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De lagos] 동화 속 마을을 떠나, 호숫길을 따라서 ….
Sep 25 Sat 2010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온 몸 구석 구석이 아파 온다. 어찌나 평소에 운동을 안 했는지… 어제 하루 동안의 스노우보딩으로 이렇게 아플 수가!! 정말 근육 하나 하나가 아파서 움직일 때마다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래도 아프다고 몸을 안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이라, 꾹 참고 바쁘게 움직이기로 했다. 왜냐면 체크아웃 시간이 10시니까… 혹시나 조금 늦었다고 돈 더 내라고 할까봐서 서둘러서 짐 정리를 한다. 차 구석에서 꺼내 입은 보드복과 장갑들에, 여기 저기 늘어 놓은 부엌살림살이에, 어제 빨래한 옷들과 수트케이스, 그리고 노트북과 사진기 등등의 물품까지 하나도 빠짐 없이 정리해야 한다. 이럴 땐 분업이 하는 편이 좋다. 난 부엌 + 욕실 + 수트케이스, 팬더는 보드복 + 컴퓨터 및 기타 장비들을 맡아서 처리 한다.
바쁘게 몸을 움직여 모든 짐들을 다 정리하고 시계를 보니, 9시 47분. 휴우~ 겨우 체크아웃 시간을 맞추게되서 참 다행이다. 정들었던 우리 집 안녕~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가장 편했던 우리 집 안녕~ 인사를 마치고 돌아서려는데 잠깐 인터넷 쓸 일이 남아 있어서 차 안에서 여유롭게 인터넷을 즐기고는 이제 정말로 안녕이다.
오늘은 동화 속 마을의 예쁜 집들의 사진을 몇 장 찍어 가기로 했다. 혹시나 나중에 집 지을 일 있으면 참고하게… ^^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 이런 집을 짓기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곳은 눈이 많이 오는 곳이라 지붕이 다 뾰족한 겨울용 집인데 반해, 우리 나라 계절은 이 곳과는 다르니까.
번화가 뒤쪽 골목에 세워두고, 두 발로 걸어 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마침 보이는 기념품 샵으로 들어가 핀도 구입했다. 우리가 다녀 온 차펠코 스키장 꺼 하나, 그리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왔고, 또 앞으로도 함께해야 할,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유명한 도로인 RN40 (루타 나시오날 꾸아렌따)꺼 하나. 만족 만족! 역시 남미에서 잘 사는 나라 아르헨티나라서 그런가? 멕시코부턴 한 나라에 하나 핀 사기도 힘들었는데, 여긴 도시별로 테마별로 다양하고 예쁜 기념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따듯한 핫초코 혹은 아이스크림이라도 한 입 먹고 이 도시를 떠나고 싶었지만… 빡빡한 자금 사정으로, 난 팬더에게 말도 못 꺼내고 눈치만 봤다. 우리가 어제 스키장 간다고 지난 2일 동안 여차 저차 쓴 돈만해도 900페소니 뭐. 아끼자!
이제는 정말 안녕~ 예쁜 도시야 안녕~ 우리 발 목을 잡아 끌었던 도시야 안녕~
<가장 맘에 들었던 집. 우앙~>
큰 호수 옆으로 도시 밖을 빠져 나가는 도로가 펼쳐져 있고, 2차선 왕복의 작은 도로였지만 포장 상태는 좋았다. 오늘 갈 곳은 7 라고스. 우리가 사랑했던 산 마르틴 데 로스 안데스 에서 내일 목적지인 산 까를로스 데 바릴로체까지 가는 길에, 사이 사이 7개의 호수들을 보면서 갈 수 있는 유명한 코스다. 이 호수들을 보기 위해 사람들을 일부러 바릴로체에서 투어 신청을 하지만, 우린 거리손실 없이 가는 길에 볼 수 있으니 이익이다. 헤헷~
첫 호수인 산 마르틴 데 로스 안데스 마을의 상징 Lago lácar를 지나서, Lago hermoso 로 가는 작은 길로 향한다. 메인 도로는 좋지만, 호수까지 가는 길은 작은 흙길을 타고 가야 한다. 거기다 겨울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 때문인지 도로는 무척 많이 상해있었다. 호수는 예뻤지만, 호수까지 가는 길은 어찌나 밉던지… 으릉이에게 미안했다. ㅠ.ㅜ
그리고 잠시 후, 폭포전망대에서 이스라엘 자전거 여행자 둘을 만났다. 두 남자는 빨간색, 파란색으로 전문의상까지 갖춰 입고 있었는데, 칠레에서 시작 한 그들도 최종 목적지는 우수아이아였다. 파타고니아 지역 자전거 일주를 계획 해 온 것 같다. 그들도 바릴로체로 가는 길이라 했으니, 그들이 빠르다면 혹 우리가 느리다면 또 길 위에서 만나겠지? 안전 운전 하십시오!! ^-^
그리고 몇 개의 호수를 더 지나쳤을 때, 갑자기 길은 비포장으로 바꼈다. 오잉? 도로를 깔다 안 깔다 하셨나? 대체 언제 길이 완성 되려나… 파타고니아 지역으로 들어오고 나서부터 부쩍 비포장 길 나오는 횟수가 빈번해졌다.
오늘의 마지막 호수인 라고 에스페호. 거울호수라는 뜻인데 얼마나 예쁜지 가 볼까? 평화롭게 여름에 배 타고 놀면 딱 좋을 것 같은 호수였다. 그리고 설산 배경이 깔리니, 더 예뻐지는 호수. 예쁘긴 했지만, 물 색은 만년설이 녹은 캐나다의 호수들이나 페루 와라스에서 본 호수들을 따라갈 수 없다. 그래도 곳곳에 호수가 엄청 많은 걸 보니, 호수지구라는 말이 헛말은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호수는 질리도록 볼 것 같은..?? ^^
<Lago lácar - 작은 돗단 배가 보인다.>
<Lago hermoso >
<이스라엘 자전거 여행자>
에스페호 근처에 캠핑장이 하나 있지만 겨울이라 문을 닫았고, 그럼 그 캠핑장 근처에 차를 세우고 하루 자야겠다. 혹시나 내일 칠레국경에 갈 수도 있어서… 분기점인 그 곳에서 오늘은 멈추기로 했다. 미리 준비해 둔 넉넉한 물과 식량들이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우린 사이 좋게 앉아서 게임도 하고, 근처 자연화장실에서 볼 일도 보고… ^^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다, 해가 지자 마자 저녁도 먹고, 세수도 하고 이빨도 닦는다. 헤헤~ 오늘 하루도 잘 곳을 용케 잘 찾았다고 서로 기뻐하고 있는데… 한 차가 우리 옆으로 와서 서더니 한 남자가 거기서 내리고는 여기서 불을 피우거나 캠핑하는 것은 안된다고 말을 한다. 불 피울 일도 없고, 캠핑도 안 하고, 그냥 차 안에서 쉬어가는 거라니까 그 때서야 간다. 나름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국립공원이다. 암튼, 오늘 밤도 난 으릉이 안에서 부지런히 일기로 우리의 기록들을 남기고 있는 중. 블로그 업데이트는 늦어도 일기는 밀리지 말아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