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ar de Uyuni] 볼리비아의 아우토반.
Jul 14 wed 2010
신기하게도 해가 뜰 때, 우리도 눈이 번쩍 떠 진다. 해가 뜨는 모습은 해가 지는 모습과 정확하게 거꾸로 재생이 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푸르스름한 새벽 빛 하늘과 붉은 태양 빛 의 그라데이션을 보지 않았다면, 어느 장면이 해가 뜨는 장면이고 어느 장면이 해가 지는 장면인지 모를 것이다. 이 미세한 차이는 둘의 위치에 있다. 해가 지는 장면에선 푸른 빛이 아래에, 붉은 빛이 위에 있지만, 해가 뜨는 장면에선 붉은 빛이 아래에, 푸른 빛이 위에 있다. 시린 추위에 직접 밖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차 안에서 이런 경치를 감상하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다.
<으릉이 안에서 보는 일출.....아..해가 뜬다~~근데 너무 추웠다..흑......얼른 좀 떠라 이 놈아`!>
오늘의 아침 식사는 고산병을 물리쳐 주는 꼬까차, 그리고 계란 프라이 2개 씩, 구운 소시지와 구운 토마토 적당히, 빵 두 쪽씩. 그리고 취향에 맞게 뿌려 먹는 케찹, 마요네스, 머스터드, BBQ, 딸기쨈, 땅콩쨈, 망고쨈 등등. 나름 호화스러운 아침을 먹으니 추위를 물리칠 기운이 번쩍 솟는 듯 하다.
<오늘의 아침. 맛있겠죵~~ 당분간 계속 같은 아침을 먹을 듯 ^^;>
어제 만난 한국인 언니네 투어차는 12시에 픽업을 와서 플라밍고를 보고는 우유니 마을로 돌아 간다고 한다. 12시는 너무 늦은 것 같은데… 남의 일에 참견하는 건 실례라는 생각이 들어 적극적인 개입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였으면 투어 회사와 싸웠을지도 모른다. 앞에 나서서 일을 처리하는 밉상 일본 남자가 과테말라 아띠뜰란 호수에서 일본 식당 갈 때 설치던 앞잡이와 인상이 겹쳐 진다. 앞에 나섰으면 야무지고 깔끔하게 일을 마무리 해야지, 떠 벌려 놓고 대충 하는 성격의 사람들. 참 싫다.
우리는 시간이 넉넉한 사람들이니 투어차가 오면 같이 움직이기 위해 기다리기로 했다. 그 사이 우린 귤도 까 먹고, 태극기와 사진도 찍고, 체스도 한 판 두었다. 투어 차가 몰리는 시간이 되면서, 역시나 우리 체스판에 눈 독을 들이는 사람들도 늘어 났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대신 체스판 앞에 앉아서 사진 한 번만 찍어도 되냐고 부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시 봐도 예쁜 우리 체스판^^
<국기가 모인 곳에 태극기도 있습니다.>
<호주 국기. ㅋㅋㅋㅋㅋ 정말 작다.>
<토끼와 팬더. 팬더의 수작입니다.>
<페루에서 사온 잉카콜라. 우유니에서 마실려고 아껴둔 것이예요. 드디어 빛을 발합니다.>
<우유니에서 체스한판. >
12시가 넘어도 언니네 투어 차는 올 생각을 안 하고… 우린 너구리를 끓여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언니 혼자만 있으면 같이 불러다 먹고 싶지만, 밉상 일본인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살짝 가서 물어 보니, 그냥 우리끼리 먹으라고 한다. 마음은 조금 불편하지만, 뭐.
기다려도 안 오는 투어차를 기다리다, 우리 먼저 출발하기로 했다. 12시에 오기로 한 투어차가 오지 않아 점심도 못 먹는 언니 팀이 불쌍하다. 다른 투어 차 운전 기사 아저씨 말로는 이 근처에 플라밍고가 없어 먼 호수 근처까지 가야만 플라밍고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린 그 사실을 언니에게도 알렸다. 혹시 이대로 오지 않으면, 속은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 된다.
<소금 사막 내부>
<소금으로 만든 조각이 있는 곳 입구에 씌여진 한국어>
<소금으로 만든 의자와 식탁...우앙~>
우린 소금 호텔을 떠나 물고기 섬으로 가 보기로 했다. 생긴 게 물고기 모양이라 물고기 섬이라 불린다고 하는데, 지도로 봐서는 도저히 모르겠다. 물고기랑 전혀 닮지 않았는데… 이상 하네. 물고기 섬까지는 오랜만에 내가 운전해 보기로 했다. 그냥 뻥 뚫린 공터에, 차선도 없고 신호도 없는 범퍼카 타는 기분이라 운전에 자신 없는 나도 신나게 밞을 수 있다. 볼리비아의 비포장도로에 익숙해져 있다가 오랜만에 쫙~ 나가는 우리 으릉이 모습이 대견하다. 이 곳에선 시속 120, 130까지 밟아도 잘 나가는 게, 이 곳이야 말로 볼리비아의 아우토반이다. 따로 길이 없다 보니, 내가 가고 싶은 대로, 길을 만들면서 나가는 기분도 끝내 준다.
