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South America)/Peru

[산타 크루즈 트레킹]-4일차

팬더는팬팬 2010. 7. 26. 18:49

 

[2010_0529- 산타 크루즈의 마지막 날...


 드디어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아저씨가 깨우기 전에 먼저 일어났다. 아침 6시.

 그렇게 멀지는 않을 것 같지만 가이드 아저씨가 우리에게 겁을 많이 준다. 당나귀랑 아저씨는 2시간, 토끼가 가면 4시간이란다. 아마도 아저씨는 눈치가 3단 이다. 토끼가 힘들어 하는 것을 다 파악 했나 보다. ㅎㅎ 그래서 토끼와 팬더는 아침도 안 먹고 일찍 출발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허기가 져 더 느려질 것 같다며 어제 먹다 남은 밥과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한다.

 어제 늪에 빠져 젖은 부츠는 역시 젖은 그대로다. 밤새 조금이라도 마르기를 기대했지만 그것은 너무나 큰 기대였다. 밤새 분 사람은 무심하게도 부츠를 말려 주지는 않았다.

 

 떠나기전 풍경(위) / 말에 짐 올리기(중간 왼쪽) / 마을 중간 캠핑 사이트(중간 오른쪽)

출발전 우리의 캠핑사이트(아래)

 

토끼가 출발하고 아저씨와 나, 미카는 캠핑장을 정리한다. 당나귀 한 마리가 말로 바뀌었다. 빌려 준 것이라고 한다. 아주 좋은 시스템이다. 필요할 때 마다 서로 서로 빌려 주는 시스템. 오고 갈 때 편하고 돈은 돈대로 벌고. 당나귀만 힘들듯. 죽어라 일만 해야 하니.

 당나귀와 바뀐 말은 힘은 좋아 보이지만 사람 말을 잘 듣지 않았다. 등에 짐을 달 때도 어디론가 가려고 했다. 그리고 당나귀는 고삐를 풀어두면 알아서 길을 찾아서 간다. 하지만 말은 아니다. 출발부터 고삐를 들고 앞장 서야 한다.


20분 정도 걸었나? 반대편 출입구가 온다. 출발 때와 마찬가지로 입장권을 검사한다. 나는 팬더와 토끼가 먼저 내려가면서 확인을 시켜 놨다.

역시 팬더 토끼야..ㅋㅋ

그리고는 곧 마을이 나온다.  어제 말한 그 마을이다. 산장처럼 되어 있다고 해서 난 한국의 산장을 생각 했었는데 그냥 마을이다. 집집마다 음식과 음료를 판다는 문구가 적혀져 있다. 누가 손님으로 갈지 의문이다.


버스 종점으로 가는 안내표지판(위 왼쪽) /

마을로 가는 출입문(아래 왼쪽) / 마을 정자나무(오른쪽)

 

 말을 끌고 가는 마부 아저씨는 계속 주위 마을 사람들과 얘기 나누느라 정신이 없고 나는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마부 아저씨와 나는 거리가 계속 벌어진다. 그만큼 볼 것이 많다. 중간 중간에 있는 인디오 마을이며 집집마다 있는 화덕, 특이한 구조의 집들, 담장에 말리는 옥수수, 길 가장 자리에 있는 키 큰 나무 그리고 나의 등 뒤를 지키는 구름 낀 흰 산. 이 모두가 환상적인 트레킹을 만든다.

 

담장에 걸린 옥수수(위 왼쪽) / 화덕(아래 왼쪽)

여유롭게 마을 사람과 얘기하시는 아저씨(오른쪽)

나의 등 뒤를 지켜 주던 뿔을 닮은 산

내가 지나온 안데스의 산악 마을

 

 산허리를 따라 내려 가 계곡을 건넜다. 이제 마지막 남은 오르막이다. 그런데 이곳은 길이 너무 복잡하다. 자칫하면 길을 잃기가 쉬워서 중간 중간에 계속 현지인에게 물어 가며 앞서 가는 마부 아저씨를 찾아 가면 따라 갔다. 이 길 중간에서 만난 꼬맹이. 옥수수를 먹으며 큰 손가방을 가지고 오르막을 열심히 오르고 있었다. 난 그 옥수수가 탐났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과자와 초코렛을 그 옥수수와 바꿨다. ㅋㅋ 그리고 다른 것 이것저것도 덤으로 주었다. 이 광경을 언덕 위의 당나귀가 지켜보고 있다. ㅎㅎ 그리고 그 꼬맹이와 같이 오르막을 열심히 올랐다. 너무 너무 잘 올라간다. 지치는 기색이 전혀 없어 보인다.


