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방 안엔 의철이와 나 밖에 없고 문은 굳게 잠겨 있다. 이 호텔의 특징은 안이든 밖이든 간에 열쇠로 밖에 문이 닫기지 않는다. 우리에게 열쇠는 하나, 밤새 인터넷 때문에 밑에 내려간 팬더가 밖에서 문을 잠그고 나간 탓에 안에선 꼼짝 없이 갇혔다. 우리는 로비에 전화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으나 먹통이다. 꼼짝 없이 팬더가 다시 올 때까지 갇혔다. 나는 희미한 무선 랜을 하나 잡아 네이트온 접속에 성공했고 팬더와의 대화로 우리는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자율적으로 밖에 나가지 않는 것과 감금에는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ㅠㅜ
짐을 싸고 파나마운하로 향했다. 미라도르 플로레스 라는 전망대에서 파나마 운하의 경치를 감상 할 수 있는데 레스토랑 간다고 하면 입장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글을 봤기 때문에 우리도 시도 해 봤지만, 레스토랑이 12시에 문을 열기에 그 전까지는 들어 갈 수 없단다. 결국은 입장권을 돈 주고 사고, 점심은 전망대 말고 다른 곳에서 먹기로 했다. 다행히 학생증 할인을 받아 한 사람당 B3에 들어 갈 수 있었다. 어제 어느 블로그에서 읽은 파나마 운하의 원리에 대해 팬더에게 설명을 해 주는데, 내 설명이 부족해서 인지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 !.! 아마 직접 보게 되면 이해가 쉽게 가지 않을까? 반면 의철이는 울산의 중공업 견학을 한 적이 있어 중공업 배를 바다에 내 보내는 작업과 유사해 쉽게 이해를 한다. 똑똑한 의철이.
<미국에서 온 차인듯....자동차 여행의 클래식을 보여 준다.>
<파나마 운하의 미라플로래스 입니다.>
<짜잔~ 이 것이 바로 파나마 운하.>
<물이 점점 차오릅니다.>
<통과 대기 중인 유람선>
<옥사에서 보면 더 멀리 보인 답니다.>
<작은 배도 지나가네요>
<양쪽 물 수위가 맞아지면 수문이 열리면서 배들이 통과하게 됩니다.>
<안뇽~~~이제 부터 태평양이야~!!>
파나마운하는 지리학적으로 적재적소에 위치해 많은 이용을 할 수 밖에 없는 곳이다. 반면, 한반도 대운하는… 글쎄요 다. 만약 파나마운하가 없었다면 태평양의 배가 대서양으로 가거나 대서양의 배가 태평양으로 가기위해서는 아메리카 대륙의 끝을 돌아야 한다. (남극 혹은 북극쪽) 그런데 이러한 수고를 없애 준 것이 바로 파나마 운하이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곳에 잘 만들었다. 파나마운하를 지날 때 요금을 매기는 기준은 무게에 따라서라고 한다. 보통 큰 배 하나가 지나 갈 땐 2만불 쯤이고, 가장 적은 금액을 낸 사람은 수영으로 파나마 운하를 건넌 사람이라고 한다. (50센트 쯤이었나? @.@) 수영으로 파나마운하를 건널 생각을 하다니.. 독특한 도전이다. 이 분 뿐만이 아니라 팬더도 독특한 도전을 했는데, 파나마운하에서 한복 입기ㅋ 난 더워서 도저히 입을 생각도 안 나는데 말이다.
