이 보이고, 천사상에서부터 시작되는 길을 따라서 붉은 지붕의 릴레이가 매혹적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 곳에 올라서서 론니 플래닛에 소개 된 사진을 찍었구나 하고 감이 온다.
<바람이 솔솔~부는데 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어죠.. 윽..무서버>
<저 멀리 산 위에 서있는 천사상>
<최대한 줌을 당겨서 수끄레 호스텔을 찍어봅니다. 가운데 노란 건물.>
꼭대기 바닥에 철푸덕 엉덩이를 대고 앉아 있는 데, 익숙한 얼굴들이 사다리 밑에서 뿅 뿅 솟아 올라 온다. 같은 호스텔에 묶고 있는 가오리 - 벤 커플이다. 둘은 현재 중국에서 살고 있고, 가오리는 일본 여성, 벤은 미국 남성 커플. 한국에도 어학연수 온 경험이 있다 보니, 둘 다 한국말도 할 줄 알았다. 벤은 대구의 계명 대학교에 6개월간 한국 교환 학생으로, 가오리는 이화여대 어학당에 1개월간 왔었는데, 신기하게도 가오리의 한국말 실력이 월등히 뛰어 났다. 예를 들면, 말 할 때도 "아, 어떻게 말해야 하지?" 라고 스스로 말을 하기도 하고, 발음도 정확한 편이다. 나중에 남미 여행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갈 때, 한국도 들를지도 모른다 한다. 한국에 와서 같이 놀면 재밌겠다. ^^ 우린 그렇게 꼭대기에서 한국말 + 영어 + 스페인어 + 일본어 를 섞어 수다를 떨다 그들을 먼저 내려 보내고, 우리도 뒤 따라 갔다.
다시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와서 아까 미쳐 못 본 기념품 샵을 둘러 보는데, 새로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직원에게 어떻게 올라가야 하는지를 물어 본다. 직원이 대답하길, 기념품 샵을 통해 성당 천장 위를 걸어 볼 수 있고, 우리가 지나 온 계단으로 가면 종탑으로 갈 수 있다고 대답한다. 우린 천장을 걷는 코스를 몰라서 못 갈 뻔 했는데, 우연히 기념품 샵에 머물다 알게 됐다. 히유~ 놓칠 뻔 했다.
기념품 샵을 통과해서 더 앞으로 나가니, 왼쪽에는 전망대가 오른쪽에는 성당 천장을 통과하는 외길이 나 있다. 그 길을 조심스럽게 통과하자 보이는 건, 우리가 간 종탑의 반대편 탑. 이 곳도 물론 올라가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나선형 계단이 공중에 붕 떠 있는 아찔한 구조여서 한 참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결국 조심스럽게 올라가 보자, 하늘로 나 있는 계단은 마치 천국의 계단처럼 높고 엄숙하고 한 편으로는 짜릿했다. 예전 같으면 절대 못 올라 갔을 그런 다리를 내가 올라 가다니, 점점 담력이 붙는 것 같다.
<구시가지를 내려다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더군요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기념품 샵. 집 아래에 있는 색연필 뭉치를 토끼는 사고야 맙니다. ^^;>
<지붕 위로 난 길. 고소공포증. 팬더와 토끼..후들후들..>
<이 쪽으로 올라가는 건 아니구요...>
<나름의 안전망이 쳐진 철계단으로 올라갑니다.>
<독특한 검정 건물.. >
<멀리 현대식 건물이 많은 신시가지>
<사진 돌린다는 걸 깜빡했네요 ^^;>
<2개의 쌍둥이 종탑 사이로 천사상이 멀리 보여요>
<이제 내려가야할 시간!! 팬더- 전 내려가는게 더 무섭답니다. 바닥을 보고 가야하니.. ㅠ ㅠ>
<팔이 닿는 곳까지는 이름들로 가득하네요 ^^>
내려 오는 길, 기념품 상점에 들러 아까부터 사고 싶어 했던 나뭇가지 모양 그대로의 색연필 10개 세트(US 3)도 구입했다. 가이드북에 볼펜으로 선 긋는 걸 싫어 하는 팬더 때문에, 이제 부터는 색연필로 줄을 그어 주기 위해서다.
