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ta Rosa] On the road,. 01 - Amazing Argentina
Sep 20 Mon 2010
예정 보다 조금 늦은 6시 45분쯤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운다. 부에노스에 있으면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버릇이 되서 그런지, 어제도 늦게 잠든 것이 그 원인이다. 56일간 남미사랑에 있으면서 이 시간에 일어나 본 적이 딱 한 번, 이 번이 두 번째다. 뭐, 그땐 아파서 깬거니… 내 의지로 이 시간에 일어난 적은 처음이다. 역시나, 숙박객 중에 깨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남미사랑이 조~용하다.
재빨리 나갈 준비를 마치고, 방을 비운다. 어제 미리 짐을 싸 놓았기 때문에 금방 짐을 정리할 수 있었지만, 꽤 오랜시간을 함께한 방을 비울 땐 이사 가는 것처럼 익숙한 공간을 떠나는 느낌 이었다.
7시에 문을 여는 주차장으로 가서, 물건들을 싣고 정리하고, 1달 치 주차료(450페소)를 지불 하고는, 이제 정말 떠난다. 마침 한규 학교를 데려다 주는 덩헌님이 나오셔서, 인사를 하고 헤어질 수 있었다. 안녕~ 부에노스, 안녕~ 남미사랑, 12월에 다시 만나요!!
마침 출근 시간과 겹친데다, 일방 통행도 많은 대도시다 보니, 아무리 GPS가 있어도 빠져 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출근 시간과 겹쳐서 차는 막혔지만 경찰들이 붙잡고 검사하지는 않아서 귀찮은 장면들을 피할 수 있었다. 성가시고 눈엣가시 같은 경찰! ㅠ
리바다비아 길을 쭈욱 따라서, 온세지역도 지나고, 지난 번 갔던 끌레 레스토랑도 지나고, 익숙한 풍경들이 스쳐 지나가고, 드디어 Bs As를 빠져나와 외곽으로 나오는 데 성공했다. 근처 주유소에서 'lleno(Full)'로 주유하고, 다시 팬더와 토끼는 길을 떠납니다.^^ 5번 도로를 타고서 쭈욱 최종 목적지 바릴로체, 오늘의 목적지 산타 로사까지 간다.
도로 상태는 무척이나 좋다. 포장도 잘 되어 있고, 도로 폭도 넓고, 중앙분리대도 엄청 넓고 이 정도면 최상급 도로다. 그런데 큰 도로를 타서 일까? 톨 게이트가 엄청 자주 나오는 것 같다. (오늘 낸 톨비 : 2~3페소 씩 5번) 페루, 혹은 다른 남미 나라들의 경우 톨게이트마다 경찰들이 있어서, 톨게이트마다 검문 받고, 또 때때로 검문 받고 해서 하루에 수 많은 경찰들을 만나게 되는 게 보통인데, 아르헨티나는 톨게이트를 지키는 경찰이 없으니 좀 살 만 하다. 악명 높은 Bs As의 경찰들도 이미 피해갔고, 고속도로에서도 우릴 괴롭히는 경찰이 적으니 아르헨티나는 좋은 나라^^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고 장거리 운전을 하는 팬더, 조금은 이 기분이 낯선가 보다. 그리고 잠이 부족한 탓인지 졸리기 까지. 팬더도 나도 어제 잠을 많이 못 잔게 데미지가 꽤 크다. 아무튼 겸사 겸사 휴게소에 들른다.
아르헨티나의 휴게소 역시, 남미 최고 시설을 자랑하는 곳 중 하나다. 주유소가 하나의 휴게소 개념인데, 주유소마다 작은 휴게소를 만들어서 손님들을 유치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자주 가는 YPF라는 주유소는 주유하는 곳, 공기압 & 냉각수 체크 하는 곳, 타이어 수리점, 까페테리아 겸 매점, 화장실, 피크닉 테이블 등의 편리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뭐, 다른 주유소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갖추고 있지만, 기름값도 적당하고 가장 많은 체인점을 가진 것이 신뢰할 만 해서 우린 YPF만 간다. 이 YPF 까페테리아 중에 규모가 큰 곳은 대부분 Wi - Fi 까지 제공 한다. 비밀 번호 없이 열어 놓기도 하고, 카운터에 요구하면 복권처럼 생긴 동전으로 긁어서 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의 비밀번호 카드를 준다.
우리도 쉴 겸 해서, 인터넷으로 블로그와 페이스 북 등을 확인 해 보았다. 참 좋은 시스템을 가진 아르헨티나 고속도로 주유소? 혹은 휴게소? 정말 최고다!! 요즘 우리나라도 휴게소에서 와이파이가 되나? 우리 나라 휴게소를 안 가 본지 너무 오래라… 잘 모르겠지만, 아르헨티나 휴게소 시스템은 정말이지 감동스럽다. 아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등의 이미 지나온 다른 남미 나라들과 비교 되서 더 감동이 큰 것 같다.