파나마운하 전망대를 나와서 걷는데 마침 ATM이 보인다. 미니멈은 B500이라고 적혀 있지만, 다른 영업소에선 B1,000이 적힌 걸 봤다고 하는 팬더의 증언에 따라 천을 눌러 본다. 뭐, 안되면 안 된다고 뜨겠지… 그런데 돈이 스르륵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오잉? 전표에는 천 발보아 출금이라고 나오는데 돈은 오백만 나온다. 갑자기 패닉 상태에 빠진 우리는 파나마운하 전망대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 하니 전화를 쓰게 해 준다. 전화 상담원은 10분이 넘도록 우리를 기다리게 하고, 전망대 직원은 오랜 통화는 곤란하니 그만 끊어 달라고 한다. ㅠㅜ 어쩌지? 은행을 직접 찾아가 볼까? 아님 인터넷 되는 곳에 가서 얼마가 출금 됐는지 확인 하는 게 먼저 일까? 근처 호텔이 많은 지역에서 무선 인터넷을 잡아서 출금 내역을 조회할 수 있었는데… 다행히 500만 출금 됐다. ㅠㅜ 히유~~~ 다행이다~~~ 우린 혹시나 은행에서 500만 나왔다는 증거대라고 할까 봐 고민 했는데…
<1시간 동안 당황하게 했던 HSBC ATM>
<분영 500이라고 나옵니다. 시도 했던 우리가 바보???-증거 사진 찍어서 갑니다.>
우린 어제 잠시 갔었던 Albrook 몰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작은 푸드코트가 있기에 의철이는 왕큰 테판야끼(B11), 팬더는 오늘의 정식(B3), 토끼는 서브웨이 샌드위치 하나(B1.99)를 구입했다. 왕 큰 접시를 주문한 의철이가 살짝 부럽다. @.@ 냠냠 쩝쩝~~~ 식사를 마치니 어느 덧 3시다. 서둘러 공항으로 가야 했다. 공항이 어딘지 모르기에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걸 계산해서 일찍 출발 하는 거다. 주차장에 있는 아저씨께 공항 가는 길을 물어보았는데, 설명하기가 복잡했는지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 우린 따라오라는 신호를 받으면서 졸졸~ 앞차를 한참 따라 가다가 갑자기 정지 신호에 차에서 내리 시더니 세부 설명을 해 주신다. 운전하는 스타일이나 유리창을 통해 보았을 땐 분명 아저씨라 생각했는데 아주머니가 나오니 조금은 의외다. 암튼 성격도 굉장히 화끈할 것 같은 여장부 타입이다.
<파나마 시티에서 가장 큰 몰일듯 단순 쇼핑몰 규모로는 캐나다 애드먼튼의 WEM보다 클 것 같음.>
<크죠~??>
<의철이 10불 짜리 철판 볶음.>
<정말 크게 도와 주신 슈퍼 아줌마>
생각보다 길이 좀 막혔지만 시간 내에 여유롭게 도착 할 수 있었다. 공항 체크인 전에 수화물 규정에 대해 물어보니 24kg짜리 가방 2개를 위탁할 수 있고, 한 개의 수화물을 들고 탈 수 있다 한다. 짐이 한 개 밖에 없는 의철이에게 우리 짐을 한국까지 부탁하기로 했다.(기념품과 입지 않는 옷들) 어차피 파나마에서 한국으로 짐을 한 번 보내려고 했었고 마침 의철이가 한국에 가니 우리 짐을 부탁한 것이다. 의철이는 흔쾌히 그러겠다 했고, 우리는 약간의 포켓머니를 찔러주었고, 이런 게 상부상조지 뭐 ^^;;;;
보딩패스를 받고 나서 들어가기 전에, 2층 커피숍에서 음료수 한잔 하고 가기로 했다. 어제 밤 샌 여파로 졸린 팬더는 아메리카노 프리오(아이스 아메리카노), 의철이는 오렌지쥬스 with 밀크(바티도 나란하), 토끼는 바티도 삐냐(파인애플맛 밀크쉐이크)를 주문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 생각이었고, 팬더는 뜨거운 아메리카노, 의철이는 오렌지쥬스, 토끼만 유일하게 주문한 음료가 제대로 나왔다. ^^;; 영어로 주문한 의철이는 서버가 오렌지쥬스 까지만 듣고 뒤의 밀크는 듣지도 않고 적어서 오렌지쥬스가 나왔고, 스페인어로 오늘 날씨가 너무 더워서 시원한 아메리카노 달라는 말에서 날씨가 덥다는 말을 뜨거운 아메리카노 달라고 한 줄로 듣고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가져다 준 것이다. ㅋㅋㅋ 암튼 말을 많이 하지 말고 나처럼 정확히 원하는 것만 스페인어로 이야기 해야 한다.
