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nta Arenas] 점점 익숙해지는 으릉이 생활!!
[Nov 02 Tue 2010 ]
일어나자 마자 눈에 보이는 마젤란 해협이 눈 부시게 아름답다. 헤헤헤~ 돈 주고도 못 사는 이런 예쁜 풍경을 보며 자고, 일어나는 우리가 괜시리 뿌듯하다. ^-^
아침으로는 깔라파테에서부터 가져 온 빵. 식빵 한 봉지 만한 크기의 빵이 잘려지지 않은 않은 채 안에는 빨간색 녹색 파란색의 젤리 같은 것도 박혀 있는 그런 빵이다. 맛있게 보였던 빵이었지만… 한 입 물고는 에잇 맛대가리 없다. 조금 먹다가, 내일 아침을 위해 남겨 두었다. 과연 내일 아침이라고 먹을까?? -_-
우리가 가장 먼저 갈 곳은 '소나 플랑까'. 면세 지역 쇼핑몰이다. 특별한 사람만 가는 곳이 아니라 아무나 가서 살 수 있다고 하니, 우리도 그 곳으로~~ 우리가 필요한 물품은 DVD와 카메라 필터. 전자제품은 아르헨티나보다 1/3이나 싸다고는 우리나라 보단 아직도 한 참 비싼 것 같다.
우리는 은행으로 가서 15만페소를 찾았다. 한국시각 12시쯤 시도 했을 땐, 오류가 나서 작동이 안 됐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해 보니 된다. 해외에서 돈 찾을 땐 가급적 한국시각 12시에서 12시 30분 사이를 피하는 것이 좋다. 칠레 돈은 참 예쁘다. 홀로그램도 들어가 있고, 플라스틱에, 절대 위조 못하도록 고안 된 지폐이다. 반면, 아르헨티나 페소는 참 허술하다. 처음엔 아르헨티나가 남미 최고의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는데, 칠레에 오자 마자 칠레가 더 발전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폐만 봐도 그렇고, 공공버스만 해도 칠레껀 전광판이 들어오는 신식 버스인데 반해, 아르헨티나껀 그저그런 버스. 흐음~ 그래서 칠레인들이 자신들이 남미에 속해 있는 것이 부끄럽다는 발언이 나온 것이구먼.
가까운 전자제품점으로 가서 소니제품인 DVD 25장을 4,500페소에 구입한다. 한국돈으로는 약 10,500원(환율은 2.35를 곱하면 된다)정도. 한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비싸지만 다른 남미 국가에 비해 월등히 저렴하다. 역시 면세지역!
배가 살짝 고파와서 뭘 먹을까 하고, 푸드코트를 둘러 보니 죄 다 패스트푸드점이다. 그런데 가격이 만원쯤. 휴~ 요즘 우리 나라도 그런가? 만원으로 별로 먹을 게 없다. 아니면 이 곳 레스토랑은 면세가 아니라 이렇게 비싼가… 조금 더 참았다 시내가서 먹어야지!! 팬더가 먹고 싶어하던 아바나클럽 7년산 럼 하나(6,000페소 - 14,100원)를 사 주고는 면세 지역을 나와 시내로 향한다.
<여기도 펌프???>
<완전 귀여운 아가팬더. 대나무와 함께..>
<군인 2명이 식사하고 있으니 마치 우리 나라 같지 않나요 ㅋㄷㅋㄷ >
<쏘나 블라카 내>
이왕 오랜만의 외식이니… 비싸도 맛있는 걸 사 먹자 싶어서 론니를 뒤적 거려 추천음식점을 확인한다. 그러다 내 눈에 걸린 런치스페셜을 하는 레스토랑 발견. La Tasca - 공원 앞 건물 2층에 있는 음식점이라 전망도 좋고, 테이블셋팅도 너무 고급스럽게 되어 있었다. 메뉴판의 다른 메뉴들은 가격이 좀 높았지만, 런치 스페셜은 1인당 3,900페소. 아까 패스트푸드 점 가격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가격인데 불구하고, 코스별로 차례 차례 음식이 나온다. 전채는 샐러드와 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서 샐러드 하나와 숩 하나를 주문하고, 본 요리도 파스타와 생선요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서 파스타 하나와 생선요리 하나를 주문하고, 음료수도 가격에 포함 되어 있어서 탄산음료, 와인, 주스, 맥주 중 하나를 고를 수도 있었다.