<그럼 이제 한번 신나게 달려 보겠습니다.>
<앞 뒤......모두 하얀색 벌판만 이어질 뿐...>
<거칠게 없답니다~!!!>
<캐나다 이 후, 처음 운전 토끼가 되어보는데..>
<구글 어스에서도 으릉이가 보이네요 . 붉은 색 자동차.>
<이 많은 자동차 바퀴 자국 중에 우리 으릉이 것도 있어요.>
15 볼리비아노 입장료(팬더 왈: 지금은 아르헨티나..물가가 엄청 비싸다. 입장료 15 =2us$. 헐......볼리비아에 있을땐 정말 구두쉬였나?? 겨우 2500원 입장료라고 들어가지도 않았다니....쯧.....ㅠㅠ)를 받는 물고기 섬에 들어가는 게 선뜻 내키지가 않는다. 우린 섬 뒤쪽으로 차를 몰아 정차 해 놓고 내려서 신기하게 생긴 선인장들을 구경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자전거를 타고 순찰하는 아저씨. 우리에게 이 곳에 개가 돌아 다니면서 사람을 무는 데 위험하다고 얼른 입구로 가서 돈을 내라고 한다. 개랑 입장료랑? 뭔가 이상 했지만 그냥 알았다고 하고 아저씨를 보냈다. 잠시 후 반대편에서 아저씨가 다시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 이 곳에 차를 세우는 게 불법이라고 얼른 입구에 가서 돈을 내라고 한다. 뭐야? 갖가지 다른 이유들을 열거하는데, 결론은 입장료를 빨리 내라는 것이다. 우리가 믿지 못하는 얼굴을 하자, 이 곳의 소금이 다른 곳보다 얕아서 차를 세우면 위험하다고 빨리 입구로 가서 돈을 내라는 것이다.
아저씨의 의견은, 1. 사람을 무는 개가 돌아다녀 위험하니 얼른 입구로 가서 돈을 내라.
2. 이 곳에 차를 정차 하는 게 불법이니 얼른 입구로 가서 돈을 내라.
3. 이 곳 소금 지반이 얕아서 위험하니 얼른 입구로 가서 돈을 내라.
<물고기 섬 입구. 옆..에서 우린 놀고 있는데...>
<엄청난 선인장들.>
<멀리서 다가오는 작은 그림자..자전거 아저씨~! 망할~!>
우리는 선인장도 충분히 봤고, 물고기 섬을 떠나 이름 없는 다른 섬으로 가기로 했다. GPS에서 보이는 차의 방향과 자연 지형물들이 훌륭한 지도가 되어 주기에 근처에 아무도 없는 작은 섬 앞에 차를 세웠다. 우리에게 자꾸 돈을 내라는 아저씨도 없고, 아무도 없는 게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하다. 팬더는 언덕에 올라가 사진을 찍겠다고 성큼 성큼 올라가고 나는 차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난 차에서 바라 보는 이 풍경이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게 예쁘고 좋은데 굳이 올라갈 필요를 못 느껴서다. 올라갈 때는 성큼 성큼 갔지만 내려올 때는 쩔쩔매는 팬더의 모습을 보니, 안 올라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팬더 혼자 섬에 올라갑니다.>
<가뭄의 논바닥처럼 갈라진 사막. >
<사막의 남쪽 방향. 칠레 쪽으로 가는 길목이랍니다.>
<가장 맘에 드는 사진으로 꼽습니다.>
잠시 후, 화산 근처 마을로 가 보기로 했다.(타우아 마을. 사막 북쪽에 위치한다.) 그 곳에서 하룻밤을 자고 내일 일찍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눈으로 보기에는 가까워 보이지만, 거리는 꽤 멀어서 한 시간은 넘게 최고속도로 꾸준히 가야 했다. 가는 길, 어제 언니에게 받은 컬투쇼 웃기는 사연만을 모아 놓은 MP3파일을 듣는데, 너무너무 웃긴다.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다니, 역시 우리는 한국 사람인가 보다.