 

 

여전히 얘기중이신 아저씨(왼쪽)  / 나를 지켜본 당나귀(오른쪽 위)

길 안내인 꼬맹이(오른쪽 아래)

 오르막의 반을 올랐을 때 길을 잘못 든 토끼 팬더를 만났다. 길을 잘못 들어서 현지인에게 물어서 다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누가 봐도 이 길을 바로 찾아 갈 수가 없을 것 같다. 큰 길에 나 있는 작은 샛길인데 표지판도 없어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길이었다. 그래서 나는 뒤쳐진 미카와 론을 위해서 잠시 기다렸다가 따라 오는 것을 보고 팬더와 토끼를 따라 갔다. 마지막 오르막길이 심상치 않다. 주위에 있던 마을은 다 사라지고 숲 풀만이 울창하다. 하지만 같이 가던 그 꼬맹이는 잘 오른다. 중간 중간이 끊어진 길을 잘 가르쳐 줘서 꼬맹이가 고맙긴 하지만 지친 기색 없이 오르는 것을 보면 얄밉기도 하다. 힘든 길도 이제 끝이 보인다. 저 위에 종점이 보인다.

와우~~~ 드디어 끝난다..ㅋㅋ


3박 4일의 힘든 일정이 마무리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여기서 윤가이까지 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정이다. 버스 타고 비 포장길을 4시간 달려야 한다. 그런데 더 문제는 차도 많지가 않다.

 다행히 가이드 아저씨가 올라가는 승합차에 미리 예약을 한다. 돈도 미리 주고 예약을 했다. 한 시간 정도만 더 기다리면 버스가 내려 올 것이란다. 만약 혼자 왔다면? 차라도 제대로 타고 내려 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클랙티보 버스가 다니지만...


같이 온 꼬맹이가 많이 궁금했다. 잠시 후 그 의문이 풀렸는데 말과 당나귀를 데리러 온 것이었다. 좀 전에 같이 왔던 꼬맹이는 아저씨로부터 당나귀와 말을 받아서 유유히 사라진다. 그 꼬맹이가 떠나기 전에 나는 남은 땅콩이며 말린 과일 등 남은 대부분의 음식을 그 꼬맹이와 아저씨께 나줘 주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점심을 만들었다. 이제는 음식 만드는 것이 즐겁다.ㅋㅋ  한국 들어가면 하던 건축하지 말고 음식점이나 차릴까 보다. 어쩜 한국 돌아가면 새로운 취미가 음식 만들어 친구들과 나눠 먹는 것이 될지도..ㅋㅋ 친구들 언제든지 와서 맛있게 드시고 가시구려~~


그리고 잠시 후 길의 반대편에서 나머지 일행이 도착한다. 지름길이 아니라 큰 길을 따라 올라오다보니 조금 늦었다. 도착하자 짐을 풀고 이것저것 정리를 했다. 미카는 마부 아저씨께 팁을 줘야 하는게 아니냐고 하는데 토끼와 나는 이 아저씨 당나귀를 다 빌려 주고 차 타고 집에 가는데 우리는 4일이 아니라 5일을 지불했기 때문에 더 이상 줄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미카는 주는 것이 마음이 편한 듯했다. 이것이 문화의 차인가? 전에 팬더한테서 들은 적이 있는데 자기가 8불을 가지고 있으면 캐나다에서는 8불짜리 음식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5불짜리 음식을 시킨다고 한다. 미리 팁을 줄 것을 다 계산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나의 개념에서는 절대 불가능이다. 결론은 아저씨께 팁으로 20솔을 더 드렸다.ㅎㅎ


 

되돌아 오는 팬더 - 토끼는 어디에?

 

  드디어 차가 도착했다. 미리 예약한 차를 탔는데 출발 직전에 독일 커플이 도착한다. 그리고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차가 가득 찼는데 빈자리를 만든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페루다. 차가 귀하다 보니 자신의 자리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같이 가려고 한다. 눈물이 겹다. 그래서 우리가 탄 작은 승합차는 7개국의 사람이 20명이나 탔다. 지금 나라 이름은 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페루 다음으로 한국 사람이 많았다.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서 높은 산을 하나하나 넘어서 간다. 내 주위로는 산타 크루즈 때만큼 이나 멋진 경치들이 지나 간다.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창문이 더러운데 열 수도 없는 고정창이다. ㅠ.ㅠ 하지만 기사 아저씨는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경치가 가장 멋진 곳에서 잠시 차를 멈춘다. 그리고 사진을 맘껏 찍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도 주신다. 사진은 아래와 같다. 이곳은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다.


