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yuni] 우리에게 최악의 도시로 뽑힌 우유니!!
Jul 11 Sun 2010
밤 새 꽤 추웠던지라, 새벽에 일어나 시동을 켜서 히터 바람을 쐬고서야 잠이 다시 들 수 있었다. 해가 뜨자 난 아직도 비몽사몽인데 팬더가 차를 운전해서는 어디론가 향한다. 배 고파서 아침 먹으러 가는 길이란다. ㅋ 노점상에서 파는 아침을 사 먹고는 또 다시 호텔을 찾으러 돌아 다닌다. 난 아직도 잠에서 덜 깼는데, 팬더는 추워서 못 자겠다고 깨서는 잘도 돌아 다닌다.
<으.....................너무 추웠던 이밤. 이제 해가 뜬다.>
<어제 축제의 흔적.>
<새벽과 아침에 동네에 개들이 많이 보여요>
<아침부터 팬더는 노점에서 파는 알 수 없는 고기와 감자를 먹는다.>
그러다 우연히 한국분들을 만났는데, 지금 소금호텔로 가는 길이라고, 같이 축구나(월드컵 결승전) 보자고 말씀 하신다. 우리는 나중에 전화를 드리기로 하고는 그 분들은 소금 호텔로, 우린 근처의 지금 당장 체크인 가능한 유일한 호텔인 '호텔 아베니다'로 들어 섰다. 화장실 있는 방으로 더블룸이 하루에 100 볼리비아노 라고 한다. 딱히 나쁜 가격도 아니고, 방도 마음에 들어 2일치 선금을 지불하고 체크 인을 했다.
차는 호텔 앞에 잠시 세워두고, 체크인 하자마자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치니 개운해 진다. 그리고는 가지고 있는 옷 중 가장 따듯한 옷인 스키복으로 갈아 입고는 침대 안으로 쏙 들어 간다. 팬더도 샤워를 마치고 커피포트와 전기 밥솥으로 따듯한 라면 하나를 끓여 먹으니 얼은 몸이 그제야 좀 녹는 것 같다. 차에서 잔다는 그 자체보다는 밤 새 추워서 고생을 했던지라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하고 따듯한 국물을 좀 마시니 낫다.
모자란 잠을 조금 더 잘까 망설이다, 해가 떠 있을 때 조금이라도 부지런히 움직이자는 판단에 밖으로 나가 보았다.
<마을 곳곳에 투어 차량이 보인다. 대부분 '토요타'의 랜드 크루즈 이다.>
너무나 더러워진 으릉이 세차를 하기 위해 돌아 다녔는데 일요일이라 많은 곳들이 문을 닫았고, 유일하게 문 연 한 곳은 차가 지금 많이 밀렸으니 오후 3시에 다시 오라고 한다. 그렇담 순서는 조금 바꼈지만 주유를 먼저 하기로 하고, 주유소에 갔는데 손님이 와도 본 체도 안 한다. 뭐야~ 차에서 내려 주인 아저씨께 물어 보니 기름이 없다고 한다. 주유소에 기름이 없어??!! 왜?? 우유니 생일 잔치를 너무 크게 하느라 기름을 많이 썼는지 어쨌는지, 마을 전체 3곳의 주유소를 모두 둘러 봐도 모두 기름이 없다. 화요일 아침에 기름이 도착한다고 하는데, 화요일이 되기 전 까지는 꼼짝 없이 이 마을에 갇혀 버린 셈이다.
지금 당장 세차도 할 수 없고, 주유도 할 수 없으니 뭘 먼저 해야 할까? 우유니에서 먹을 식량 및 필요 물품들을 구입하러 가야 겠다. 길거리는 오늘 생일을 맞은 우유니를 축하하기 위한 인파가 한 가득 이었고, 항상 사람이 많으면 생기는 의심병 때문에 지갑을 가슴에 꼭 껴 안고 시장 쪽으로 걸어 갔다. 일요일이라 시장도 거의열지를 않아서, 소시지와 빵 하나만 사서는 털레 털레 돌아와야 했다.
길거리에서 핫도그 하나를 먹고는 팬더 배가 차지 않아 속상해 하길래, 난 질리게 핫도그를 먹게 해 주겠다고 호엄 장담을 하고는 소시지 24개짜리 한 팩과 빵 한 봉지를 산 것이다. 집에 와서는 밥통에 뜨거운 물을 끓여서는 소시지를 담가 놓고, 빵에다 소시지를 얹고 머스타드, 케찹, 마요네스, BBQ소스 등 취향 껏 소스를 뿌려서 먹으니 사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마어마한 인파....소매치기를 조심하자>
<물에 통통 불려 놓은 햄을 넣은 핫도그...먹어도 하나도 배안불러~!!! 더줘`!>
<수수하다고 해야할까....조잡하다고 해야할까.. 팬더와 토끼가 함께 앉아 있기에 합격~~!!!!!>
<바로 집에와서 소세지 10개를 먹어 버린다. ^^;>
간단하게 소시지로 점심을 먹고 나니 오후 2시 반. 우리는 세차를 하러 나섰다. 도착하니 청년은 밀린 일은 다 끝냈지만 TV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내일인 줄로 알았던 월드컵 결승전이 바로 오늘이었다. 같은 스페인어를 쓴다는 이유 때문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스빠냐를 응원하고 있었다.
