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23 Tue 2010 [San gil] 콜롬비아 상류층 엿보기
- ' 빠따꼰' 이라고 불리는 바나나를 눌러서 튀긴 것에 샐러드와 매운 소스인 '삐깐떼'를 곁들어 먹는다.
- 너무나 익숙한 음식인 '미트볼'.
- 계란 샐러드와 다른 음식들과 곁들어 먹을 토마토와 올리브.
- 계란찜과 흡사한 계란 케익, 그리고 그 위에 올려 먹는 약간 매콤 달콤한 고추 조림.
- 견과류와 실란트로로 맛을 낸 밥.
-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통돼지구이 바비큐.
- 콜롬비아 커피.
약속시간인 오후 1시. 정확하게 안드레스 삼촌네 집에 도착했다.
<문 앞에서 뭔가 심상치 않음이 느껴진다.>
널찍한 앞뜰에 삼촌 차 옆에 나란히 주차를 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와 있는 다른 이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준다. 삼촌과 숙모, 그리고 안드레스와 쑬마는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어제 폭포에서 만났던 프랑스 커플은 오늘은 바리차라 마을에 놀러 간다고 오지 않아서 우리 여섯이 오늘 전부라 한다. 우리는 식탁에 앉아서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안드레스는 보고타에서 태어나고 20년이 넘게 보고타에서 살아왔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람많은 보고타가 싫어서 엄마의 고향인 산 힐로 돌아온 것이라 한다. 엄마의 고향이라 많은 외가 친척들이 많이 살기도 하고, 조용하고 살기 좋은 마을인 산 힐이 좋단다. 이따금씩 딸아이를 보러 보고타에 가기도 하지만 앞으로 계속 계속 산 힐에 오래 살꺼란다. 쑬마는 안드레스의 여자친구로 에스빠냐에서 온 아가씨다. 팔에 붕대를 감고 있는 게 눈에 띠었는데, 안드레스와 같이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져서 뼈가 부러졌는데 한 달째 붕대를 감고 있어 답답하단다. 아이쿠~
수다를 떠는 동안 어느 새 음식이 준비 되었다. 한 상 가득 들어차는 음식들에 뭐부터 먹어야 할 지 고민이 된다. 그런 우리를 알아 챘는지 음식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 해 준다.
<빠따꼰 : 바나나를 눌러서 튀긴 것.>
<계란 샐러드>
<견과류 볶음밥>
<계란 케잌과 매콤 달콤 고추 조림>
생각 없이 간 점심초대였는데 너무나 황송하게 대접을 받아 감동~ 감동~이다. 작은 선물인 북마크라도 가져갔으니 덜 민망했지, 빈 손으로 갔다 왔으면 엄청 민망할 뻔 했다. 식사가 끝난 후, 수업이 있는 안드레스와 쑬마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고 우리는 집 구경도 하고 천천히 가기로 했다. 있다 집에서 만나요~~ !!
집 구경의 시작은 애완견과 만나는 일 부터였다. 내 몸집만한 전혀 예쁜 구석이 없는 개를 그것도 집 안에서 키우고 있었다. 꽤 비싸보이긴 하지만 귀여운 맛이 전혀 없어 싫다. 그런 개를 한 쪽에 가둬 둔 후 본격적인 투어를 시작 했다.
서재에는 가족사진과 초상화가 가득이었는데, 삼촌과 숙모가 어렸을 적 초상화와 부모님들 초상화까지 걸려 있었다. 예전에 미국에서 가 본 허스트캐슬 축소판을 보는 것 마냥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골동품 사진기만 해도 몇 십대를 줄줄이 세워 전시를 해 놓았다. 우와~ 처음엔 그냥 잘 사는 집인지 알았는데 엄청 잘 사는 집인가 보다.
<아주 아주 약소해졌던 우리 북마크 >
그리고는 바로 두 번째 서재로 이동. 그 곳에는 삼촌이 그 동안 모은 우표와 세계화폐가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세계화폐 수집 수준이 장난이 아니다. 콜롬비아 1800년대 화폐부터 시작 해 요즘 화폐까지… 더 놀라운 것은 한국 돈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 이었다. 우린 구경도 못 해 본 오십 전짜리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던 지폐부터 100원짜리 동전까지.. 헉 다만 삼촌은 그게 어느 나라 돈인지를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에게 일본, 한국, 중국 화폐들을 다 보여주며 어느 게 한국 돈인지를 묻는다. 그래서 돈의 가치와 연도수를 알려 주니 만족스러워 하며 수집 책에 메모를 하신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몇 년도에 태어났는지를 묻길래 대답을 해 줬더니 콜롬비아 동전 한 가득을 가져와서는 우리가 태어난 해에 만들어진 동전들도 하나씩 선물해 준다. 거기다 우리엄마가 태어난 해에 만들어진 동전까지 챙겨 주는 세심한 삼촌~ 이런 삼촌을 가진 안드레스가 살짝 부럽다.
