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a - Nazca] 와이너리 투어 & 나스카 선 구경
Jun 08 Tue 2010
짜릿했던 버기투어를 경험하게 해 준, 페루 사막의 오아이스 마을 와카치나를 떠나 다시 북쪽으로 조금 올라 간다. 페루 이까의 자랑, 와이너리를 가기 위해서다. 페루에서 먹은 와인 중, '아, 맛이 좀 괜찮은데' 싶었던 것들은 모두 이까에서 온 와인들이었다. 건조하고 햇빛이 강한 이까지역은 포도가 자라기에 좋은 조건 이라고 한다.
우리가 간 곳은 무료 와이너리 투어도 할 수 있는 ' Bodega el catador ' 포도 수확철인 3월에는 축제가 열리는데, 발로 밟아서 포도 즙을 내는 행사, 포도 아가씨를 뽑는 행사 등이 주요 행사이다. 축제 기간인 3월에 방문 하면 재밌을 것 같다.
도착 하자마자, 한 청년이 투어를 할 것인지 물어 본다. 무료라고 하니, 당연히~ 한다. ^^ 우린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설명을 듣기 시작한다. 이 곳에서는 와인과 피스코 모두 생산하는 데, 와인의 경우 달콤한 와인만 생산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높은 온도 때문에 드라이한 와인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생산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장을 가지고 있는 큰 와이너리 같은 경우는 드라이한 와인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건 예외라고 한다.
피스코라는 술 이름이 붙은 데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스페인 사람들이 술을 먹다가 술 맛이 좋아서 '이건 대체 어디서 온 술이지?' 라고 물었더니 페루 사람들이 '삐스께'라고 대답을 했다고 한다. '삐스께' 란 피스코를 숙성시키던 단지 이름인데, 그 이름에서 연유되어 발음의 편의상 피스코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작업장을 둘러 보고는 다시 돌아 와 시음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향이 없는 논-아로마 피스코, 향이 나는 아모마 피스코, 그리고 그 둘을 섞은 것, 이렇게 3가지 종류의 피스코가 있었는데 나에게는 그 맛이 다 그 맛 같고 엄청 독하기만 했다. 팬더는 향이 없는 논-아로마 피스코가 낫다고 한다. 보통 스트레이트로 마실 땐 아로마를 먹고, '피스코 사워'같은 칵테일을 만들 때는 논-아로마 피스코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시음한 달콤한 디저트 와인. 가이드 말에 따르면 '사랑의 음료' 혹은 '아기 제조기' 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난 달달한 이 와인이 마음에 들었다. 난 역시, 술 맛을 제대로 모르는 게 분명하다. 독한 술을 못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은 요구르트 소주, 그리고 두 번째는 동동주, 그리고 세 번째는 달콤한 와인 혹은 맛있는 칵테일. ^^
마지막으로 크림을 섞은 베일리스 같은 술, 그리고 피스코를 이용해 만든 칵테일도 시음 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든 떼하(이까의 특산품으로 하얀 초콜릿 같은 스낵)와 망고 쨈도 시식하니 그 곳에서 파는 모든 것의 시식을 마친 셈이었다.
우린 논-아로마 피스코 1병, 디저트 와인 1병, 피스코 칵테일 1병, 망고쨈 1통을 구입하기로 했다. 가격은 다 합쳐서 81 솔레스 ( 약 34,300원). 가뜩이나 요즘 자금의 압박으로 긴축재정을 해야 할 때인데, 이렇게 또 지르다니… 흑흑 그래도 페루에 왔으면 페루 피스코 한 번 먹어봐야 하지 않겠어?!
<전통방식의 삐스코 저장고. 와인으로 치면 오크통과 같은 기능을 합니다.>
이제 나스카를 향해 출발이다. 가는 길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먹고, 슈퍼마켓에 들러 장도 보고는 나스카를 향해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 간다.
<이렇게 가다가 차를 세워두고 점심을 먹어용~>
-이제 출발~~~ 슝~~!!
이제 거의 나스카에 다 왔겠지? 그런데 사람들이 고속도로 중간에 기념품 장사를 하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하면 팔리겠어?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곳이 나스카 선을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 였다. 차를 한 켠에 세워 두고 우리도 나스카 라인을 구경하러 전망대로 올라 섰다. (1인당 2 솔레스)
전망대를 올라 서니, 살짝 무섭다. 튼튼한 전망대가 아닌 혹시 재수 없어서 무너져도 아.. 그럴 수 있겠구나 싶은 정도다. 용기를 내 밑을 내려다 보니, 커다란 '손' 과 '나무'가 보인다. 저걸 대체 누가 그린 거야? 추측하기로는 약 1,500년 전에 그려진 선이라는데 아직까지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게 너무 신기할 따름이다.