잠시 기다리자 따근따근한 빵 세개와 버터, 그리고 주문한 음료수가 먼저 나오고, 빵을 다 먹자 접시를 치워주고 이번엔 샐러드와 숩이 나왔다. 호박숩 맛이… 정성들여 만든 티가 났고, 예쁘게 모양 낸 샐러드도 보기 좋았다. 그리고 뒤 이어 메인요리. 파스타는 별로 였지만, 빙어요리가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먹기에도 참 맛있었다. 꼭 우리 나라의 동태전 비슷한 맛이 나면서… 난 결국 배가너무 너무 불러서 파스타도 다 먹지 못했는데… 후식으로 초코무스가 나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접 받는 느낌이 너무 좋은 이 곳. 그릇 씻는 것도 힘들 텐데 매 번 수고스럽게 그릇도 갈아 주고, 음식도 맛있고, 또 푸짐하고. 여기 완전 강추!!
팁을 포함 해 8,800페소를 내고 음식점을 나가는데… 배 부른 상태에서 앉아 있다 일어나니 더더더 배가 부르다. 오랜 만에 식당에서 이렇게 배 부르게 잘 먹었다. !.!
<뿐따 아레나스 센트로 지역>
<La Tasca. 론니에 소개된 식당입니다.>
소화도 시킬 겸 잠시 마을을 걷고, 펭귄 모양의 핀도 하나 샀다. 과테말라부터 볼리비아 까지 참 구하기 힘들었던 핀인데…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선 마음껏 살 수 있다. 덕분에 우리 지갑은 가벼워지지만 ^^
다시 차로 돌아가니, 딱 2시간 동안 주차를 했다. 몇 분만 더 늦었어도 30분 단위로 계산 되는 시스템이라 30분 어치 돈을 더 냈어야 하는데, 시간 맞춰 잘 돌아 갔다. 이 곳은 주차를 하면 주차요원이 와서 입력을 하고, 나갈 때 돈을 내면 되는 시스템이다. 뭐… 일자리 창출은 많이 되겠다 생각이 들지만 이상하게도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피부 색이 까맣다. 페루아나 혹은 볼리비아나 처럼… 이 곳 칠레로 돈 벌로 페루아노 나 볼리비아노들이 많이 온다 하던데, 아마 그 들도 그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
우린 언덕 위의 전망대로 향했다. 마을이 한 눈에 다 보이는 정말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곳 이었다. 특히 하늘과 바다가 그리고 그 앞에 색색의 예쁜 지붕들이 얹혀 있는 그 풍경이 너무나 낭만적이다. 소설 속, 예쁜 사랑이 시작 될 그런 도시 같다.
그런데 그 전망대에는 한 까페가 있었는데 왜 이렇게 눈에 익었나 싶었더니 예전에 본 다큐멘터리에 나온 곳이었다. 그 까페 한 켠에는 세계 각국의 도시마다 이 곳에서부터의 거리를 써서 이정표로 달아 놓았는데, 그 곳에 다큐멘터리 팀이 갔을 때 한국이라는 나라가 없었다. 그래서 그 때 주인이 즉석에서 특별히 서울의 이정표를 달아 주었었는데,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그 이정표가 예쁘게 아직도 달려 있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헤헤~ 우유니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봤을 때처럼, 에콰도르 수끄레 호스텔의 태극기를 봤을 때처럼 흐뭇 흐뭇. ^^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요??>
<전망대에서. 각 나라의 주요 도시까지의 거리가 있답니다.>
우린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언덕을 떠나 무덤으로 갔다. 론니에서 말하길, 남미에서 가장 예쁜 무덤이라 하길래, 얼마나 예쁜지 구경 갔다. 때마침 빗방울이 뚜투툭 떨어져 내리고… 우린 비를 살짝 맞으며 무덤으로 뛰어 갔는데… 너무 기대가 컸는지 예쁘긴 했지만 남미에서 가장 예쁜 무덤이라는 것에는 절대로 동의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에콰도르의 툴깐 무덤이 훨씬 잘 관리된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넘치고, 초록색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곳이었다. 그리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무덤이 훨씬 화려하고 사치의 끝을 보여주는 예술 작품들이 모여 있던 곳이었다. 아마, 작가들이 다른 남미 나라들은 안 가본 듯 하다. 아마 칠레에서 가장 예쁜 무덤이라 한다면, 이 곳이 칠레의 첫 무덤이니 동의 할 수도 있었겠다.
