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ta Cruz 준비 2일차 - 카샤 밤바에서 허탕치다. [Caracaz]
2010_0524 - 나는 카샤빰빠에서 허탕치다.
다시 새로운 하루가 밝았다. 어제보다는 다들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하지만 일찍 떠나야 한다. Lake69를 가느라 내려둔 집도 다 실어야 하고 방안 가득히 있는 짐들도 다 실어야 하니 무척이나 바쁘다. 그리고 무엇보다 Mika와 10시에 약속이 있으니 늦어서는 안 되니까.
아침은 어제와 동일.
하지만 카라스에는 10시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출발전에 카라카스에는 시장이 없을 것 같아 시장에 가서 먹을 것을 산 것이 늦은 원인이었다. 같이 갈 Mika의 양도 생각을 해서 샀다. 그래서 자그마치 4일치 빵이 모두 40개다.ㅋㅋ 한번에 10개씩을 생각해서 하루 한 끼 빵으로 말이다.(먹개비 팬더를 생각해서) 그리고 아보카도도 많이 샀다. 에콰도르보다는 비싸지만 한국에 비하면 아주 저렴하니까.ㅎㅎ 소금 약간 쳐서 쨈과 같이 먹으면 아주 맛있다.
호스텔에 도착해서 바로 체크인을 하고 Mika를 찾았다. 미카는 나와 같은 나이였다. 31살. 태생은 프랑스, 일은 캐나다에서 하고 있었다. 체육관등에 들어가는 프로링 회사에 일한다고 한다. 지금은 잠시 휴가차 여행중이었다. Mika는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산타 크루즈 트레킹을 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일행을 만나서 좋아하는 듯했다. 하지만 가진 것은 침낭과 돈 뿐이었다.ㅎㅎ
먼저 팬더가 미카에게 말을 거다. 팬더와 미카가 친해지고 토끼는 잠시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난 후에 나에게 말이 잘 통하는지 물어본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바디 랭귀지 없이 전달이 되는 것을 보니까 트레킹을 가도 별 이상을 없을 것 같다. 토끼는 그새 센스를 발휘해서 가격대비 최고 좋은 방을 찾는다.
우선 미카에게 우리의 계획을 설명했다. 먼저 현지 마을에서 당나귀를 알아보고 다시 에이전씨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음식은 모자랄 것 같아서 같이 다시 조금 더 사기로 했다. 우리도 음식을 많이 샀지만 Mika도 많은 양의 음식을 사 놓았다. 빵만 30개. 아마도 3박 4일동안 빵만 먹을 생각인 듯 했다.ㅎㅎ 나중에 보니 빵이 모두 70개다. 그리고 치즈는 비싸고 맛있는 걸로 사놨다. 아.. 좋아..ㅋㅋ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케리어 하나가 다 음식으로 체워졌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동행을 만났다. 상상을 초월하는 체력의 사나이가 등장한다. 그 이름도 찬란한 Rowan이다. 25살의 하키를 취미로 하는 오스트리아의 아주 튼튼한 청년이다. 배낭 무게는 들어 보니 25Kg는 족히 나갈것 같다. 친구가 멋진 곳이라고 추천해서 와라스에서 혼자 가려고 온 것이다. 배낭 안에는 텐트며 버너며 먹을 것으로 가득했다.
로의 만난 상황은 이렇다. 우리가 미카와 열심히 이야기 하고 있는데 현지인 택시 기사와 같이 들어온 론은 오늘 바로 캬사밤바를 갈 생각이란다. 그런데 택시 기사가 30솔을 주고 가야 하고 다른 교통 수단은 없다고 하면서 어떻게 가냐고 우리에게 물어본다. 그런데 여기서 웃지못 할 상황이 벌어진다. 서로 언어가 통할 것 같은 론과 미카가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것이다. 론은 영어와 불어를 하는데 미카는 불어와 이태리어는 잘 하고 스페인어를 조금 하는데 둘다 불어를 할 생각을 못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중간에 통역을 해 줬다. 서로가 불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을 알 때까지. 토끼가 미카와 스페인어로 론과는 영어로..ㅎㅎ
때마침 나도 카샤밤바를 가려고 했다면서 같이 가기로 하고 정류장으로 갔다. 나도 그곳을 가지전까지는 택시에 6명이 타고 가는 건줄 몰랐다. 버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생각과는 완전 달랐다. 앞자석에 2명 그리고 뒤에 4명이 타는데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타고 다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타 보면 신기함보다는 불편함 만이 기억된다. 우선 기사에게 간다고 말을 하고 기다리는데 6명이 모일 때까지 거의 2시간을 기다렸다. 그러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론은 그냥 내일 우리랑 같이 가겠다면서 다시 호스텔로 돌아갔다. 계산을 해 보면 카샤밤바에 도착 시간이 거의 오후 2시가 된다. 그렇게 되면 산행을 거의 3시간 정도할 수 있는 그렇게 되면 첫 번째 캠핑장까지 도저히 갈 수가 없다. 론이 잘 생각했다.