  멋진 경치는 알고 보니 몇 일 전에 왔다 왕가누꼬 호수의 전경이었다. 내려가는 길에 69호수로 가는 길도 보인다. 오!!! 새롭다 새로워..ㅋㅋ


  아.. 이제 1시간 하고 조금 남은 것인가? 가는 길에 할아버지는 가지고 계신 DVD플레이를 꺼내신다. 그리고는 음악을 트신다. 얼굴에 자신감이 넘치신다. 처음에는 모두들 신기한 눈으로 보지만 어느새 눈길은 밖의 풍경으로 돌아간다. 귀는 할아버지의 DVD로 향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출입구에서는 담당자가 입장권을 검사한다. 현지인은 빼고 외국인만. 

 

도착한 토끼와 론

미카

 

 

 

 

 

 

 

 

 

 투어 마치고 단체 사진

 

 

트레킹을 마치고 차를 기다리며 

 

밑으로 우리가 내려가야하는 갈지자 길이 보인다

팬더와 토끼의 다정한 모습

 

팬더의 클린샷

중간에선 우리 버스 - 이 차에 20명이 타고 비포장을 열심히 달렸다.

 

양가누꼬 호수 전경

 

 

 

 

내려서 사진 찍으면서

 

1시간을 달렸나? 저 멀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앞에 차들이 멈춰서 있다. 왜 안 가는 것일까? 하고 모두들 차에 내려 멈춘 곳을 가보니 기름을 나르는 탱크롤리 차가 길을 가로 질러 있었다. 올라오다가 뒤로 미끄러지면서 뒷바퀴가 빠졌다. 온 동네 사람들과 내려가든, 올라가든 사람들이 다 모여서 차를 올리고 있었다. 우리도 도와주고 싶지만 섣불리 의견을 낼 수도 일을 할 수도 없다. 자칫 잘못되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때 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왔다. 빠진 뒷바퀴는 거의 다 길 높이로 올려졌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 주면 올라올 수 있는 상황..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등반을 위해 가지고 다니던 로프 등으로 차를 묶어서 동시에 당긴다. 차는 잠시 미동하더니 이내 힘을 내어 경사지를 힘차게 오른다. 그리고 안전한 곳까지 무사히 도착을 했다. 어딜 가나 눈에 거슬리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차가 가로 막아서 양쪽에 많은 차들이 막혀 있는데 밑에서 차가 막무가내로 올라온 것이다. 빠진 차가 치워질 때까지 차 안에서 기다리다 바로 치고 올라 왔는데 위에는 그 차가 비킬 곳이 없었다. 입에서 절로 나쁜 사람이라 말이 나온다. 그 새를 못 참고 말이야. 결국 많은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고 어찌어찌하여 차는 한쪽을 비켰다.


 내가 탄 차의 운전기사는 너무 배려가 많아서 탈이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장난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를 사고 지점에서 한 참을 내려간다. 아직 다른 사람들이 다 타지도 않았는데 멈출 생각을 않는다. 결국은 300m정도 더 가서야 멈췄는데 아무래도 할아버지가 화가 나신 모양이다. 하지만 기사에게 간단한 장난만 하시고 그냥 넘기신다. ㅋㅋ


 

 

차는 빠졌지만 그 뒤산의 자태는 멋지기만하다.

빠진차를 올릴 준비(위왼쪽, 오른쪽) / 모두가 끌어 당기고 있음(아래)

 

이렇게 아무 탈 없이 윤가이에 도착했다. 대부분은 와라스로 돌아가고 팬더와 마부 아저씨는 카라스로 나와 토끼는 전에 묵었던 그 호스텔로 갔다. 팬더를 기다렸다가 더 좋은 곳을 고를까도 했지만 전에 묶었던 그 곳보다 좋은 곳을 찾기 힘들 것 같아서 그냥 결정을 했다. 하지만 전에 보다 편한 곳에 숙소를 얻었다. 저녁을 뭐해 먹었는지 기억이 없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