승재오빠는 열심히 아이팟을 만지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팟 하나면 어딜가도 심심하지 않으니 인간의 발명품이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엔 워크맨 하나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CD 플레이어를 지나 MP3플레이어를 지나, 아이팟 터치 - 아이폰 세상까지 왔으니 말이다.
오빠를 너무 기다리게 한 것 같아서 우리가 아이스크림을 쏘겠다고 하고 아이스크림 집을 찾는데, 안 보인다. 미술관을 다녀와서 먹어야 겠다. 그런데 미술관도 마침 휴관이란다. 내일 MAY 데이 노동절이라 오늘부터 휴관이라고 한다. 다시 경로를 바꿔 볼리바르 광장의 교회에 들렀다 론니 플래닛에 소개 된 생과일 주스 가게로 향하기로 했다.
교회에 들어 서자, 천장과 벽면, 제단이 온통 금으로 칠해져 있었다. 이것이 그 유명하다는 금의 성당인가 보다. 그런데 밝은 금빛이 아닌 어두운 금빛이라 상상보다 덜 화려했다. 오히려 멕시코 와하까의 산토 도밍고 내부가 훨씬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온 김에 우리 모두 건강하게 여행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하고는 나와서 생과일 주스 가게로 향했다.
서민적인 가게 내부에는 돈 받고 주문 하는 사람이 가운데 어정쩡하게 서 있고, 주스를 만드는 사람이 3명, 서빙을 해 주는 사람이 1명 있었고, 손님들은 테이블에 잠깐 앉아서 먹고 금방 나가는 형태였다. 우린 각자 취향대로, 난 구아나바나, 팬더는 마라꾸야, 오빠는 구아바야를 주문 했다. 신선하게 눈 앞에서 갈아주고는 가격은 60센트로 저렴한 곳. 저렴하고 기분 좋게 아이스크림 대신 주스를 사고는 나왔다.
다시 들어 온 호스텔. 이제는 내 집처럼 마냥 편하기까지 하다. 수업을 마치고 온 큰 오빠의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오잉? 알고보니, 지금까지 계속 아이팟을 살까 말까 를 고민하는데 도저히 모르겠다고 한다. 시간도 남는데, 우린 근처 전자상가에 가서 물건들을 같이 둘러 보기로 했다.
전자상가의 입구는 총 든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었고, 우린 그 안에 들어 가 물건들을 둘러 보았다. 그런데 이 곳에 전시된 대부분의 제품들이 중고로, 왠지 수상한 냄새가 나는 것들이었다. 아.마.도 장물들? 왠지 콜롬비아에서 없어진 우리 물건들도 이러한 경로로 흘러 들어가지 않았을까? 그 때 시간을 내서 이런 암시장에 가 봤으면 우리 물건들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결국, 큰 오빠는 오늘도 사지 않고 그냥 돌아왔다. 계속 갈등이 되나 보다.
오늘 저녁 메뉴는 파스타. 가장 간편하기에 스테디메뉴 1위의 파스타. 우리 옆에서 가오리-벤 커플은 인도 커리에 도전을 했다. 직접 시장에 가서 사온 맛살라 가루와 이를 모를 가루 두 세가지를 일정한 비율로 섞어서 만드는데, 레시피만 보고 처음 하는 요리라 아직은 서툰 모습이다. 우리가 더 늦게 요리를 시작해서 요리를 다 끝내고 거의 다 먹었을 때쯤 가오리네 커리가 완성 됐다. 예전에 인도에 있을 때 맛살라에 크게 질린 적이 있어, 난 인도 커리가 싫다. 그런데 팬더는 우리 파스타를 다 먹고 가오리가 가져 온 시식용 커리까지 싹 다 먹는다. 역시 먹깨비 팬더!! ㅋㅋ
개인 적으로 술값이 아깝기도 하고, 술을 별로 안 좋아해 난 빠지고, 승재오빠와 팬더는 둘이서 럼 한 병을 나눠 마신다. 결국 술 고픈 히피 친구들은 술병 근처로 모여 들어 같이 술을 마시고, 그 히피 중 한 명에게서 팬더 머리를 했다. 예전부터 머리 땋는 스타일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마침 오늘 기회가 되 해 주기로 했다. 가격은 US 2. 먼저 머리를 실과 함께 땋고 그 밑에 내가 직접 고른 색색 구슬을 달아 장식을 했는데, 너무 예쁘다. 먼저 시술 받은 승재오빠가 샘 날 정도로~ 뭘 해도 예쁜 아가 팬더. ㅋㅋㅋ
<승재 형 먼저..>
<머라하는 중에 심심하지 않게 생음악까지 나오는 수끄레 !!>
<팬더 차례입니다. 머리를 찍~~~잡아 당기는데 아파용.. ㅜㅡ>
<색깔은 제(팬더)가 골랐어요. 흰색, 빨강, 보라>
<가오리의 남친 벤도 기타에 도전합니다. 눈에 잔뜩 힘이 들어 갔군요..빠질라..>
<오늘의 아티스트>
<기타에 이은 피리 연주...곡예단 만들어도 되겠습니다>
<완성 되었습니다 짜잔~~!!>
흥이 오른 술 취한 히피 친구 한 명은 우리 사진기를 들고는 프로 사진 작가처럼 온 바닥을 기어다니고 모델들에게 포즈를 요구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나중에 결과물을 본 우리는 -_- 그냥 술에 취했었구나 했다. ㅋㅋㅋ 암튼 신기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끼토의 수끄레 호스텔.