<의철이 짐보다 더 큰 우리 짐 ㅋㅋ>
<내가 추운게 아니라 시원한 커피를 달랬는데....순간 받고는 얼음.!!!>
이제 드디어 가는 의철군. 마지막 포옹을 하고 보내는 데 왠지 자꾸 걱정 된다. 저게 비행기는 잘 탈런지.. 2번이나 갈아타야 하고 그 중 한번은 공항에서 12시간 대기인데 괜찮을런지 모르겠다. 으쿠~ 우리랑 다니면서 이것 저것 고생도 많이 했는데, 한국 가서는 편안히 푹 쉬렴. 야옹아~ (아가 야옹이를 정성껏 보살 핀 다음부터 의철이는 야옹이가 됐다. 토끼랑 팬더랑 야옹이랑~ ) ㅋㅋ
그런데 우리가 의철이 걱정을 할 때가 아니라 우리 코가 석자였다. 으릉이를 배편으로 먼저 보내고 우리도 날라가야 하는 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배 스케쥴이 있기에 만약 몇 일이 늦어지면 또 다른 한 주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암튼 그 보다 더 큰 걱정은 오늘 하루 어디서 잘 지이다. 만약 어제 잤던 곳에서 자게 된다면 2인에 B35이다. 우리는 쑬리네 호스텔에 한 번 더 가보기로 했다. 만약 자리가 없다 해도 뒷뜰이 넓으니 캠핑을 해도 되는지 물어 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도미토리가 있단다. 쑬리네 호스텔 가격체계는 좀 신기한데, 에어컨 도미 1인 1층 침대 B10, 2인 1층 침대 B17, 1인 2층 침대 B9, 그리고 개인 방은 2인에 B25이다. 옛날 아파트를 개조해서 호스텔로 만들었기 때문에 모든 방과 화장실은 분리 되어 있다. 우리는 가장 저렴한 옵션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리고 차는 쑬리네 주차장에 될 수 있으니 주차 걱정 없이 안심이다. 히유~ 꼭대기에 위치한 우리 도미엔 칠레에서 온 아가씨와 스페인에서 온 청년 한 명이 미리 와 있었다.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쓰는 이들은 모국어로 여행을 할 수 있으니 여행하기가 참 쉽겠다. 그런데 오랜만에 오는 도미토리 분위기가 살짝 적응 안 된다. 잠시 나갔다 온 사이에 우리 침대에 올려 놓은 책을 다른 데다 올려 놓고 우리 침대를 사용하는 칠레언니나, 샤워 후 팬티만 입고 몸을 말리는데 우리 침대에 중앙에 떡 하니 발을 올려 놓고 몸을 닦는 스페인 오빠나… 맘에 쏙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인들도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 예절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할 사람들이 참 많다.
근처의 REY's 라는 슈퍼마켓에서 야채와 물, 오렌지 등을 사서 돌아왔다. 걸어서 5분쯤 걸리는 가까운 곳에 있다. 오늘 저녁은 간단한 샐러드다. 상추를 다듬고 오렌지도 썰어 넣고 그 위에 싸우전아일랜드 드레싱을 곁들어 먹으니 건강해 지는 것 같은 기분에 힘이 솟는다. 요 몇 일 계속 바빴는데 오늘 밤부터 내일 아침까지 기상시간 신경 쓰지 말고 푸욱~ 자야 겠다. >.<
PS 으릉이 운송 관련 해서 미리 3군데의 회사에 견적요청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아마 내일 아침에는 그와 관련된 답장이 와 있을 거다. 3군데 회사 모두와 컨택을 해 본 뒤, 더 좋은 조건의 회사와 계약을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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