TV를 보는데 일 시키기가 미안 했지만, 우리도 일정이 바쁘기에 어쩔 수 없이 으릉이 세차를 부탁했다. 으릉이를 사고 나서 처음으로 돈을 주고 부탁하는 세차다. 보통은 슥삭 슥삭 간단하게 닦아 주지만, 우유니까지 오는 엄청난 비포장 길에서 묻은 먼지들이 엄청나게 많아, 그 먼지들을 털어 내기 위해 세차를 시작 했다. 물줄기를 타고 구정물이 주르륵 내려 오는데, 우유니 오는 길에 으릉이 고생을 많이 시킨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가격은 25 볼리비아노로 손세차 치고는 저렴한 가격이다. 한국은 요즘 세차 값이 얼마일까?
<원래의 으릉이>
<아주 잠깐 물만 닿았을 뿐인데...빛이 난다 @@>
세차를 하고 와서는 짐 정리를 시작 한다. 우리는 투어를 이용하지 않고 우유니 사막 안까지 으릉이를 가져가서 그 안에서 먹고 자는 캠핑을 할 예정이기 때문에 뒤에서 편하게 잘 수 있도록 뒷 의자를 제거하고 많은 짐들을 비웠다. 우리 으릉이 안에는 생각 보다 많은 짐들이 있었다. 모든 짐 들을 싹 다 차에서 꺼내니 호텔 앞 한 켠에 소북히 쌓이는 짐들. 콜롬비아에서 산 대형 액자, 에콰도르에서 방한용으로 받은 스키복 + 모자 + 장갑 + 부츠, 기념품으로 가득 찬 수트 케이스 하나, 실제로 사용하는 수트 케이스, 캠핑의자 2개, 텐트 4-5인용 하나, 버너, 에어 매트리스 등의 한 가득 캠핑 도구들, 자동차 용품들, 주방 도구 한 상자, 비상 식량 한 상자, 양념 등을 비롯한 재료 한 상자, 아이스 박스, 자주 쓰는 주방 용품 한 상자 등등등 거기다 부탁 받은 기타 하나, 북 하나, 옷 보따리 하나.
나머지 물건들은 호텔에 부탁을 해 두고 가고, 정말로 필요한 물건들만 가져가기 위해 짐을 간소화 하느라 다시 짐을 풀었다 쌌다 했더니, 어느 새 해가 저문다. 오늘 크게 한 일 없이 으릉이와 관련된 소일거리 몇 개 했을 뿐인데, 시간이 너무 잘 간다.
오늘 저녁으로는 카레 + 밥. 아무리 좋은 쌀을 써도 고도가 높아 떡밥 밖에는 안 되지만 소시지와 감자를 잔뜩 넣고 만든 카레는 맛이 꽤 좋았다. 아르헨티나로 넘어 가기 전, 가능하면 일단 뜯은 음식 재료는 다 사용하기 위해서 당분간 사 먹지 않고 이렇게 해 먹기로 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 가장 잘 사는 두 나라이기 때문에 국경 검문 검색이 굉장히 철저하다고 들었다.
밥을 먹고는 주차를 하러 엘 살바도르 호텔(시외 버스 내리는 곳 바로 앞.)로 향했다.
이 곳이 주차장 있는 호텔인 줄 알았으면 여기서 잤을 텐데, 왠지 억울하다. 따로 10 볼리비아노나 내야 한다. 6시쯤 그 호텔에 갔었는데, 9시 반에 다시 오라고 해서 9시 반에 시간 맞춰 도착을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말이 달라진 게, 손님 중 하나가 차를 가지고 와서 그 차를 넣는 바람에 우리 차를 주차장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이 마을에서 유일한 주차장인 이 곳에서 우리 차를 안 받는 다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아주머니의 안 된다는 말에 갑자기 난 하늘이 노래 졌다. 어제도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차에서 춥고 힘겹게 잠이 들었는데, 오늘은 돈까지 미리 내고 호텔도 잡았는데 주차가 안 되면… 우리가 사정 사정 하니, 아주머니는 주위에 개인 주차장이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 보는 데 그 마저도 사람들이 전화를 받지 않아 어렵게 됐다. 난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오늘은 또 차에서 자고 싶지 않다고 말 하니, 아주머니도 난감해 한다. 마을의 유일한 주차장, 단지 9개의 차가 들어가면 끝이 나는 그 곳. 이 곳 마을이 아무리 관광객들에게 유명하면 뭘 해. 제반 시설은 하나도 없는 마을인데.
마침 오늘 주차장을 쓰기로 예약한 사람이 기다리다 못해 먼저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우리가 그 자리를 쓰게 되었다. 한꺼번에 차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다른 차들이 올 때까지 30분쯤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데, 그런 것은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기다리면 되지.뭐. 차 안에서 주차장에 차를 넣기 위해 기다리는데 졸음이 슬슬 몰려 온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아직도 피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겨우 주차를 하고서는 집으로 걸어 오는데, 상태 좋지 않은 사람들이 눈에 꽤 많이 띈다. 약에 취했는지 멍한 시선을 하고는 괜한 시비를 거는 사람들. 우유니가 작은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 저런 사람들 때문인가 보다. 살다 살다 이런 마을은 처음 본다. (토끼는 얼마나 살았길래 ㅋㅋㅋㅋ) 황폐한 마을 외관, 황폐한 모습처럼 황폐한 사람들, 기름이 똑 떨어진 주유소, 마을에 단 9개의 자리를 가진 유일한 주차장. 최악의 도시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우유니 사막만 아니었어도… 아니 기름만 있었어도 당장 탈출하고 싶은 도시인데, 기름이 올 때까지는 나갈 수도 없으니. 아이고~
PS. 오늘 아침에 만난 한국 분들과 통화하기 위해 소금호텔로 전화를 했는데 외출 중이라 통화를 할 수 없었다. 다시 만났음 좋았을려만. 난 그 때 비몽사몽이라 인사도 제대로 못한 게 마음에 걸렸는데. 내일 다시 한 번 전화를 해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