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 As] 루한 동물원으로 소풍! ^-^
Sep 18 Sat 2010
따르르릉~ 따르르릉~ 얼마 못 잔 것 같은데, 벌써 야속하게 울려 되는 자명종! 으~ 괴로워라~ 시간을 확인해 보니 8시. 난 당연스레 자명종을 끄고 한 숨 더 자려는데… 팬더가 지금 일어나야 한다고 한다. 분명 어젠 우리 10시 출발하기로 했는데, 내가 잠이 들고 난 뒤, 8시로 앞 당겼다고 한다. 난 팬더가 혹시 날 골탕 먹이려 거짓말을 하는 가 싶어 살짝 의심 해 봤지만… 거짓말 하는 눈치가 아니라 벌떡 일어나서 잽싸게 외출 준비를 마친다.
아침으로는 볶음밤, 점심 도시락도 볶음밥이다. 한 번에 많이 볶아서 아침도 먹고, 점심도 먹고, 간편해서 좋다. 가방에 물 한 병, 귤과 바나나, 도시락 통을 넣으니 꽤 무게가 나간다. 다 우리가 먹을 것들이다.
아직은 눈이 덜 떠진 상태로, 지하철을 타기 위해 까떼드랄 역으로 간다. 아르헨티나 지하철은 들어 갈 때부터 방향이 정해진 경우가 많아서 입구에 들어가기 전부터 방향을 살펴야 하지만, 까떼드랄 역은 종점이니 고민 할 필요도 없이 아무 방향이나 쏙 내려 간다.
우리가 내릴 역은 플라싸 데 이딸리아, 이탈리아 광장 역이다. 이 곳에서 57번 버스를 타고, 2시간 정도 가면 오늘 갈 곳인 루한 동물원이 나온다. 루한시에 있는 루한 동물원은 가깝게 동물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 하다. 직접 가서 그 유명세를 확인 해 주고 와야겠다.
버스 정류장 바로 옆에 있는 사무실에서 미리 왕복 표를 구입 한다. 1인당 왕복 20페소, 당장 쓸 것은 영수증 종이로, 나중에 쓸 것은 카드에 돈을 충전해서 준다. 그리고 루한 이라고 적힌 팻말 뒤에 가지런히 줄을 선다. 같은 57번 버스라도 종점이 다르니, 꼭 종점을 확인하고 줄을 서야 한다. 번호만 보고 다른 버스 탈 뻔 했다. ㅠ
<57번 버스 터미널. 여기서 표를 삽니다. 왕복 표를 사면 좋습니다.>
소풍 갈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식. 충분히 준비 해 왔지만, 또 정류장에서 파는 츄러스가 너무 맛나게 보인다. 결국 초콜릿 맛 과 둘세 데 레체가 든 것으로 4개 구입 후, 2개 추가 구입. 같은 가격이지만 초콜릿이 훨씬 무겁고 맛있어서 더더더 좋다. 가격은 개당 1.5페소.
1등으로 줄을 서서, 가장 앞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가장 넓은 좌석인 맨 앞자리, 그런데 알고 보니 맨 앞자리는 노약자 우선 좌석이라 오래 앉아 가기 위해선 두 번째 줄이 최선의 선택 이었을 수도 있다. 우린 그렇게 앉아서 약 2시간을 탔더니, 루한 동물원 앞에서 정차! 와 동물원이다~~
동물원 입장료는 1인당 40페소로 상당히 비싼 편 이었다. 게다가 입구에서 파는 동물 모이도 하나 구입 했다. 큰 동물 모이 하나가 10페소 였는데, 그 안에 작은 봉지로 4봉지가 들어 있어 하나 씩 들고 다니며 동물 모이를 주기로 했다.
제일 먼저 간 곳은 화장실. ^^;; 그 후 염소와 돼지,양, 야마, 토끼 등의 동물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조금씩 밥도 주고, 우리를 무섭도록 쫓아 다니는 오리와 거위 등의 큰 새들에게도 모이를 나눠 줬다. 다들 모이에 눈이 멀어서, 사람만 보면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채는 그들. 그리고 너무 많이 모이를 먹은 탓인지 이빨로 거의 썩어 있어, 안쓰러움을 자아 낸다. 이 들은 이 곳에서 배불리 먹고는 있지만 과연 행복할까? 야생성을 잃은 채로 행복할까?
그 후, 아기 사자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가봤다. 아기 사자는 사육사가 주는 우유를 받아 먹으며 너무나 순하게 사진 모델이 되어 있었다. 우리에게 사자를 만지게 해 주고, 우리를 사자 뒤에 세워 놓고 사진을 찍은 뒤 급하게 나눠주는 번호표, 이 번호표를 가지고 포토존에 가면 인화를 해 주는 시스템이고, 당연히 상업을 목적으로 찍어주는 사진이기에 가격도 꽤 비싸다. 동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지만, 상업화의 노예가 된 동물들이 가여웠다.