점점 산이 가까워 지고, 우유니 사막을 벗어나는 출구 근처에 갔을 때 갑자기 물이 많아 진다. 이 곳도 '우유니의 눈' 처럼 유황 물이 지하에서 샘 솟는 지역인 것 같았다. 혹시 건넜다 이 곳에서 빼도 박도 못할까 걱정이 되는데, 용감한 팬더는 한 번 가보자고 한다. 눈 질끈 감고 물길을 운전해 가니, 생각 보다 깊지 않아 무사히 건널 수 있었다. 점점 오프로드 운전에 강해지는 팬더. 업그레이드가 한 창이다.
<넌 야마니???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답니다. 타우아 마을 입구.>
우유니 사막을 벗어나자 양쪽으로 길이 펼쳐지고, 우린 왼쪽 길로 먼저 가 보기로 했다. 왼쪽 길은 우리가 처음에 가려고 생각했던 따우아 마을이었다. 우유니 마을보다 100배는 더 조용하고 황폐한 게 우유니 마을로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곳에 처음 왔었으면 장도 보기 힘들었을 거다.
다시 길을 되 돌아와 오른쪽 길을 따라 가니, 화산으로 가는 길과 그 근처의 마을들이 나온다. 이번엔 길을 제대로 찾았다. 비 포장 안 좋은 길을 따라 가다 보니, 우유니 사막 안의 아우토반이 그리워 진다. 우린 플라밍고가 노니는 작은 호숫가 근처에 차를 세웠다. 어라~ 여기 플라밍고가 있네. 그 언니네 투어 차량이 온다는 곳이 아마 이 곳이었나 보다. 다른 투어차량들도 이 곳에 많이 서 있는 걸 보니 밤에 이 곳에 왔다가 다음 날 아침 전망대에 올라 가는 것이 코스인 것 같다.
이 곳에서 보는 우유니 사막은, 우리가 우유니 사막 안에 있을 때보다 더 아름다웠다. 파란 하늘, 하얀 소금 사막, 푸른 호수, 붉은 노을, 분홍 빛 플라밍, 초록 나무들. 존재하는 모든 색들이 향연을 벌이는 듯. 우린 또 넋을 잃고 만다. 우리의 혼을 여러 번 쏙 빼는 아름다운 우유니 소금 사막. 정말 오길 잘 했다. 투어가 아니라 으릉이를 데리고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수 만 번도 드는 곳이다.
<하늘색- 흰색- 갈색- 노랑.........신이 주신 자연이 아닐련지..>
<소금 사막구석에는 소들도 살고 있답니다. >
<보이는 것이 화산~!>
<홍학 보러 룰루랄라~~ 근데 바람은 어찌나 부는지..>
<그림자 놀이>
<팬더 + 토끼로 요상한 그림자도 만들어 보구요.. 경치가 좋으니 뭘해도 즐겁답니다.>
뒷 자리의 물건들을 밖으로 빼고, 차 안에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든다. 캠핑카가 절대 부럽지 않은 으릉카. 오늘의 저녁 메뉴는 카레 국수. 나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메뉴이지만, 맛이 괜찮을 것 같아 즉석에서 창조해 냈다. 양파와 소시지를 넣고 카레를 만들고, 그 안에 소면을 넣고 삶고, 삶은 계란 두 개씩 얹어 먹으면 영양만점 카레 국수 완성. 참 쉽지만, 참 맛있기도 했다. ㅋㅋ
휴지와 소량의 물로 설거지를 마치고, 미리 준비해 온 씻기 전용 물로 세수와 이빨 닦기도 마치고, 이불에 배를 깔고 누워 영화 한 편을 감상한다. '아바타' 한 때 유행했던 영화지만, 우리는 이제서야 처음 본다. 스토리도 물론 재밌었지만, 우린 외계 민족들이 추는 춤이 너무 재밌어서 자꾸만 따라하게 됐다.
아 즐겁다. 내일도 오늘 만큼만 즐거워라!!
<오늘의 잠자리. 요 담벼락 옆에서 곤히 자보렵니다요>
<카레~몸에 열이 납니다욧 >..< >
PS. 비상 기름통과 비상 기름을 넣기 위해 준비해 온 호스. 어항에서 물을 뺄 때처럼 호스로 기름통을 연결해서 주유를 하려고 했는데, 너무 짧아서 그런지 이 걸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반대쪽을 입으로 쭉 빨아봐도… 잘 되지 않는다. 이걸 어쩌지.
그러다 발명한 깔때기 ㅋ 생수 병 하나를 잘라서 깔때기를 만든 다음, 노란색 비상 기름통을 빨간색 비상 기름통으로 옮겨서 주유하는 방법이 있었다. 빨간색 비상 기름통은 바로 주유할 수 있도록 주유구가 달린 좋은 통이라 빨간색 통까지만 옮기면 주유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방법은 성공했고, 난 팬더로부터 지혜로운 토끼라 계속 칭찬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