갑자기 내리는 비를 헤치고, 우린 '아우스트랄 부룸' 이라는 선박회사로 향했다. 내일 이 곳에서 출발하는 배에 으릉이를 싣고 포르베니르로 향할 예정이기에, 미리 예약을 하는 편이 현명하다. 내일은 오후 3시 출발이니, 오후 2시까지 선착장으로 와서 돈을 납부하면 된다고 한다. 이로써 예약 완료! 내일 드디어 띠에라 델 푸에고(불의 땅)으로 들어 간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오늘 아침에 갔었던 쏘나 플란카(면세지구)로 가 본다. 중고차를 그 곳에 가면 사고 팔 수 있을 거라는 말에 정보를 얻을 겸 가 본다. 남미사랑 쥔장인 덩헌아저씨가 차를 팔고 싶어 하는데, 파라과이로 갈 지, 칠레로 갈 지 고민이라 우리에게 칠레 정보 좀 알려 달라고 부탁 했던 것이다.
물어 물어 중고차 매매점으로 가 보니, 우선 이 곳에서 중고차를 팔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직 푼타 아레나스에서만 가능 한데, 그 이유는 이 곳이 면세지역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니 칠레 다른 지역으로 가면 차를 팔 수 없다는 것이다. 아저씨는 우리에게 우리 차 신상을 이것 저것 묻더니, 우리 으릉이를 사지 않겠단다. 팔 생각도 없었지만, 안 사겠단 말에 발끈해서 왜 안 살꺼냐고 물어 보니, 그 곳은 2003년 이후의 차만 사는데, 으릉이는 2000년 생이라 그렇다 한다. 쳇~ 아저씨는 옆집으로 가서 한 번 더 물어 보라고 했고, 우린 옆 집으로 가서 또 한 번 물어 본다.
두 번째 아저씨 역시, 으릉이 신상을 꼬치 꼬치 묻더니, 또 안 산단다. 뭐얏!! 이 곳에서 아무리 많이 받아도 2,500불 적게 받으면 1,000불 밖에는 못 받을 거라 한다. 그리고 으릉이 앞 유리가 살짝 금이 간 점, 그리고 밑 부분이 녹 슨 것을 지적하며… 아마 많이 받긴 힘들 거라 한다. 아저씨는 우리 차가 테라칸이나 산타 페 같은 4X4 에 디젤 차 였으면 잘 팔릴텐데… 라며 말 끝을 흐린다. 나중에 쓸 만큼 다 쓰고 난 뒤에 가져 오면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고, 우선 쓸 만큼 다 쓰라고 충고까지 해 주신다. 음… 덩헌 아저씨 차도 살짝 물어 보니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500불 정도 받을 거라고 한다.생각 보다 차 값이 무척 저렴한 칠레. 우리 나라랑 FTA를 체결해서인지 다른 남미 나라들 보단 차 값이 저렴한 것 같다.
아저씨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잠시 힘이 빠지다가도 갑자기 웃음이 난다. 예전에 아르헨티나 교민아저씨가 우리 차 17,000불까지도 받을 수 있다 한 말에 귀가 펄럭 펄럭해서 엄청 기대를 하며 미리부터 걱정을 했었다. 차를 팔고 현금으로 너무 큰 돈이라 어떻게 받아야 할지, 그 돈으로 학비에 보태야 하나 등등등. 그런데 많이 받아야 2,500불이라는말에… 우리가 지금껏 고민했던 것이 헛고민이었구나 라는 생각에 허탈하기도 하고 그냥 웃기기만 한다. 뭐, 3,000불 주고 산 차, 지금까지 잘 쓴 것만 해도 감사하다. 으릉아 고마워~~ ^^
우린 저녁을 먹기 위해 슈퍼로 가서 닭고기랑 이 것 저것 사와서 다시 어제의 천혜의 장소로 돌아 간다. 마젤란 해협을 보면서 캠핑 하기!! ^^ 그런데 오늘 저녁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날씨가 꾸물 꾸물 하다.
오늘 사 온 전기구이 닭고기를 먹다가… 너무 건조해서 그대로 먹기를 포기하고, 손으로 다 뜯어서 내일 먹을 반찬으로 만들었다. 다시는 전기구이 사지 말아야지. ㅠ 우리는 사이 좋게 으릉이 안에 앉아서 팬더는 오늘 산 DVD로 백업을 하고, 난 일기 쓰고, 사이 좋게 심슨도 보고. 사이 좋은 동물 친구들^^
점점 익숙해지는 으릉이 생활이다. 으릉이 안에서 일어 나서 으릉이 안에서 밥 해 먹고, 잠시 으릉이 밖을 벗어나는 외출을 했다가, 다시 으릉이로 돌아와서 밥 해 먹고 으릉이 안에서 잠 드는 생활. 이 것이 바로 으릉이 생활. 한국에 돌아 가 일상에 지칠 때쯤, 지금 이 순간이, 이 생활이 사무치게 그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