<레꼴레따에서 산 귀걸이>
한 참 팬더가 운전을 하는 중에… 핸들이 이상하다고 한다. 분명히 핸들을 똑 바로 두면 오른쪽으로 나가는 것. 왼쪽으로 핸들을 꽤 많이 돌려야만 앞으로 나가는 것이… 얼라이먼트가 잘 못 된 것이 틀림 없다. 지난 번 차 수리 할 때, 믿음직스럽지 못한 곳에 가서이다. 그때도 얼라이먼트를 차라리 안 받겠다고 싸웠지만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해서 하긴 했었는데… 차를 들어 올려서 눈으로 차 밑바닥을 살펴 보더니, 드라이버로 몇 번 건드린 것이 전부. 기계도 없이 아저씨 눈과 손으로만 한다는 것이 너무도 의심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얼라이먼트를 받았는데, 역시나!! 이렇게 말썽을 부린다.
결국 주유소 부설 타이어수리점에 가 봤더니 기계가 있어서 얼라이먼트를 새로 받기로 했다. 가격은 무려 110페소. 지난 번 얼라이먼트 80페소와 합하면 190페소 짜리 얼라이먼트를 받은 셈이다. 기계로 하는 얼라이먼트라 지난 번 보다 100배 10,000배는 더 믿음직스럽다. 팬더가 뭐가 문제였냐고 물어 보니, 양쪽 다 안 맞아서 새로 조정을 했다고 한다. 우이씌 ~ 지난 번 그 집이 문제다. 아무튼 시운전까지 마치고, 합격!! 으릉아, 잘 부탁해!!
잠시 쉬는 김에 매점에 들어가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면서 인터넷도 하고, 가이드 북도 살펴 보는 데, 론니에서 오늘 목적지인 산타 로사에 굉장히 훌륭한 공짜 캠핑장이 있다는 것이다. 예쁜 호숫가에 있는 캠핑장인데, 예쁘고 운동하는 공간에 빠리샤에 핫샤워까지 가능한 곳이 공짜라고? 믿기 어렵지만, OK!! 거기로 가자~
가는 길에 펼쳐 진 엄청 아름다운 풍경에 행복해진다. 역시, 부에노스 밖으로 나오 길 잘했어. 나름 바쁘긴 했지만 뻔한 일상이라 조금은 루즈해졌었는데, 오랜만에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 볼 수 있어서 참 감사한 일이다. 해 질 무렵에 실루엣이 너무나 멋스러운 나무와의 하모니가 엽서 사진 마냥 아름답다. 겨울을 지나 봄이 되는 중이라, 또 계속해서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으니 점점 해가 길어져 7시가 넘어서야 노을이 펼쳐지니, 여행자들에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드디어 고급스러운 동네인 산타 로사에 도착해, 그 최고시설 공짜 캠핑장으로 바로 직행한다. 도시의 끝 호숫가에 위치한 이 곳은 석촌호수만한 크기, 많은 동네 주민들이 조깅을 비롯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고, 매우 안전해 보였다. 그리고 운동장엔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학생들도 보이고… 한 바퀴 호수를 돌아 볼 수 있는 산책로, 곳곳에 예쁜 공원들을 조성해서 마을 주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캠핑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볼까? 빠리샤 하는 주변에 있는 화장실은 물은 물론 안 내려가는 더러운 공중화장실의 표본이었고, 그 어떤 곳에서도 텐트를 필 수 있는 곳 혹은 핫샤워 장은 찾을 수 없었다. 캠핑의 성수기는 12월이라 아직 문을 안 열었을 가능성, 책 저자가 이 곳에 와 보지 않고 책을 써서 정보의 미정확함의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9월의 너무 이른 캠핑시기 라지만, 사용 중지 되어 있는 핫샤워 장이라도 보여야 할 텐데… 그 것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 하니, 후자의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그럼 이제 우리 어디서 자지?ㅠ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다가 발견한 인터넷 존에 우선 자리를 잡고 인터넷을 하고, 그대로 차에서 잠 드는 방향으로 해야겠다. 그래도 인터넷 되는 공원에서의 노숙, 첫 출발치고는 훌륭하다.
<공원에서 인터넷 됩니당~!>
<산타 로사 호수 공원>
점점 아르헨티나 라는 나라를 알아갈 수록, 제도적인 면이나 시스템적인 면에서 굉장히 발전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부패한 경찰처럼 그 업무를 집행하는 사람이 이상한 경우도 있지만, 그건 집행하는 사람의 문제인 것이다. 쭉쭉 뻗은 멋진 도로를 가진 나라 아르헨티나, 더 이상 노상방뇨할 필요 없이 편리하게 휴게소가 잘 되어 있는 나라 아르헨티나, 휴게소에서도, 공원에서도 인터넷 존이 있는 아르헨티나, 이것이 오늘 하루 동안 느낀 대단한 나라 아르헨티나의 모습이다.
Amazing Argent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