론도 가고 혼자 남아서 캬사밤바로 가는데 뒤에 있는 아줌마들이 어디서 왔는지 물어 본다. 여기는 100이면 100 동양인을 치노라고 한다. 즉, 중국인이란 뜻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이들이 볼 수 있는 동양인은 모두가 중국인이니까. 중국인이 많으니까..ㅎㅎ 모르긴 몰라도 언제가는 남미의 경제권도 화교인들이 잡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인디오라는 강력한 경쟁 상대가 있기는 하지만 화교인의 그 결집력을 무시무시 하니 장차 남미의 경제권도 중국인 손으로 들어 갈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
한국인이라 잘 말해 주고 택시를 타고 가는데 10km정도까지는 길이 아주 좋았다. 이건 잠시다. 차가 우회전을 한다. 그리고 비포장길이 시작된다. 그럼 그렇지. 여기가 어딘데 좋은 길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비포장길을 거의 2시간을 올라갔다. 거대한 계곡의 옆면을 타고 그냥 쭉쭉 올라간다. 중간 중간에 사람이 내리기도 하고 타기도 하고 그런다. 그리고 내가 탄 차의 짐칸에는 닭, 비료, 쌀, 바나나, 과자 등이 실려 있고 운전기사 옆에는 카샤밤바의 누군가가 주문한 휘발유 한통이 있다. 나 어릴 때 아버지는 근처 도시까지 왔다 갔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에 정기적으로 다니는 버스를 통해서 물건을 받는 것을 많이 봤는데 여기도 그러하다.
앞 자석에 낀겨서 둘이 타고 드디어 카샤밤바에 도착했다. 택시기사가 아는 당나귀 가이드가 있다고 한다. 그를 만나 보려고 하는데 도대체 오질 않는다. 그래서 거의 2시간을 꼬맹이와 공차며 놀았다. 그리고 마침내 마부가 왔는데 카라스 에이전시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른 마부를 구할 방법이 없어 보이는 마을이다. 마을이라고 하지만 이곳은 길가에 군데군데 집이 늘어 서 있다. 친구 집에 놀러 가려면 완전 한 나절이다. 이 계곡에서 저 계속을 넘어 가야 하니까.ㅋㅋ 다른 마부를 찾는 것은 불가능이다. 그냥 포기하고 같은 택시를 타고 내려 왔다. 내려올때는 자리가 혼자 앉았는데 이것도 잠시다. 길가에 택시가 고장 나 서 있다. 승객이 4명인데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라서 그 사람들도 다 태웠다. 처음에 4명으로 출발했다가 9명이 된 것이다. 이번에는 뒤 짐칸에도 사람이 탔다.
나의 한 마디는 역시 남미다.
하지만 승객들은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는다. 나 빼고.ㅎㅎ 난 죽을 맛있었다. 이번에도 앞에 탔는데 나보다 덩치가 2배 정도 되는 아줌마가 앞으로 타는게 아닌가. 나의 반정도 되는 아줌마도 있었는데 신은 나에게 편안함을 허락하지 않았도다.ㅠㅠ 아놔~~~ 1시간동안 완전 쪼그라져 있었다. 이렇게 카샤밤바에서 허탕을 치고 차비는 출발할 때 편도 6솔이었는데 운전기사에게 잘 말해 왕복 10솔에 흥정을 했다. 왜냐면 나 아닌 다른 현지인들도 다 5솔 내는 것을 유심히 봤기 때문에..
