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de Bariloche] 여권 스탬프 4개를 찍다.
Sep 26 Sun 2010
오늘 아침은 팬더의 너구리 라면. 점점 팬더의 라면 끓이는 솜씨가 늘고 있다. 볼리비아 추위와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어제 잘 때 침낭 두 개로도 밤에 추워 몇 번이고 깨곤 했다. 그래도 아침을 따듯하게 라면으로 시작하니, 신난다.
우선은 칠레국경을 향해, 살살~ 달려 가 본다. 갑자기 차가 엄청 많이 밀려 있어 시계를 봤더니 8시 58분. 9시부터 국경을 여나 보다. 시동 끄고 잠시 기다리자,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우리도 차 번호가 적힌 쪽지 한 장을 받아서 국경에 도착 하는 데 성공 했다. 우선 차를 잘 대어 놓고, 궁금한 사항을 국경직원에게 물어 봤다.
Q) 곧 90일 체류가 끝나 가는데, 여기서 연장이 가능 한가요?
A) 5일 미만이면, 이 곳에서도 연장이 가능 하지만 당신들은 2주 정도가 남았기 때문에 이 곳에선 연장이 되지 않습니다.
Q) 그럼, 어떤 방법들이 있나요? 우린 아르헨티나가 너무 좋아서 칠레는 갈 생각이 없고 아르헨티나에서만 더 있고 싶은데요.
A)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째는 지금 칠레를 다녀 오는 방법, 둘 째는 바릴로체에 있는 이민국 사무실에서 연장을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칠레, 볼리비아, 브라질 등의 인근나라 국적이라면 이민국 사무실에서 비자연장이 무료지만, 한국인은 1인당 300페소를 내야 하니, 칠레를 지금 다녀 오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Q) 그런데 지금 우리 차 안에는 음식들도 많고, 우린 괜찮지만 우리 차에 있는 물건들이 칠레를 넘어 갈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어쩌죠? 여기서 42km 떨어진 곳이 칠레 국경인데, 근처까지 가서 차를 세워두고 사람만 걸어갔다가 오는 방법이 가능 한가요?
A) 별 일 없을테니, 다녀 오시죠.
어쩌지?? 차 안에 잔뜩 든 음식들 땜에 칠레는 괜히 겁나는데, 아님 바릴로체가서 차를 몇 일 세워두고 뿌에르또몬뜨에 버스 타고 다녀 오는 방법도 있긴 한데… 뭐가 좋은 방법일지 모르겠다. 팬더는 지금 다녀오는 것이 시간과 금전적 절약 측면에서 좋을 것 같다고, 한 번 도전 해 보자고 한다. 그럼 팬더 말을 듣자.
<뿌에르또 몬뜨(Puerto Montt) 로 가는 아르헨티나 국경>
아르헨티나에서 출국 도장을 찍고, 차 관련 서류들도 반납하고, 짐 검사도 꽤 오랫동안 받고선, 칠레 쪽으로 향한다. 아, 괜히 긴장이 돼서 예쁜 경치를 봐도 마음 것 즐기지 못하겠다. 그렇게 난 쫄쫄이(난 겁을 자주 먹어서, 별명이 쫄쫄이다)가 되어 가고… 팬더는 쭉쭉 운전을 해 나간다. 드디어 칠레 땅에 들어서고, 조금 더 가니, 칠레 이민국이 나온다. 우린 사정 설명을 하곤 차를 돌려서 나가는 쪽 한 켠에 잘 세워둔다. 잘 못 들어가면 짐검사 혹독하게 당하니, 검사관이 있는 쪽으로는 눈도 돌리지 말아야지.
남미의 선진국 칠레, 역시나 나름 체계가 있는 곳이었다. 육로 국경 시 내가 타고 온 차 번호판과 몇 명이 타고 있는지를 적은 쪽지를 입구에서 나눠 준다. 그러면 그 쪽지를 들고 인터폴에게 가서 신원 조회를 하고, 쪽지에 도장 쾅, 여권에도 도장을 쾅 찍어 주면, 세관으로 가서 신고할 것이 있으면 신고하고, 끝나면 그 쪽지에 도장 쾅, 다시 경찰에게 가서 자동차 관련 신고 하고 도장 쾅, 또 다시 세관에 가서 신고 하고는 도장 쾅. 총 4개의 도장을 모아야지만 입출국 모든 과정들을 통과 되는 것 이었다. 도장 모양이 예뻐서 그 쪽지를 갖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출국 할 때 반납해야만 했다. 아르헨티나 비자 연장 때문에 여기에 온 것을 설명하니, 별 문제 없이 다시 칠레 출국 도장을 찍어 주고는, 아디오스!! 엄청 친절했던, 칠레 이민국 직원들. 칠레에 대한 이미지 상승 중.
그리고 다시 아르헨티나로 돌아 와 다시 입국 도장을 받고, 자동차 서류도 새로 받았더니, 어느 새 시간은 1시. 분명 오늘 9시부터 국경에 있었는데, 비자 연장 받으려고 4시간을 동동 거리며 돌아다녔네 그려. 그래도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약 80km 의 왕복 기름비=40페소), 가장 적은 시간으로(4시간)으로 우리를 고민하게 만들 던 비자 연장 완료!! 속이 시원하다.