서재를 나와 지금은 에스빠냐에서 유학중인 아들과 딸 방도 공개를 해 주신다. 이 가족에게는 에스빠냐가 참 특별한 곳 일거다.삼촌이 에스빠냐 유학 중 만나 결혼한 에스빠냐 아가씨가 지금의 숙모이고, 또 자연스레 엄마의 나라인 에스빠냐에 두 아들 딸도 나란히 유학을 보낸 것이다. 고풍스럽게 꾸며진 방들, 그리고 엄청나게 커다란 샤워 부스를 가진(동시에 5~6명도 샤워가 가능할 것 같다는…) 화장실을 지나 2층이 구경이 끝나고 발코니로 향한다. 근처에 집이 몇 채 없어 시원한 화각이 매력적인 뒷산의 풍경이 마음에 쏙 든다. 이 곳에서 생활을 하면 참 행복할 것 같다. 멋진 풍경에 궁전같이 넓은 집, 일해주는 아가씨까지 와서 집안일은 싹 다 해주니 여기서 할 일은 인생을 즐기는 것 밖에는 없을 것 같은데 , 숙모 입에서 나온 말은 뜻 밖이었다. 여기서 이사 가고 싶다고 한다. 우리는 망치로 띠용~ 얻어 맞은 것처럼 아니~~ 왜??? 하며 질문을 쏟아 부었다.
" 집이 너무 커. 남편은 의사라 하루에도 몇 번씩 응급 전화를 받고 나가면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아. 이 마을에선 따로 전문분야가 없이, 남편이 모든 수술을 다 하거든. 머리부터 발까지… 그래서 남편은 너무 바쁘고, 아들과 딸은 지금 유학 가서 집엔 나 밖에 없어. 그래서 집이 너무 커."
"그래도… 일 해주는 아가씨도 있고, 개도 있는데… 그리고 여기 경치도 좋고… 우린 여기서 살고 싶은데 당신은 왜 여기서 떠나고 싶다는 지 이해가 안가요."
" 일 해주는 아가씨는 일주일에 두 번밖에 오지 않아. 그래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엄청 많아. 나랑 항상 같이 있어주는 건 여기 이 개 밖에 없지. 너무 심심해서 에스빠냐 식당도 시작하게 된 거야. 집 근처에 식당을 열고 일주일에 3일 금, 토, 일 밖에 열지 않는데 생각보다 장사가 너무 잘 돼서 놀랐어. 아무튼 조금 더 작은 집으로 이사 가서 살고 싶어. 저기 보이는 저 곳에 작게 새로 집을 하나 짓고 싶어. "
" 집 하나 더 지으려고요?? +.+"
"응, 어차피 이 산이 다 우리 산이니까 어디에 지어도 뭐 상관은 없지. 그런데 저 쪽에 지어야 경치가 잘 보이니까 좋지 않을까?"
<스펀지밥과 중국 한자. 묘한 취미를 가진 아들>
<샤워실이 이쯤은 되야죠?? ^^:>
이 큰집에, 식당도 있고, 뒷 산도 자기 산이고… 대체 얼마나 부자인거야~~ 그런데 안드레스는 이 부자 삼촌을 두고 왜 그렇게 어렵게 살고 있는 거지?? 심심하면 우리가 이 집에서 머무르면 안되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 발코니에서 나와 다시 1층으로 자리를 옮겨 1층 투어를 시작 했다.
1층은 좀 전에 식사 했던 식당과 부엌, 그리고 거실과 손님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거실에는 무척이나 오래 되 보이는 유적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물어보자 10년 전에 땅에서 발굴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땅 속에서 발굴한 사람이 임자였는데 요즘은 법이 바뀌어서 그렇게는 못 한다고 한다. 헉.. 대단하다 대단해. 항아리부터 쓰임새를 알 수 없는 기이한 유적들까지 … 대단한 집이구나.
숙모는 이 항아리에 엮인 이야기를 하나 해 준다. 예전에 항아리를 잃어 버렸다 다시 찾은 것이라고 하는데, 어느 날 다른 사람 집에 놀러 갔더니 없어진 항아리가 그 집에 전시되어 있었다 한다. 그래서 그 집에서 다시 찾아 온 것인데, 그 이후로는 집에 아무나 초대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우리는 믿는다는 얘기?? ㅋㅋ 아무튼 그 항아리를 지나 손님방에 가니 깔끔하게 갖춰진 방과 개인 욕실이 옛날 영화에 나오는 호텔에 온 것만 같다.
