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rro Chapelco] 안데스 산맥에서 스노우보딩…!!
Sep 24 Fri 2010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는 잠이라, 한 번 든 잠이 자명종 시계에 맞춰 깨기란 절대 쉽지 않았다. 결국 조금만 더 … 조금만 더… 하다가 8시 반 기상. 9시에 입장하려던 계획은 뭐 날라갔다.
점심 도시락은 어쩌지? 분명 락커는 없을테고, 어제 물어 보니 차까지는 자유롭게 왕복할 수 있다고 하니 차에 도시락을 놔두고 갔다가 점심 때 밥 먹으러 차에 돌아 오기로 했다. 보드 탈 때 뒤로 매는 가방이 있다면 도시락을 가지고 올라 갈 수 있을텐데… 뒤로 매는 가방이 없다 보니 이렇게 고민이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곰곰이가 준다 할 때 컨버스 뒤로 매는 실내화 주머니 같은 헝겁가방 받아 놓을 것을… 정말 쓸 일이 없다고 단언했지만, 이렇게 아쉬울 때가 생길 줄이야. 가볍고, 방수라 눈에 굴려도 되고, 정말 딱인데!!
고민 하다, 오늘 도시락은 라면^^ 예전에 일일 가이드를 해 드리고 받아 온 신라면 컵라면이 마침 생각 나서,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가득 담아 가서 컵라면을 먹기로 했다. 대신 아침을 정말 든든히 먹고 가면, 점심 때는 별로 배가 안 고프겠지? ^^ 설거지 할 새도 없이, 바쁜 아침시간이라 그냥 물에만 담가 놓고는 오랜만에 보드복을 입고는 차펠코 스키장으로 Go Go~~
GPS에 차펠코를 입력시켜 놓고, 따라 가기만 하니 참 쉽다. 그런데, 센트로 근처에서 생뚱맞은 비포장길로 빠지더니 급경사 비포장길을 안내해 준다. 정말 이런 곳에 스키장이 있는지 의심을 하며 올라가기를 약 10분.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은 비포장 끝에 스키장 주차장이 있다. 그런데 다른 차들을 다른 길로 올라 오는 걸 보니… 우리만 모르는, 남들은 다 아는 그런 길이 있는 모양이다.
계획 보다 한 시간 지각해 10시 입장. 오랜만에 꽉 조이는 보드용 부츠를 신고 걸으려니 영 불편해 죽겠다. 군화를 신어 보진 않았지만, 이런 느낌일까?? 무릎부터 발 끝까지 한 부위인 것 같은 느낌.
리프트를 타고 올라 가는 내내 온 몸에 힘이 들어 가기 시작 한다. 너무 오랜 만에 타 보는 거라, 다 까먹었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몸으로 배운 건 쉽게 까먹지 않는다지만, 몸치인 내겐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우선 초보자 코스로 올라 가 잃어 버린 감을 찾기로 했다. 초보자 코스 리프트는 2인용이라 팬더랑 둘만 사이 좋게 딱 타면 되니 맘이 편하다. 하지만 가장 걱정 되는 건, 리프트에서 내릴 때 한 쪽 발에 보드를 고정하고 경사를 내려 가야 하는 것이다. 번번히 리프트에서 내릴 때마다 넘어지는 탓에 우리가 내릴 순간이 다가오면 다가 올 수록 겁이 왈칵 나는 것이다. 드디어 그 순간이 왔고, 난 데스빠시오 뽀르 파보르(천천히 해 주세요)를 외치고, 리프트 속도가 느려진 틈을 타 경사를 내려 오는 데 성공. 휴~ 다행이다.