카라스로 다시 돌아 왔는데 배가 너무너무 고프다. 오늘은 점심도 못 먹고 허탕만 했다. 팬더와 토끼도 나를 기다린다고 점심을 못 먹었단다. 그래서 장도 볼 겸해서 시장으로 갔다. 여기도 생각보다 큰 시장이 있다. 아마도 주위의 작은 마을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우선 우리는 시장 한 가운데로 가서 식당을 찾았는데 역시나 있다. 가격은 스프, 정식, 쥬스에 3.5솔. 일반 식당보다 0.5솔정도 싼 것 같다. 맛은 상상에 맡기겠음. 그냥 먹을 만큼은 됨.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비옷이랑 간식거리를 사려고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거기서 론을 만났다. 바나나를 사는데 스페인어가 안 돼서 힘들어 하고 있었다. 언어가 안 통하는 나라에 가면 누구나 비슷한듯 하다. 그냥 동전 한 주먹을 내민다. 그렇게 하면 아줌마가 알아서 돈을 가져간다. ㅋㅋ 많이 가져가든 작게 가져가든 그것은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운명은 아줌마의 손에..ㅋㅋ 론도 동행이 되었다. 총 4명이서 장보러 다닌다. 혹시나 해서 비옷을 찾는데 너무 구하기가 힘들다. 대신 내 텐트는 콜롬비아에서 12불 주고 산거라 비를 막을 수 있는 덮개가 없다. 그래서 13솔이란 거금을 주고 텐트 전체를 덮을 수 있는 비닐과 산에서 간식으로 먹을 초코렛 그리고 생 땅콩을 샀다. 볶은 땅콩은 너무 비쌌다. 프라이팬도 있고 버너도 있으니 그냥 저녁에 볶기만 하면 되니까.ㅎㅎ 어릴때 어머니가 해 주시는 것을 유심히 봐 둔 것이 나의 여행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생 땅콩은 말랑 말랑하고 비린 맛이 있는데 이것을 기름 없는 프라이팬에 볶으면 딱딱한 파는 땅콩으로 변신한다. 주의할 점은 땅콩이 다 식어야 딱딱해진다는것. 뜨거울 때는 볶기 전처럼 말랑하고 비린 맛이 있고 껍질도 안 까진다.ㅎㅎ
출발전에 모아둔 우리의 짐들, 팬더, 토끼 옷이 한가방, 텐트 메트리스가 한 가방, 음식이 한 가방이다.
오른쪽에 있는 케리어는 음식으로 체워졌다.
시장도 다 봤고 이제 남은 것은 다시 에이전시로 가서 팬더와 토끼의 매트리스와 당나귀만 구하면 오늘의 일정은 끝난다. 어제 거의 다 얘기를 했으니 돈만 주면 될 듯. 아 그리고 카라스에서 캬사밤바로 밤에는 전화가 안 된다고 한다. 해가 떠야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내일 7시에 오면 가이드의 이름을 말해 주겠다고 한다. ㅋㅋ
위의 사진은 우리가 가져갈 짐들이다. 물 2.5L 6병인데 출발전 2병을 해치우고 나머지는 큰 병에 넣고 남은 두병, 그리고 밥 해 먹을 버너, 각종 옷 대신 음식으로 가득 찬 캐리어, 텐트, 매트리스, 비닐, 빵이 든 검은 색 주머니, 팬더와 토끼의 옷이 2/3인 나의 배낭, 그리고 카메라, 렌즈, 지도 등 이다. 이것을 모두 당나귀 두 마리에 실고 간다. 챙기고 난 안 사실인데 짐이 많다 정말 많어.
휴~~~~ 이걸 어찌 다 가지고 가나?
ps. 당나귀 빌린 돈은 총 300인데 토끼가 미카에게 말을 잘 해서 미카 너 당나귀 한 마리 우리 한 마리 그리고 가이드는 반반씩 해서 150솔을 받은 것이다. 정말 대단한 토끼...
그런데 더 놀란 것은 미카의 반응이다. 150불이 아니고 150솔? 너무 작은 거 아니냐 것이다.ㅎㅎ 마음 같아서는 더 받고 싶었다. 미카는 몸만 가고 텐트며 버너에 냄비에 기타 여러 가지를 우리가 다 가져가니까. 그런데 도저히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미카가 복 많은 사람인 것이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