<토끼가 토끼를 만났을 때.......팬더는???? 중국으로..ㅋ>
<아가 사자랑>
음식이 든 가방이 너무 무거워 져, 얼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날씨도 좋고, 적당한 야외용 테이블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기분이 참 신난다. 오랜만에 소풍 나 온 기분. 다 같이 둘러 앉아 도시락을 열고, 사이 좋게 먹는 모습. 참 좋다. ^^ 양이 꽤 많았는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도시락을 깨끗이 비우느라 애썼다 .
다음 목적지는 낙타가 사는 곳. 입장권에 붙어 있는 티켓으로 낙타를 한 번 탈 수 있다고 하니, 줄을 서 볼까? 난 인도와 호주에서 낙타를 타 본 적이 있기에 무덤덤 했지만, 팬더는 낙타를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어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차례를 기다려서 탄 낙타. 역시나 작은 원의 반 바퀴쯤 왔을 때, 아까 사자 우리에서 처럼 사진사가 튀어 나와 우리 사진을 찍어가고 번호표를 하나 쥐어줬고, 나머지 반 바퀴가 끝나자 낙타에서 내렸다. 2분도 채 안 걸린 낙타 타기, 역시나 사진 찍어주고 사진 팔아 먹으려는 얄팍한 상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점점 실망스워지는 루한 동물원.
매점에 들러 커피 혹은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는 잠시 대화를 나누다, 다시 코끼리가 사는 곳으로 출발 했다. 이 곳도 줄을 서서 코끼리에게 먹이를 줄 수 있었는데, 당근을 쌓아 놓고 그 것을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면, 또 타이밍을 잘 맞춰서 사진사가 사진을 찍고는 번효표를 건넨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업적인 이 곳. 동물들을 가까이 볼 수 있긴 하지만, 돈벌이의 적나라한 수단이 되어 버린 동물들의 모습이 너무 슬펐다.
뒤 이어 물개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자, 물개용 먹이 생선토막을 또 판매중이었다. 우린 사지 않았지만 주위를 둘러 보니,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그러한 먹이들을 사 주면 아이들이 동물들에게 먹이를 던지는 그런 뻔한 풍경들이 연출 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안 쪽으로 들어 가니 사슴, 엘크, 빅혼쉽 등등의 예쁜 뿔 달린 짐슴들이 모여 사는 곳도 있었다.
<코끼리는........................정말정말정말 크다~!!!!!!!!!!!!!!>
<남은 모이는~~~~휘리리리리릭~~ 다 먹어랏~!!>
<루돌프 토끼 ㅋㅋㅋ>
<산양 팬더>
오랜만의 나들이, 소풍이란 점에선 오늘이 너무 좋았지만,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을 보니, 불쌍하고 슬퍼져 동물원 자체는 별로 였다. 혹은 미국에서 시월드, 디즈니월드- 애니멀킹덤 등을 보고 나서 눈이 높아져 그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기대이하에 실망스러웠던 루한 동물원. 이제는 집에 갈 시간이다. 다시 약 2시간의 버스를 탈 생각 하니, 벌써부터 지겹지만 다른 방법은 없다.
오늘은 토요일. 생각해 보니, 레꼴레따 주말 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산텔모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 하고 예쁜 물건들을 많이 파는 이 곳. 아마 오늘이 마지막으로 갈 수 있는 날이겠지? 마침 은희언니도 레꼴레따 시장에 간다고 하니, 우리 셋은 레꼴레따 시장으로 가고 주원언니는 아직 못 본 엘 아떼네오 서점으로 갔다.
레꼴레따 지구가 부촌으로 소문 난 곳이라 그런지, 지나가는 길에 있는 미용실 규모만 봐도 보통이 아니구나 싶다. 다른 남미 국가에선 대형 미용실을 볼 수 없었는데, 아르헨티나에선 볼 수 있는 대형 미용실. 확실히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 구나.
여전히 정신 없고 사랑스러운 레꼴레따 주말 시장. 빨간색 귀걸이를 하나 구입 했다. 가격도 저렴하고 실로 만든 수공예품이라 예쁘기도 하고. 자꾸 안 산다고 마음 먹어도 항상 나오면 꼭 하나라도 사게 되는 이 변덕. 예쁜 가죽 가방이 있으면 구입하려고 살펴 봤지만, 난 아무래도 아르헨티나를 나가기 전 프루네 아울렛을 가야할 것 같다. 팬더는 노트북이 들어갈 만한 사이즈의 가방을 찾다 보니 쉽게 찾을 수 없고… 맘에 드는 물건 하나 구입하기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오늘 저녁은 스테이크. ^^ 1층 중국슈퍼에서 비페 데 초리쏘 혹은 비페 데 로모를 사서 구워 먹으면 실패할 확륙이 매우 적다. 4명을 위한 스테이크용 고기 1.8kg. 너무 많으면 어쩌나 고민 했는데, 많기는 커녕 살짝 아쉬울 정도로 부족 했다. 행복하고 맛난 아르헨티나 쇠고기 스테이크~ 매일 먹어도 안 질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