사람들은 금요일 저녁을 헛으로 보낼 수 없다고, 밖으로 같이 나가자고 한다. 어딜? 모르겠다. 우리도 휩쓸려 우르르 15명 정도가 론다 거리로 향했다. 몇 블록 떨어지지 않는 곳에는 신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알코올이 든 따듯한 음료를 파는 노점상이 3m마다 즐비하고, 고급 레스토랑과 각 취향대로 골라 갈 수 있는 술집들이 그야말로 홍수였다. 밤 문화의 중심지 같았다. 신시가지 나이트도 가 본 큰오빠의 말에 따르면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고 한다. 신시가지는 클럽같이 신세대 음악을 즐기며 춤을 추는 곳이라면, 이 곳은 남미 전통음악 공연과 춤을 추는 클래식하며 노티 나는 곳이란다. 우린 이런 분위기가 더 좋았다. 너무 많은 인원 탓에 찟어져서 다니기로 했다. 우린 가오리, 벤, 승재오빠, 큰오빠, 팬더, 나, 가이드 아저씨(사실은 수끄레에서 일 하는 아저씨다)까지 동양인 5명, 미쿡인 1명, 에콰도르인 1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이다.
치차라는 음료수와 알코올을 섞어 먹는 술이 이 곳에선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그 말에 솔깃한 사람들은 그 술을 주문했는데, 큰 오빠는 치차와 술을 따로 달라고 했다. 치차 그대로도 맛 보고 싶어서 란다. 그런데 치차에 섞어주는 알코올 맛이 굉장히 지독한지, 다들 얼굴을 찌푸린다. 그리고는 술을 따로 주문한 큰 오빠에게 술을 얼른 들이키라고 사람들의 독촉이 이어진다. 독촉에 못 이겨 한 모금에 술을 비운 큰 오빠에게 가오리의 한 마디.
"와~ 남자다!!" 우린 저 말을 어디서 배웠는지 웃겨 죽겠다. 오랜만에 배꼽 잡고 웃는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됐다. 안데스 특유의 선율이 애수에 젖은 듯 아름답게 그 안의 우리 모두를 감싼다. 그리고는 시작 된 댄스 댄스 댄스 댄스!! 우리 모두 테이블에서 살짝 비켜 서서 신나게 춤을 춘다. 승재오빠 빼고 ㅋ 특히 팬더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스테이지를 주름 잡는다.
12시 반이 넘어가자 스르륵 잠이 오길 시작한다. 이쯤에서 금요일 밤의 열기는 접기로 하고, 다시 호스텔에 돌아 오자 1시가 넘었다. 우리와 헤어진 다른 한 팀은 벌써 호스텔에 돌아와서 동그랗게 모여서는 수다를 떨고 있다. 귀여운 우리 호스텔 사람들 ㅋㅋ
모두들 굿나잇!! 부에나스 노체스!! 안녕히 주무세요!! 오야스미!! 구테 나흐트!!
PS. 나중에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황금성당은 우리가 간 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허름한 성당이었는데, 그 안에 어마어마한 황금성당 내부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약간 아쉽기도 하지만, 입장료 US5 이란 소리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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