<개인 소유의 산입니다용!!>
<멍멍아 너까지도 비싸보이는 구나!! 집에 있는 막대기랑 검은 멍멍이랑 참 비교되네~!>
이렇게 집 투어는 끝이 나고, 마침 병원에 가는 삼촌이 빠르께 가지네랄까지 데려다 준다고 한다. 예쁜 식물들이 많아서 오늘 방문하기로 한 곳인데 길을 몰랐는데 마침 데려다 주신다니 땡큐베리감사!! \\
그런데 삼촌이 갑자기 생각난 듯 독수리를 보여준단다. 응?? 왠 독수리?? 집에서 키우는 독수리가 두 마리 있는데 구경시켜 줄지 묻는다. 우리는 당연히 "Si(네)"라고 대답했다. 갑자기 장갑을 끼고 지하에 내려 간 삼촌은 독수리를 팔에 얹고는 돌아 온다. 헉 ….. 진짜 독수리네. 예쁜 회색 털을 가진 독수리가 얌전하게 사람 손에 앉아 있다니. 진짜 이 집의 서프라이즈는 어디까지 인지. 아저씨 말에 따르면 원래 2마리인데 한 마리는 나오기 싫어 해서 한 마리만 데리고 나왔다 한다. 정말 대단한 집 안이다. 독수리를 구경하고 다시 차를 타기 위해 앞뜰로 나오니 이젠 닭들이 푸들 푸들 날 뛴다. 닭에 독수리에, 궁전같은 집에, 주 3일만 영업하는 식당에, 뒷산에, 집 안의 골동품과 수집품들까지. 콜롬비아의 상류층을 제대로 체험하는 날이다. 그 동안 카우치 서핑을 하면서 전문직에 종사하며 여유롭게 잘 사는 유학파 출신 콜롬비아노들을 많이 만나보기는 했지만 이런 상류층 집 방문은 처음이라 입이 딱~ 벌어 진다. 처음 안드레스를 방문했을 때, 시골 동네에 혼자 개 14마리와 사는 약간 괴짜 청년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참 신기하기만 하다.
우리를 초대해 준 안드레스와 안드레스의 삼촌과 숙모에게 대단한 경의를 표하는 바다. 덕분에 조금 더 깊이 콜롬비아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방인이나 다름 없는 우리를 믿고 집에 초대해 점심까지 접대 해 준 것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 역시 콜롬비아 사람들 정이 많아서 참 좋다.
집에서 나와 가지네랄 공원으로 향한다. 삼촌 덕분에 헤매지 않고 한 번에 도착한 곳. 입장료는 일인당 5,000페소 (약 3,000원)으로 생각보다 비싸다. 그래도 왔으니 들어가봐야지~
산책하기 좋게 예쁘게 꾸며 놓은 공원이었다. 게다가 사람도 많이 없어서 한적함을 느끼기에 딱 좋았다. 코 안에 가득 들어오는 풀 향기도 좋고, 다리 아프면 앉기 좋게 여기 저기 만들어 놓은 의자도 적당히 많았고, 중간에 흐르는 개울 물, 그리고 웅장하게 멋진 라 세이바 나무, 강이랑 맞닿은 곳에는 간간히 카약과 레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또 쉬었다 가기도 했다.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심에 도시인들이 쉬었다 다시 재충전을 하고 돌아갈 수 있는 곳. 그리고 너무 붐비지 않는 곳. 이 공원을 서울 한 복판에 그대로 옮겨다 놓으면, 램프의 요정 지니가 그대로 옮겨다 주면 좋겠다. 마음이 편안해 지는 이 곳 정말 왕 추천이다.
<치렁치렁 라 세비아 나무랍니다.>
<왠지 이 나무 아래에선 에너지가 다 찰것 같은 느낌?? 엘프마을의 생명의 나무??>
<왕 깻잎 토끼!!>
옥에도 티가 있다고, 평화로운 이 곳에서도 한 가지 티가 있었다. 그건 바로 샌드플라이. ㅠㅜ 특히나 강 주변에서 활개를 치는 요 작고 악독한 놈들은 모기처럼 우리를 물어 대지만 모기와는 비교도 안 되게 더 간지럽다. 과테말라와 온두라스에서 지긋지긋하게 고생을 한 터라 벌레는 정말 눈물 나게 싫은 존재들이다. 벌레 잡아 먹는 도마뱀이라도 갖고 다니고 싶은 심정. 흑~
Ps. 내일은 하늘을 날러 갑니다. 무섭지만 도. 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