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lafate] 칠레로… 갈 뻔…
Oct 26 Tue 2010
잠을 푹 자지 못 하고, 아침에 여러 번 깼다. 새벽 6시, 7시, 8시… 오늘은 린다 비스타에 방이 가득 차는 날이라서, 빨리 방을 비워 줘야 한다는 생각에 계속 자다 깨다 자다 깨다…
아침 식사는, 고기. 어제 고기를 넉넉하게 사서 아직도 고기가 남아 있어서, 아침 부터 의도하지 않게 고기를 먹었다. 아… 강호동만 아침부터 삼겹살을 구워 먹는 줄 알았더니, 우리도 아침부터 등심 구워 먹는다. 이 고기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아르헨티나 고기를 못 먹겠네. 슬프다. ㅠ
팬더는 커다란 짐 정리 하고, 난 그 사이에 국경 근처에서 먹을 도시락도 하나 준비 한다. 간장 - 단무지 볶음밥. 간단하지만, 나름 맛있다. 헤헤~
오늘의 일과는, 오전에 자동차 수리점에 가서 점검 받고, 은진이가 학교 마치고 오면 같이 핏자 먹고는 오후에 칠레 국경으로 향하는 것이다. 팬더가 우선 뛰어 가서 차 수리 하는 곳이 문 열었는지를 확인하고 오더니 문 열었단다. 커피 한 잔씩 마시고, 난 사무실에서 인터넷 좀 하고, 팬더가 사장님과 정비소에 다녀 왔는데, 그 새 점심 시간이 걸렸는지 식사를 하러 갔다고 한다. 그 때가 12시도 되지 않았을 땐데… 대체 몇 시간 동안 밥을 먹는 거야~
정비소 점심 시간이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은진이가 학교 마치고 돌아 왔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 몇 일 내내, 호텔 일 도와주느라 밤에 잠을 잘 못 자서 그런가 보다. 사모님이 치과 때문에 부에노스에 다녀 오고, 또 가이드 일 때문에 또레스 델 파이네도 다녀오는 동안 은진이가 호텔일을 사모님 대신 도맡아 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여기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은진이의 스페인어 실력은 뭐, 다른 사람과 비교 할 수도 없고, 가족보다 믿을만한 사람도 없으니 은진이가 일을 도와 줄 수 밖에 없는 상황 이었다. 은진이를 보고 있자니, 어렸을 적 내 생각이 난다. 우리 엄마는 내가 어렸을 적에 식당을 하셨었다. 손님이 많은 날, 갑자기 일하는 아주머니가 나오지 않은 날, 명절(우린 식당을 연휴 없이 365일을 열었다) 등등 어렸을 때 부터 난 많은 시간을 식당에서 일을 해야 했었다. 그 땐 왜 그렇게 그게 싫었든지… 하나 같이 싫은 것 투성이였다. 뭐, 그러니 은진이가 투덜거리는 것 쯤은 너무도 쉽게 이해가 된다.
은진이가 만든 핏자를 다 같이 나누어 먹고는, 팬더는 사장님과 함께 정비소를 다시 찾았다. 정비소 아저씨는 잘 모르는 것 같아 보였고, 별달리 한 것도 없이 체크비 20페소만 날렸다. 아저씨의 결론은 스프링이 이상한 것 같은 데 푼타 아레나스에 가서 다시 점검 받으라고 했단다. 푼타 아레나스가 면세 지역에, 큰 도시이니 부품구하기가 더 쉬울 거라고 한다.
<은진이가 만든 피자>
이제, 정비소도 다녀 왔고, 은진이가 만든 핏자도 먹었고, 출발 하는 일만 남았는데… 사모님이 안 보인다. 잠시 치과에 갔다고 곧 돌아 오신다고 하니 인사라도 드리고 가야지 싶어 기다리는데, 사장님이 팬더에게 전기에 관해 물어볼 게 있다고 해서 설명해 드리고, 이젠 정말 가야지 싶었는데… 어랏. 시간이 벌써 5시 반. 너무 늦어 버렸다. 오늘은 무조건 칠레로 가려고 했는데… 늦어서 못 가겠다. 국경이 9시에 닫는다고 했는데, 지금 가면 100% 문 닫혀 있다.
마침 오늘 비행기가 취소 되어 남는 방이 있다면서 방을 하나 주셔서 거기서 잘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저녁도 챙겨 주셔서 각종 나물 반찬에 비빔밥도 먹을 수 있었다. 아,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두고, 우린 또 내일 떠나는 구나. 특히나 사장님이 우리가 떠나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서운해 하는 것 같았다.
팬더는 하루 종일 이것 저것 바빠서 움직였지만, 난 같은 자리에 약 10시간을 앉아서 컴퓨터만 했더니 어찌나 좀이 쑤시던지… 아이고. 재주가 많은 팬더가 오늘은 살짝 부러웠다. ㅠ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칠레로 가야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