팬더는 나스카 라인 구경을 위해 경비행기 투어를 하고 싶어 했고, 나는 잘 모르겠다. 워낙 무서운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멀미도 잘 하는데 경 비행기 투어를 마치면 다들 "웩~"한다는 소리에 난 별로 땡기지가 않는다. 우린 다시 밑으로 내려 와서, 이번엔 자연전망대라고 불리는 작은 언덕으로 가서 작은 언덕에 올라가 보니, 눈에 보이는 건 물을 기원하는 의미라는 직선들만 보인다.
경비행기 투어를 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나스카 선들이 '나스카'라는 명성에 비해 시시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신기하기는 하지만, 다른 곳에 비해 큰 감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근처에 있는 마리아 라이헤 박물관에 팬더가 굳이 가고 싶다고 해서, 차를 다시 돌려서 박물관으로 갔다. 입장료는 1인당 5 솔레스. 아 한끼 식사 값인데… 난 왠지 별 것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가기는 했지만 들어가 보기로 했다.
마리아는 나스카 라인을 진지하게 연구 했던 독일의 학자로, 생전에 사용하던 방과 가구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마리아의 사진, 그리고 생전에 사용하던 땅의 측정 도구들과 미이라 한구, 그리고 그녀의 무덤이 이 박물관의 전부였다. 별 것 없을 것 같다는 내 예감이 정확히 맞아 들었다. 굳이 차를 돌려서까지 오자고 했던 팬더는 옆에서 풀이 팍 죽어 있다. 입장료 대신 오늘 저녁을 굶겠다고 하는데, 귀여워서 봐준다. ㅋㅋㅋ
나스카 시내로 들어와 론니에 소개 된 Friend's house로 향하는데, 친절한 현지인이 어딜 찾고 있냐고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우리가 가려던 호스텔은 너무 나쁜 곳이고 자기가 좋은 곳을 알고 있다고 소개시켜 준다고 같이 가자고 한다. 난 사기꾼 냄새가 나 따라가기 싫었지만, 팬더는 이미 알았다고 대답을 했기 때문에 따라가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그 사람을 따라갔는데, 생각보다 방이 깔끔해서 그냥 머물기로 했다. (2인 30솔레스)
방에 짐을 옮겨 놓고, 장부를 써야 한다고 옥상으로 가자고 한다. 엇? 이 사람이 여기서 일 하는 사람이었나? 어리 둥절하게 그 사람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 가니, 다짜 고짜 투어 설명부터 한다. 역시… 뭔가 있을 줄 알았더니… 투어 상품을 팔기 위해 우리에게 접근한 것이구나. 난 원래 부터 할 생각이 없었고 팬더는 조금 더 생각해 본다고 했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280 솔레스(US 100) 에서 230 솔레스(US 82)까지 깎아 준다고 계속 붙잡는다. 우리가 완강하게 나오니, 시무룩해져 버린 그 아저씨. 보통 US 50 정도로 경비행기 투어를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비싸도 너무 비싸게 부른다. 알고 보니, 호텔 숙박객들 사이에서 그 아저씨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았다. 손님을 데리고 오는 대신 끈질기게 호텔 손님을 졸라서 투어를 하게 만드는데, 비싸기도 하고 서비스도 좋지 않아서 였다. 그 아저씨에게 투어 신청 안 하길 다행이다.
오늘 저녁은 나스카에서 가장 유명한 닭집인 '리꼬 뽀요'로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외식도 하고, 닭고기로 원기 보충도 해야지. 닭튀김인 치차론 데 뽀요 반마리와 잉카 콜라 한 병을 주문 했다. 메뉴 하나 당 샐러드와 감자 튀김도 같이 나온다고 하니 이 정도면 충분 하겠지? ^^
양은 충분하다 못해 감자튀김은 남길 정도 였다. 다들 보니 남은 음식은 싸가는 분위기라 우리도 비닐 봉지에 남은 감자 튀김을 담아 왔다. (저녁 23솔레스 - 약 9,890원) 잘 먹었다~~
숙소로 돌아 오는 길에는 사설 주차장을 알아 봤다. 시설은 별로고 주차장만 넓은 호텔이 있어, 주차장만 얼만지 물어 보니 하루에 5 솔레스 라고 한다. 주차비가 아깝긴 하지만… 괜히 차가 잘 못 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차를 맡기기로 했다.
몰랐던 우리 숙소의 대단한 장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남미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였다. 우린 오랜만에 블로그 업데이트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사실, 남미 인터넷 사정으로는 블로그 업데이트가 어려운데, 이 곳에선 사진 업로드 시 오류가 안나니 너무 행복하다. 갑자기 이 곳에서 장기(?)체류 욕심이 살짝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