이젠 양발 모두 고정하고 내려가야 하는 순간. 걱정했던 것 보다, 최악은 아니었다. 몸치인 나도 몸으로 배운 건 쉽게 잊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생각보다 눈이 미끄러워서 속도가 점점 빨라지자 무서워서 속도를 늦추고 잠시 서려는 데… 정지가 안 된다. 정지를 해도 미끄러운 눈 탓에 계속 계속 미끄러진다. 캐나다 자연 눈에서 탈 땐 눈도 폭신 폭신 적당히 미끄럽고 모든 게 완벽했는데… 여긴 시즌이 지나서인지 눈이 참 미끄럽다. 한국 스키장에 한 번도 안 가본 나는, 팬더에게 한국 스키장에 대해 물어봤더니 한국은 완전 얼음이라 이 것보다 더 미끄럽단다. 헉…!! 그럼 이 눈 정도도 감사해야 하는 거였네. 그래도 단 한가지 좋은 점은 바로 경치!! 슬로프를 내려 오면서 보는 하늘, 설산, 호수 등의 경치가 끝내 줬다. 정말 예쁜 자연 그림 보면서 타는 스노우 보드. 아마, 내일 또 오진 않겠지만 오늘 오기로 한 건 잘한 것 같다.
<곤도라를 타고서~>
<딱~~적당한 사람들이 있었음>
<ㅋㅋㅋ 오랜만에 동물 모자를 쓰고선 올라갑니다~>
오랜만의 눈 적응을 위해 초보자 코스에서 3~4번쯤 더 탔다. 그런데 너무 뻔한 코스라 그런지 별 재미가 없었다. 예쁜 경치를 보는 것은 좋지만, 다리가 너무 너무 아팠고… 설상 가상으로… 내 보드복이 보드복으로써의 역할을 상실했다. 슬로프 중간, 다리가 아파 눈 위에 앉아 쉬는 데 엉덩이가 축축해진다. 방수 기능이 사라져서 엉덩이로 물이 스며드는 것이다. 너무 물 빨래를 자주 해서 그런가? 아 슬프다. 그래서 그런 지 시간이 잘 안 간다. 한 참을 탔다고 생각하고 시계를 봤더니, 겨우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자, 이젠 점심 먹을 시간 리프트타고 주차장으로 내려 가, 작은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 한다. 사실 아침을 많이 먹어서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왠지 먹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먹고는 다시 리프트를 타고 올라 왔다. 자유롭게 차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좋았지만, 차에 한 번 갔다 오는 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 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오후가 되니 사람이 좀 많아진다.>
<헐....대체 저긴 어떤 사람들이 가지?? 아무도 없는 코스 ^^;>
점심 먹고 제 2라운드. 우리가 5번을 내리 탔던 그 코스에 질린 팬더는 다른 코스로 가 보자고 한다. 그런데 오늘 따라 다리에 힘을 너무 많이 줘서 인지… 아파서 의욕이 없다. 그래도 팬더를 따라 그 코스를 가 보는데… 처음에 너무 천천히 내려 가다 평지가 나와서 걷다가 타다가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다리가 부러질 듯 아프고 해서, 난 포기하고 다시 걸어서 올라 가 있겠다고 했다. 팬더는 씩씩하게 혼자 내려가고, 난 힘겹게 다시 위로 걸어 올라 간다.
언제 오려나 팬더를 기다리는 데 짠~ 하고 나타난 팬더는 지금 다녀 온 코스가 훨씬 설질도 좋고 재밌다고 같이 내려 가자고 한다. 오..? 그래..? 그럼 가 보지 뭐. 슬로프도 길고, 팬더 말대도 저 윗쪽보다 즐거웠다. 점점 돈이 안 아까워 진다. 어쩐지… 다들 이 쪽으로 내려 가더라니, 좋은 코스가 따로 있었구나. ^^ 그런데 뭐가 문제인지… 점점 다리가 심하게 아파 온다. 오기로 내려 가 보지만… 아무래도 엉뚱한 데 힘을 주고 있어서 다리가 아픈 것 같다. 아님 발 방향 때문인가? 다음 번에 구피로 타 봐야겠다.
