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quel] 다시 먼 여정을 떠나다.
Sep 29 Wed 2010
아침부터 완전 분주 하다. 이 곳도 체크아웃시간이 10시라, 8시에 일어난 우리는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우린 바쁠 때 분업을 한다. 전체적인 정리는 팬더에게 맡기고, 난 요리! 오늘 먹을 점심인 햄버거를 만들어서 햄버거 4개를 싸고, 가는 길에 먹기 위해 양상추로 샐러드를 만들고, 브로콜리를 살짝 데쳐선 다른 그릇에 따로 담는다. 그리고 배가 고플 때 밥을 언제라도 먹을 수 있게 밥을 산더미처럼 많이 하고, 반찬도 두 가지 만든다. 참치와 브로콜리 줄기를 고추장에 볶은 것과 어제 먹다 남은 닭백숙을 양념해서 반찬으로 만든다. 이 정도면 몇 일 동안은 길 위에서 배 고플 일 없겠다. 땀 뻘뻘 흘릴 정도로 요리를 마치니, 팬더는 어느 새 차 정리를 마쳤다. 두 명이 타기 편하게 시트를 뒤로 옮기고 시트가 있던 그 자리에 침낭 하나를 펼치고, 그 위에는 가벼운 짐들만 올려 놓았다. 나중에 차에서 잘 일이 생길 때 편하라고 한 배치라 오늘부터 차에서 자기 조금은 편하겠다.
체크 아웃을 천천히 해도 좋다해서, 11시쯤 자질구레한 일들을 마치고 출발할 수 있었다. 차를 잠시 갓길에 세워두고 론니 플래닛을 읽고 있는데… 누군가가 창문을 똑똑똑~ 두드린다. 어랏? 지난 번 만난 이스라엘 자전거 여행 자 중 또 다른 한 명이다. 한 친구는 오늘도 스키 타고 있고, 그 친구는 전망대 갔다가 돌아 가는 길이라고 했다. 누군가 인사 할 사람이 생겨 반갑기는 하다. ^^ 나중에 또 보게나~ 친구~ 이름은 모르지만 한 번씩 마주치면 반가운 사람들이 여행 하다 보면 생기기도 한다.
아 참!!! 오늘 론니 플래닛에서 찾은 주옥 같은 정보는… 바로 볼손(Bolson)이라는 도시부터 기름값이 저렴해 진다는 사실. 얼마나 저렴할 지는 모르겠지만, 미리 주유를 하고 가려고 했으나 이 사실을 안 이상 최대한 가볍게 볼손까지 가야 겠다. 여기서 120km정도 떨어진 곳이니 추가 주유하지 않고도 갈 수 있겠다.
가는 내내 예쁜 호수들이 여기 저기 펼쳐져 있었다. 몇 일동안 정말 많은 호수들을 봤다. 호수에서 송어 낚시 하는 것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우리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지만 뭐 아는 게 있어야지. 그렇다고 투어로 가면 엄청나게 비싸고, 약 1인당 하루 500페소 정도 한다. 물론 장비와 허가증, 점심 등 모든 것이 포함이긴 하지만 우리에겐 너무 비싸다. 날씨가 풀리면 싼 낚시대 하나 사서 낚시를 해 볼 예정이다. 그런데 물고기를 낚으면 뭘 하나… 물고기 손질 할 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걸 ^^:;
이동을 하며 우리가 열심히 본 건, 남자의 자격 합창편. 남미사랑에서 우연히 본 뒤로 너무 재밌어서 어제 다운로드 받아서 가는 길 차 안에서 보는 거다. 이렇게 보면 운전하는 팬더도 안 심심하고 좋아 하니 참 좋다.
볼손에 도착 해서, 오늘 도시락으로 만든 햄버거와 오렌지주스를 공원에서 먹고, 잠시 앉아 있었다. 화,목,토요일에는 이 곳에서 상설시장이 열린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오늘은 수요일이다. 론니에는 히피들이 정착한 마을이 볼손이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평범한 도시의 모습이다. 아무튼 론니의 칭찬들을 다 믿으면 곤란하다.
약간의 산책을 마치고는 주유소로 가 본다. 대체 기름이 얼만큼 싸지는 지 궁금해서. 노르말(옥탄가 85) 2.7페소, 수뻬르(옥탄가 92) 3.2페소, 팡히오(옥탄가 98) 4페소다. 다른 아르헨티나 지역에 비해 20%나 저렴해 졌다. 우선 우린 100페소만큼 주유를 했다. 팬더가 조금 더 밑으로 내려가면 내려 갈수록 싸질지도 모른다고 해서… ^^;; 주유소에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마침 와이파이가 잡히길래 인터넷도 쓰고, 브레이크 오일도 하나 사서 브레이크 액도 보충해주고. 참 주유소에서는 많은 일들을 할 수가 있다.
- El Bolson 에 도착해서...
<파타고니아에도 봄이 왔나봐요>
<공원 벤치에 앉아서 토끼 햄버거를 먹어요>
<그나마 돈이 가장 많이 나오는 방꼬 파타고니아, 한번에 950페소까지 나옵니다.>
에스껠(Esquel)이라는 도시까지 도착하니, 어느 덧 해가 질랑 말랑 한다. 아마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또 움직이든지 해야 할 것 같다. 볼손으로부터 남쪽으로 더 내려왔는데도 기름값이 더 안 싸진걸로 봐서 앞으로도 같을 것 같아서 가득 주유를 했다. 파타고니아 지역에서는 주유소가 보일 때마다 주유를 하는 편이 안심되고 좋기 때문이다.
이 에스껠이라는 도시 근처에 유명한 스키장도 있고, 유명한 국립공원도 있다. 또 스키장을 가는 것은 힘들 것 같고, 내일은 알레르세스 국립공원에 가 봐야 겠다. 그 곳에 가면 4,000년까지 사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나무가 산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늘 밤은 국립공원과 가까운 곳에 자고선 내일 아침 일찍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써야 겠다. 다행히 매의 눈을 가진 팬더가 전망대용으로 도로에서 푹 들어간 곳을 찾아내서, 그 곳에서 하루 쉬었다 가기로 했다. 저녁은 미리 준비해 온 반찬과 밥이랑 간편하게 먹고는, 바가지에 물을 받아서 간단하게 이빨 닦고 얼굴 씻고 잘 준비를 완료 한다.
의자개편을 한 뒤 처음 자 보는 잠 자리. 엄마가 내린 축복인지 작은 키 덕분에 난 똑바로 누으니 다리까지 쭉 펼 수 있는데, 팬더는 다리가 쭉 펴지지 않는다. 그래도 허리는 펴고 잘 수 있으니 의자에서 자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더 편한 보금자리를 만드어 준 팬더, 수고했어요~ ^^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새로 깐 듯한 잘 포장된 길이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