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uncion] 으릉이와의 이별
[Dec 06 Mon]
아침에 일어나, 팬더가 만든 떡볶이를 맛나게 먹었다. 설탕을 안 넣어서 무진장 매운 떡볶이지만, 우리 팬더가 만드는 거라면 뭐든지 맛있다. 이히~
난 그 사이 짐정리를 했다. 짐이 너무 무거워서… 앞으로 짐을 들고 다니려면 줄이고 더 줄여야 겠다. 특히, 내 옷이 팬더 옷에 비해 많았는데, 과감히 버렸다. !.!
외출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호텔 사장님께서 혹시 가 보라고 한인 중에 중고차 관련 사업하시는 분들 광고를 스크랩 해 주셨다. 감사해라. ^^ 우리가 지난 번 갔던 중고차 시장 거리에 가 보고, 거기서도 해결이 안 되면 신문에 나온 그 곳에 가 봐야겠다.
처음 보이는 매장으로 무작정 들어가서 물어 보니, 이 곳에선 못 판다고 다른 곳을 소개 시켜 준다. 그래서 두 번째 간 곳에서는 우리가 천불에 판다고 했더니, 사장님을 만나 보라고 직원과 동행해 사장님이 계신 곳까지 갔다. 우린 희망을 갖고 사장님을 만났지만… 외국차는 팔기 힘들다고 우리가 직접 통관을 해서 통관서류를 가져 오면 그 때 사겠다고 퇴짜를 논다. 아이고… 여기서도 팔기는 글른 것 같다.
기운 빠진 우리들은 마지막으로 아무 기대 없이 세 번째 상점으로 향했다. 만약 여기서도 안 되면 한인이 하는 곳으로 가 보고, 거기서도 안 되면 박일성님께 넘겨야 겠다. 이번에 간 곳에서는 으릉이를 500불에 넘긴다고 했더니, 왜 그렇게 싸게 파냐고 물어 본다. 그래서 솔직하게 우린 자동차 여행을 하는 사람들인데, 우린 더 이상 차가 필요 없고, 다시 캐나다까지 운전해서 돌아갈 수도 없고, 여기서 팔고 싶은데 우리의 체류 일정이 얼마 되지 않아 우리가 통관을 시키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서 이렇게 싸게 파는 거라고 설명 했다. 그러자 자기 삼촌에게 전화해서 물어 본다고 어딘가 전화를 하고, 조금 나이가 지긋하신 삼촌분이 오셨다. 삼촌은 우리 차 통관하는 절차에 대해 어딘가 또 전화를 해 묻고는 흔쾌하게 사겠다고 결정을 하셨다. 아싸!! 순간 심봉사가 눈이 번쩍 떠지 듯 기뻤지만, 짐짓 티는 안 냈다. 혹시라도 나중에 일이 틀어질 수도 있으니… 벌써부터 기뻐하면 안 된다.
<으릉이를 사겠다고 한 상점.>
근처 공증 사무실로 가서 공증을 받기로 했다. 팬더와 나는 걸어서 근처 사무실로 갔다. 꽤 오래 기다려야 했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했는지 리까르도 아저씨는 우리를 불러 내 옆 집 까페테리아로 가서는 엠빠나다와 크로켓, 음료수도 사 준다. 오~ 점점 호감도 상승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 간 공증 사무실에서, 팬더 개인정보와 리까르도 아저씨 개인정보를 넣은 서류에 싸인을 하고, 한 장씩 나눠 갖고는 모든 절차 끝! 우선 400달러를 우리에게 지불하고, 차를 넘겨 받을 때 추가로 100달러를 더 받기로 했다. 공증비는 생각 보다 비싼 35만 과라니쯤. 우리 상파울로 까지 가는 버스비보다 비싸다. 원래는 두 명이 같이 나눠 낸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아저씨가 시원하게 다 내셨다. !.!
<공증 사무소를 '에스끄리바니아' 라고 한다.>
<쌍동이 열쇠가 곧 없어진다. 주머니가 허전하겠다.>
<슬픈 팬더...>
<공증사무소에서 작성한 서류. 서류에 적힌 내용을 하나하나 쌍방에서 직접 맞는지 질문하는 형식으로 확인한다.>
우리 셋은 으릉이와 함께 우리 호텔로 간다. 호텔에 예전에 으릉이를 산 영수증이 있기 때문에 그 영수증을 리까르도 아저씨에게 주기 위해서다. 아저씨가 우리에게 요구한 서류는 자동차 등록증, 파라과이 입국서류, 으릉이를 전 주인에게 산 영수증 이렇게 3개다. 마침, 차에 기름이 없어서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넣는데, 우리가 내려고 하는 걸 아저씨가 또 먼저 계산을 하신다. 오~ 호감도 더더 상승!
가는 길, 퇴근시간이라 차가 꽤 막혔고, 우린 이것 저것 리까르도 아저씨에게 물어 봤다. 아저씨는 자식이 4명인데, 첫 째 아들 여자친구가 이번에 아이를 낳아서 얼마 전 할아버지가 됐다고 한다. 오우~ !.! 젊어 보였는데~ 우리에게 언제 파라과이를 떠나는지 물어 봐서 내일 모레 9시 반 출발 버스를 타고 상파울로로 간다고 했더니, 뭐 타고 버스 정류장까지 가느냐고 물어 본다. 우린 택시를 타고 가겠다 했더니, 기꺼이 자기가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준다고 한다. 정말 착하신 분!! 가격 문제가 아니라 으릉이가 정말 좋은 사람에게 가게 된 것 같아서 너무너무 다행이고 기분이 좋다. 으릉아~ 앞으로 잘 살으렴!!
호텔에 도착 해, 아저씨게 영수증을 드리고, 으릉이 차 키 두 개도 넘기고, 보너스로 소화기랑 다른 차량 용품도 드렸다. 그리고 환전상에게 가서 100달러 짜리 하나를 환전해서는 준다. 이로서 거래 완료!! 마지막으로 기념 사진도 찍고, 으릉이와 작별을 한다. 으릉아 가서 잘 살아~ 그 동안 고마웠고, 마지막까지 고맙다!!
<친절한 리까르도- 가격을 떠나서 이런 분한테 우리 으릉이를 팔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으릉이가 아파도 잘 돌봐줄 것 같은 아저씨..>
<으릉이의 뒷모습. >
<간다.~~ ㅜㅜ>
<점점 멀어져가고.. 다시는 못보겠지??>
우린 호텔로 가서 으릉이를 팔았다고 하니 내 일같이 기뻐해 주신다. 정말 고마우신 사장님. 그런데 너무 싸게 넘긴 것 아니냐고까지 아쉬워 해 주신다. 마침 고기를 사 온 다른 한인 손님이 오셔서, 덕분에 고기도 얻어 먹었다. 아~ 가격이 조금 아쉬워도, 계획했던 일을 우리 힘으로 해 내었으니, 난 만족 한다. 헤헤헤~ 파라과이야. 고맙다!! ^-^
북위 60도 캐나다 Yellowstone 에서 부터 남위 55도 지구촌 남쪽 끝 1년 6개월 57,000km
우리를 끌어안고 무사히 달려준 우리 으릉이. 우리들의 집이었고 발이었다. 그리고 많은 다른 여행자들과 가슴 따뜻한 현지인들을 만나게 해준 으릉이는 가장 가까운 우리 친구였다.
PS. 1년이 지난 지금. 으릉이를 함께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는 토끼가 옆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난 확신한다. 여행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이와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큰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