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piza - Villazon] 강풍으로 황량한 도시 빌야손
Jul 18 Sun 2010
오늘은 투피싸를 떠나는 날. 투피싸에서 한 거라고는 편히 쉰 것 밖에는 없지만, 이 도시 보다는 지금까지 중 가장 좋았던 숙소를 떠나기가 아쉽다. 어린왕자 아저씨는 아침 일찍 떠나고, 우리도 뒤 이어서 떠난다.
가기 전 기름 넣고 가기 위해 주유소에 들렀는데, 강풍 때문에 전봇대가 쓰러져 전기가 코차밤바 부터 끊겼다고 한다. 전기가 안 들어오니 주유소에선 기름을 팔지 않는다. 빌야손까지 갈 기름은 충분하지만, 볼리비아 기름값이 유난히 싸니 기름을 잔뜩 채우고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계획이 틀어진다. 여러 군데 수소문을 해 보았지만, 그 곳 주유소가 이 마을의 유일한 주유소. 이 곳 투피사에서 하루 더 머물던지, 아님 국경마을 빌야손에서 하루를 자던지, 아님 기름 문제를 깨끗이 잊고 볼리비아를 떠나는 방법도 있다. 이미 짐 빼서 나온 상황이라 팬더는 못 먹어도 "고!"라고 외치며 출발 한다. 우선국경 마을인 빌야손으로 가 보기로 했다.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난 팬더.>
<호텔 미트루 앞.>
가는 길은 듣던 대로 포장도로 반, 비포장 반으로 우유니 - 투피싸 구간 보다 훨씬 나은 도로 조건 이었지만 너무 잦은 포장- 비포장 - 포장 - 비포장 교체로 빠른 속도 조절 능력과 매의 눈 같은 시야를 필요로 했다.
약 두 시간쯤 달리자 '빌야손' 이라는 국경 마을이 나오고, 그 구간 부터는 GPS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르헨티나 맵을 가지고 있는데, 볼리비아 국경 마을부터 표시가 되고 있었다. 이제 부터는 운전 하기가 한결 쉽겠다.
<뚜삐싸에서 나가는 길.>
<오늘도 바람이.............헉~!>
<오늘이 마지막 비포장 길이길....바라며.>
<이젠 굴이니??>
<읏.. 잼있따 ㅋㅋ>
<반짝 반짝 빛나는 보석같은 돌이 박힌 절벽도 만났습니다.>
<한참 도로 포장 중인 것 같아요. 그래서 포장 반, 비포장 반..>
우선은 국경쪽으로 차를 돌려서 잠시 세워두고, 국경 직원에게 몇 가지 궁금한 걸 묻기 위해 다녀 왔다. 아르헨티나는 보험이 필수인 나라라 국경에서 보험이 없으면 입국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국경에 잠시 차를 세워 두고는 보험 회사에 가서 보험을 가입한 후에야 입국이 허가 된다고 하니, 오늘은 일요일이라 보험 회사도 문을 열지 않아 월요일인 내일 입국 해야만 했다. OK. 그럼 지금 부터 오늘 잘 숙소를 알아 보러 가야겠군.
<아르헨티나 국기가 보입니다.>
론니 플래닛을 번쩍 펼쳐 보자(가끔 속기도 하지만, 궁금할 때 물어보기가 가장 좋은 친구^^) 친절하게도 숙박란에 이렇게 써 있었다. 혼란스러운 이 곳에서 가장 좋은 옵션은 근처의 아르헨티나 마을로 건너가 자는 것이라고. 뭐야!! 오늘 무조건 여기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우리에겐 해당이 되지 않는 사항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시설 좋은 투피싸 호텔에서 하루 더 자고 올 것을. 이 곳에서 피치 못하게 숙박을 하게 된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몇 개의 리스트가 있었는데 모두 가 봤지만 하나 같이 춥고 지저분하고 푹 꺼진 침대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 뒤쪽으로 좋아 보이는 시설의 호텔이 하나 있었지만, 주차장이 없어 그 곳에서 잘 수도 없었다. 결국 발품을 팔고 팔아 돌아다니고 결정한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주차장을 가지고 있는 저렴한 알로하미엔또. 흔히 드라마에서 못 사는 역할로 출연하는 주인공들이 사는 곳 같은 방에서 오늘 하루 자기로 했다. 가끔 거짓말을 하는 론니지만, 오늘은 정말 사실대로 말해줬구나. 40볼리비아노(약 6,800원)로 정말 싸긴 싸다.
코차밤바부터 시작된 정전으로,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우린 과자나 사 먹고 오자는 생각에 밖으로 나갔는데, 엄청난 강풍이 우리의 몸을 훝고 지나 간다. 눈을 제대로 뜨기가 어렵게 모래 먼지들이 날라 다니고 마을은 온통 거센 모래 바람으로 거친 황토색이 되어 버렸다. 슈퍼 마켓보다 먼저 발견한 초리빤(수제 소시지를 넣은 핫도그)노점상에서 초리빤만 각자 하나씩 포장에서 들고 돌아 왔다. (개당 6 볼리비아노 : 약 1,000원) 아직 천원으로 간단한 한끼 식사를 해결 할 수 있는 나라 볼리비아. 아르헨티나부턴 조금 비싸지겠지?
초리빤 하나씩 들고 숙소로 털레 털레 걸어 오니, 급속도로 해가 퇴근을 해 버리고, 전기도 안 들어오는 마을은 참 심심해 졌다. 우린 이 때를 대비한 으릉이 영화관을 개관!! 첫 번째 영화는 '어깨 너머의 연인'으로 얼마 전, 우유니에서 만난 한국인 언니가 옮겨 준 영화인데 마르코가 나오는 영화 였다. 우린 중간 중간 마르코가 섞어 쓰는 스페인어가 어찌나 반갑던지… ^^* 팬더는 영화 보는 데 입이 심심했는지 나가서 과자를 구해 왔고, 뒤 이어 '셜록 홈즈' 몇일 전 보다가 잠이 들어 봤던데 부터 이어서 보는 데, 화면 속 영국이 참 아름다워 보인다. 언젠가는 꼭 가 보고 싶다. 그리고 이어서 'Enchanted' 동화 속 공주님이 현실 속으로 나온 유쾌한 상상으로 만든 디즈니 영화 였다. 이렇게 연달아 3편의 영화를 끝냈더니, 잠이 스르륵 밀려 든다. 정전이 되어도 으릉이 시동 켜 놓고 노트북 연결 시켜 영화를 보면 사운드도 좋고, 강풍이 부는 이 도시에 따듯한 히터도 나오는 천국 같은 곳이다. 헤헷~ 으릉아 고마워!!
PS. 오늘 부터 토끼의 생일 주간이 시작 되었습니다. 빰빠라빠~ 빠빠빠~ 오늘 부터 일 주일 동안은 토끼의 생일 주간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