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 As] 준영이와 함께 하는 Santelmo 일요 시장 나들이 ~*
Aug 15 Sun 2010
오늘은 일찍 일어나야지~ 라고 다짐했지만, 눈 뜨니 오전 10시가 후딱 지나가 있다. 역시, 이 곳에서 일찍 일어나기란… 정말 어려운 곳.
오늘 준영이는 4시 반에 이과수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떠난다. 조금 더 늦게 출발했으면 좋으려만… 너무 애매한 시간이다. 아무튼 조금은 서둘러서 산뗄모 시장으로 나가 본다. 우리도 첫 주는 강추위에 일찍 돌아와야 했고, 둘 째주는 호스텔 지키느라 나가보지도 못 했으니, 오늘 만큼은 산텔모 시장 끝까지 가 보고 싶은데… 가능 할까? @.@
우리 집에서 가까운 5월 광장 쪽에서 우린 시장을 시작 한다. 오리지널은 반대쪽 도레고 광장 쪽이지만, 시간 안에 거기까지 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우선 시장 입구에서 츄로스 하나 씩 사서 입에 물고는, 이리 저리 시장 구경을 시작 한다. 준영이는 관심 없는 표정으로 물건들을 쓰윽 훝어 보기만 한다. 저대로 두었다가는 아무 것도 안 사고 돌아 갈 것만 같아, 결국은 우리가 나서서 준영이의 쇼핑을 도와주기로 했다.
우선, 태어나서 한 번도 장신구를 착용해 본 적 없다는 준영이의 말에 놀란 우리는 가벼운 아이템인 팔찌부터 권해 준다. 아버지께서 하신 " 귀 뚫으면 죽여버리겠다" 는 엄포에 놀라 지금 껏 귀걸이는 커녕 어떠한 악세서리도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히피 아주머니가 만들어 파는 시원한 느낌의 팔찌 두개를 조금 깎아서 구입 후, 아주머니와 기념 촬영도 마치니 준영이의 기분도 up된 것 같다.
그리고 후배 선물로 작은 가죽 가방 하나, 선배 선물 + 본인 용으로 가죽 지갑 하나씩, 그리고 본인 용 목걸이, 아버지와 본인 용 가죽벨트도 하나씩 구입. 역시, 아르헨티나에선 가죽 구입이 최고다.
<벨트에 유난히 관심이 많던 준영이>
<쇼핑 도우미 토끼>
<팔찌를 2개 사고 주인 아줌마랑 한 컷 찍어본다.>
<지금 쯤 아빠의 벨트가 되었겠지??>
쌀쌀한 날씨에 감기 들겠다 싶어, 근처 레스토랑으로 들어 섰다.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따듯한 음료 한 잔이 그리웠다. 팬더는 카푸치노, 준영이와 나는 숩마리노를 주문 했다. 숩마리노는 스페인어로는 잠수함이란 뜻으로, 따듯한 우유에 밑에 가라 앉아 있는 초콜렛을 잘 저어서 먹는 아르헨티나에서 사랑 받는 메뉴이다. 커피에도 차에도, 알코올에도 민감한 나에게 숩마리노는 하늘이 내려 준 사랑스런 음료!!
몸 좀 녹이고, 다시 거리로 나가 보니 거리 공연이 한창이다. 쌈바로 추정되는 리듬에 맞춰 카니발 때 처럼 몸을 신나게 흔들어 댄다. 보는 우리까지 덩실 덩실 신난다. 하지만, 우린 집에 가야 할 시간. 준영이 이과수 가는 시간에 맞춰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
혹시 배가 고플까 싶어 엠파나다 몇 개를 사들고는 오면서 뚝딱 해치워 버리는 정민 & 준영 사촌형제들. ㅋㅋ 보고 있으면 닮은 점들이 많다.
경재씨와 용씨, 준영이 이렇게 셋을 터미널까지 택시에 태워 보내고 돌아 오는데, 몇 일간 조용하겠다 싶다. 그래도 마침 이과수 가는 사람들, 거기다 믿음직한 사람들이 있어 준영이를 부탁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형들이랑 즐거운 시간 보내렴~ :)
오늘 저녁은 곰곰오빠가 술 먹자고 해서, 푸짐한 안주와 술을 먹기로 했다. 메뉴는 팬더가 엄청 좋아라 하는 양념치킨 등등등 ~ 곰곰오빠가 100페소를 내기로 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나머지 금액을 나눠서 부담하기로 하고 장을 보러 갔는데… 생각 보다 금액이 너무 많이 나와 버린 것이다. 헉, 어쩌지. 내 생각엔 곰곰오빠 혼자서 부담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어차피 같이 먹을 거면 같이 부담을 하는 것이 옳다고 여겼기 때문에, 한 사람이 많이 부담하지 말고, 공평하게 한 사람 당 30페소씩 걷기로 했다. 그런데 장모씨가 너무 많다고 놀라는 바람에 곰곰오빠가 자기가 다 부담할테니 10페소씩만 걷으라고 한 것이다.
난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같은 장기 여행자들끼리, 그것도 돈 벌면서 여행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맨날 내는 사람만 내는 건지. 맘에 들지 않으면 자기가 안 먹으면 그만인데. 클럽 입장료는 60페소씩 내고도 잘 들어가면서, 술+안주가 30페소라고 놀라는 건 뭐지…?? 사실 그 금액에는 이미 개인 돈으로 장 봐 둔 것들은 포함되지도 않은 금액인데… 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들은 무시하는 걸까. 그리고 맨날 본인도 아껴 쓰며 여행하는데… 많은 돈을 혼자 부담하는 게 못내 안쓰럽고, 싫었다. 그래서 내가 나서서 챙겨 준 것인데, 한 사람 때문에 기분이 상하고, 또 그 한 사람 때문에 놀라서 곰곰오빠가 모든 걸 다 부담하는 게 싫었다.
결국 그 자리에 있는 게 싫어 방으로 들어 와 버렸다. 보기 싫은 사람은 안 보면 그만이지 뭐. 그런데 내가 방에 들어 와 있는 게 걱정 되었는지 곰곰오빠가 와서 얼른 나오라고 한다. 혹시나 사람들이 내 눈치 볼까 봐서 밖에 나와 앉아 있는데, 음식이 입으로 들어 가는 지 아닌 지 영 불편하기만 하다. 그렇게 불편하게 몇 시간을 앉아 있다가 방에 들어오니 왜 이렇게 지치던지. 결국은 맘이 불편했던 게 날 체하게 했는지,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먹은 걸 다 토하고 나서야 다시 잠 들 수 있었다. 인간관계, 그리고 돈, 돈과 얽힌 인간관계, 내가 싫어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