<뿌에르또 몬뜨.....그냥 이대로 달려서 칠로에 섬에 가버려???? ^^;>
<칠레 국경 사무소 가기전에 차를 U턴 해서 검문소로 들어가지 않았다.>
<지리적 국경을 지나서 한참이나 들어와야 칠레 국경 사무소가 있다.>
<나무나무나무나무나무나무나무나무나무 우아`~~나무 정말 많다~!>
<아직도 눈들이 잔득 쌓여있다.>
<다시 돌아온 아르헨티나 국경,>
이민국을 벗어나 근처에서 점심도 먹고, 게임도 하며 잠시 쉬었다가 오늘의 목적지 바릴로체를 향해 출발 한다. 5시쯤 많은 여행자들이 그토록 칭찬하던 바릴로체에 도착 했는데… 도대체 여기가 왜 좋은 지 알 수가 없다. 도시도 우중충하고, 물론 호수를 끼고 있어서 호수빨이 있긴 했지만. 암튼 호수가 없었다면 바릴로체 도시 자체는 별로였다. 동화 속 같은 마을을 상상했었는데… 기대를 너무 많이 한 모양이다.
<바릴로체 건너편. 저 멀리 설산 아래에 바릴로체가 있겠지.?호수를 반바퀴 돌아야 바릴로체에 들어갈 수 있어요>
<바릴로체에 다와 갑니다. ..>
한국인들 사이에 꽤 유명한 1004 호스텔로 향한다. 독특한 구조의 호스텔이라 신기했다. 아파트를 개조해서, 편리한 부엌과 라운지 등이 맘에 들었고 무엇보다 10층이라는 높은 건물에서 바라보는 호수 전경이 좋았다. 그런데… 가격이 1인당 50페소. 뭐 그건 나쁘지 않은데, 주차료를 물어 보니 하루에 40페소. 그럼 우리 하루 체류비는 140페소가 되는 셈이다. 그건, 우리가 그저께 잔 아파트 호텔 가격이잖아. 그 가격에 도미토리는… 좀… 맘에 안 내킨다.
1004 호스텔을 나와서 근처의 인포센터 다녀왔다. 까바냐 가격을 물어 보니, 비수기라 엄청 저렴하다. 1004 도미토리에서 자나, 예쁜 집을 통 채로 빌려서 자나 같은 가격이니 우린 도미토리에서 잘 이유가 한 개도 없다.
<천사 호스텔이 있는 건물. 이 건물 10층 1004호 랍니다.>
<호스텔에서 내려다 보는 전망>
<시티 센터 내의 유일한 이쁜 건물인 시빅 센터-인포센터는 여기에 있답니다.>
인포센터에서 추천한 몇 군데의 까바냐를 들러 보기 위해 근교로 나갔다. 처음 가 본 곳은 예전에 팬더가 인터넷에서 프로모션 가격을 보았던 파헤로 아술. 그런데 지금은 프로모션 기간도 끝나 가격도 비싸고, 취사가 가능한 곳이 아니라 Hostria(작은호텔)라서 Pass. 그리고 두 번째 가 본 4인 기준 200페소 짜리 까바냐. 진지하면서 수다스러운 아줌마가 주인인 그 곳은 집도 예쁘고 필요한 것이 모든지 다 있는 꽤 넓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가 본 곳은 4인 기준 180페소 짜리 까바냐. 복층 구조로 호수가 가깝게 보이고, 침실이 가려져 있어 개인생활이 보장되는 곳이라 그 곳도 좋았다.
아, 고민 된다. 어쩌지? 그런데 벌써 시간이 7시가 넘어 가서, 버스 터미널로 가 보기로 했다. 오늘 도착하기로 한 은희언니와 주원언니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서. 사실, 도미토리와 같은 가격 혹은 더 저렴한 가격에 머물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니까, 다 같이 누리면 좋을 것 같다. 터미널에 도착 해 물어 보니, 10분 뒤에 그 버스가 도착한다고 해서 기다렸다.
20분 쯤 기다렸을 때, 반가운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 했고, 우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아 신기하다. 이렇게 바릴로체에서 또 만날 수도 있다니. 우선은 차에 데려와서 의견을 물어 봤더니, 총 4일 일정에 2일은 같이 까바냐에서 자고, 다른 2일은 1004 호스텔에 묵겠다고 한다. 그럼 다 같이 이동! 그런데 너무 피곤 해 보이는 얼굴에 가깝지만 우리도 가 보지 않은 Los Arcos라는 더 저렴한 방갈로에 갔더니 거긴 더 예쁘면서도 저렴해서 맘에 든다. 그리고 언니들이 너무 피곤해해서, 다른 곳을 가 볼 의욕도 없었다. 4인 기준 140페소니까, 1인당 35페소로 지금까지 잔 그 어떤 곳 보다 저렴한 가격에, 우리만의 공간이 생기니 너무 좋다. 그리고 차도 바로 앞에 댈 수 있어서 맘에 든다. 그 동안 있었던 일들도 얘기하고 같이 저녁도 해 먹고. 꼭 M.T온 것 처럼 즐겁다. 랄랄라~
<방갈로, 까바냐는 이렇게 호수랑 접해 있는 곳이 많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