중간에 내려 가는 리프트를 한 번 타긴 했지만, 힘든데도 같이 슬로프를 내려 와 준 내가 고마웠는지 팬더가 눈썰매 끌어줄 테니 타자고 한다. 보드 위에 앉아서 눈썰매 타면 정말 즐겁다. 그래서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작은 언덕을 올라 갔는데… 내려 오는 건 즐거웠지만 눈이 애매하게 녹아 흙탕물이 보드복에 다 튀어서 옷만 버렸다. ㅠ 이럴 줄 알았으면 하지 말 걸… 점점 안 좋아지는 내 보드복!!
이대로 집에 가기가 아쉬워 마지막으로 방금 내려 온 슬로프에 한 번 더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번엔 리프트 도움 없이 끝까지 내려 오는 것이 목표!!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힘들어도 아쉬워서 쉬지 않고 가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 슬로프 끝까지 내려 와 있었다. 오호라~ 1라운드 오전은 살짝 지루한 감각 되 살리기 시간이었다면, 2라운드 오후는 즐겁게 논 시간. 오후에 탄 슬로프가 더 재밌고, 길고, 눈도 좋아서 장비 대여비 + 리프트 종일권 가격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안녕~ 차펠코 스키장아~ 반가웠어~
<저~~~~기 밑에 안보이는 곳까지 가야된답니다.>
<비수기라서 눈이 많이 없네요. 여기서도 인공눈을 뿌리나봐요~>
<예쁜 하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많은 차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 가 보니, 그 전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얌전하고 짧은 비포장길이 나온다. 대신 길을 조금 돌아가야 했지만, 길 좋고 돌아가는 편이 훨씬 좋다. 집으로 가기 전에 몇 가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 중 가장 먼저 할 일인 장비 반납하기. 하루 이용료 60페소 씩, 120페소를 내고 신분증을 찾아 온다. 그리고 두 번째 해야 할 일인, 차펠코 리조트 사무실에 가서 카드보증금 환불 받기. 카드를 돌려 주니, 특별한 절차 없이 어제 낸 보증금 50페소도 돌려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깔라파테로 전화 해 보기. 은희언니와 주원언니는 내일 버스 타고 바릴로체로 온다니까, 바릴로체 도착하면 모레가 된다. 서로가 얼추 시간이 맞을 것 같아서 다시 연락하기로 했다. 다시 만나면 엄청 즐겁겠다. ^^
돌아 가는 길에 몸 보신용으로 닭 한 마리를 샀다. 닭볶음용? 혹은 백숙? 아직 용도를 정하진 못했다. 돌아 오자마자, 팬더는 닭을 손질해서 백숙을 만들고(팬더는 이 세상에서 가장 건강에 좋은 음식이 닭 백숙이라 믿는다), 난 씻고 빨래를 한다. 난방이 무척 잘 되는 곳이라서 빨래를 널어 놓으면 금방 마르니까, 우리 집 정말 좋지 아니 한가? ㅎㅎ
식사 후, 팬더는 그대로 뻗어서 잠이 들고 난 내일 가는 길에 먹을 도시락 반찬인 무생채와 볶음 고추장, 샐러드 등을 만들었다. 아이고~ 오늘 보드 하루 탔다고 삭신이 쑤신다. 내일 일어나면 온 몸이 다 아플 것만 같다. ㅠ
<우리가 머문 집. >
<내부 공개~!!>
<작은 주방>
<충분히 푹신한 침대랑~>
<냉장고도 있구요>
<요리 토끼도 있답니다.>
PS. 아침에 너무 바빠서 설거지도 안 하고, 옷도 대충 벗어두고 후다닥 뛰쳐 나간 우리들. 밤에 돌아 오니 설거지는 안했지만 깔끔하게 치워 놓은 누군가의 손길을 느끼고는 괜히 민망했다. 누군가가 치워줄 줄 알았으면 아침에 시간 걸리더라도 대충이라도 정리해 놓고 나갈껄… 호텔 이용은 너무 오랜만이라, 적응 안 된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