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a] 구시가지 관광, 지치는 하루.
May 17 Mon 2010
오늘은 구 시가지 관광을 나서는 날 이다. 언니도 지난 번 리마 왔을 때 구 시가지를 보지 못하고 가서 단단히 기대를 하고 있었다. 택시를 잡아 타고 구 시가지의 중심가 플라자 데 아르마스로 향한다. (8 솔레스)
고풍스런 건물들이 감싸고 있는 리마의 구 시가지는 꽤나 훌륭한 모습이었다. 우선 강을 따라 조성된 공원으로 발 걸음을 옮겼다. 아직 아침이라 한산한 듯 했고, 공원의 노점상들 중에는 한국 배우들의 사진을 파는 곳도 있었다. 이 곳, 머나먼 나라 페루에서도 그들 사진이 팔린다니… 강을 건너서는 대단한 우범지역이라 해, 강을 건너지는 않고 다시 중심가로 걸어 돌아왔다.
우린 이 곳의 명동이라 불리는 차 없는 거리인 우니온 거리를 걸어 봤다. 양 옆으로 꽤나 번화한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리 정이 가는 거리는 아니었다. 우린 계속 계속 걸어, 주변 대학가까지 걸어가 보았다. 그 근처에는 여럿의 저렴한 식당들이 몰려 있었는데, 장사가 잘 되는 편이었다. 가격표를 보니, 이제야 제대로 된 가격표를 보는 것 같았다. 신시가지에선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는데 말이다.
점심으론 뭘 먹을까? 고민이다. 팬더가 몇 일전부터 먹고 싶어 했던 핏자? 아님 내일이면 떠나는 언니가 먹고 싶어 했던 세비체? 핏자는 미쿡으로 다시 가서도 먹을 수 있지만, 세비체는 다시 먹을 수 없기에 세비체를 점심으로 먹기로 결정 했다. 아까 지나오면서 본 식당에서 세비체도 팔았으니 그 곳으로 가 보기로 했다.
가격은 완차코와 같이 한 접시에 20 soles다. 우린 두 접시를 주문하고, 약 15분 쯤 지나자 음식이 나왔다. 기대를 하고 한 입 맛 본 순간… 우리 모두 얼음! 이 되어 버렸다. 완차코에서 먹은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맛이 없었다. 리마도 같은 바닷가인데도 불구하고, 생선은 하나도 신선하지 않고 너무 시큼하다. 완차코에서 많이 먹어 둘 것을, 리마의 세비체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난 날생선을 잘 못 먹어 닭똥집 요리를 하나 주문했는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나오진 않고 샐러드만 나와서 기다리다 못해 일어 섰는데 아주머니는 샐러드 값까지 계산하라고 한다. 음식도 맛 없고, 음식이 늦게 나와 본 요리를 먹지도 못했는데, 만약 이렇게 기다리게 할 줄 알았다면 그 음식 주문도 하지 않을 것을…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 못 하는 주인 아주머니가 얄밉다. 결국 샐러드값은 계산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우니온 거리>
<노란 $ 표시 옷을 입은 사람들은 환전상이랍니다.>
<마네킹이 쇼킹하네요.!! 서양인 흉내를 아주 제대로 냈습니다.>
<엄청난 차를 봤습니다. 창문은 비닐 봉지로.....ㅋ>
<5가지 맛의 츄러스~ 완전 맛있겠다.......하지만 비싸서..^^;>
<그림 넣는 기계가 너무 귀엽습니다.>
점심을 만족스럽게 먹지 못하니, 기분이 썩 좋지는 못 하다. 우린 다시 중심가쪽으로 걸어 종교재판소에 가 보기로 했다. 종교를 개종하지 않거나 종교적인 잘 못을 했을 때, 재판을 하고 벌을 주는 장소 였다. 입장료는 무료.
재판을 하는 장소, 그리고 벌을 준 장소 등이 있었는데, 실제 여기서 이런 고문들이 행해 졌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물 고문을 하고, 사람을 매 달아 놓고, 고문 방법이 일제시대 때를 보는 것 같아 나에겐 괴로운 일이었다. 잔인한 사람들.
<지하 감옥에 같여 있는 밀랍 인형...>
마지막으로 산토 도밍고 교회로 발 걸음을 옮겼다. 교회 광장에는 비둘기가 넘치게 많이 있었다. 입장료는 성인 5 / 학생 2.5 솔레스로, 팬더와 나는 학생할인을 받아 들어갈 수 있었다. 영어 가이드를 받기 위해서는 조금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피곤했던지 여우와 팬더는 살포시 잠이 든다. 투어 시작한다는 소리에 그 둘을 깨우니 너무 놀란 듯 번쩍! 일어나 깨운 게 미안할 정도였다.
사진촬영이 금지라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지진에도 버틴 산토 도밍고 교회는 지진때문에 한 쪽이 살짝 내려 앉아 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 였다. 돌을 다 끼어 맞추는 방식으로 교회가 설계되어 못이나 시멘트 등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진에도 견딜 수 있었다 한다. 회의장, 도서관 등을 둘러 보고, 성인들의 얼굴이 벽에 걸려 있는 방으로 갔다. 그 방에는 재밌는 그림 한 점이 걸려 있었는데, 새로 각색한 '마지막 만찬' 이었다. 만찬 접시에는 페루의 명물 '꾸이(기니피그 요리)'가 놓여져 있고, 예수를 배신한 유다의 뒷 편엔 악마가 서 있었다. 그 무엇보다 꾸이를 그려 넣었다는 사실에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페루판 마지막 만찬이라… ㅋㅋ
다음으로는 이 교회의 하이라이트인 지하 공간으로 내려갔다. 게임에서만 보던 그 수도원의 공간을 내 눈으로 이렇게 보게 되다니. 너무 신기하다. 게임에서처럼 지하 공간에는 사람 뼈들로 가득했다. 왜? 교회에 묻히면 천국에 간다는 얘기에 너도 나도 이 교회에 뼈를 묻기를 원해 이렇게 되었다 한다. 그런데 그 뼈의 수가, 족히 5,000구는 넘을 것 같았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뼈를 본 건 오늘이 처음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해골들만 잔뜩!! 중요하지 않은 인물들은 이처럼 뼈를 종류별로 분류만 해놓고, 귀한 분들만 관에 시신을 모신다고 한다. 인생은 이처럼 죽어서도 불공평 하다.
<산토 도밍고 교회>
산토 도밍고 교회를 마지막으로 간략한 리마 구시가지 관광을 마치고, 집에 돌아 가는 길에 분수공원에 들르기로 했다. 그런데 도착한 분수 공원은 문이 굳게 잠겨 있고, 월요일 화요일은 쉰다고 크게 붙어 있다. 매 번 론니에 속는 것도 모자라, 이번엔 100배에 속았다. 아 놔~ 가이드 북은 좀 사람들 속이기 이벤트 하는 게 취미도 아니고… 일부러 택시비까지 주며 왔는데, 허탈하기도 하고 기분도 상한다. 오늘 점심이 맛 없던 것부터 연관 되어 지친다. 빨리 숙소로 돌아가야지!!
다시 택시를 잡아 타고, 숙소 방향으로 돌아 간다. 가는 길 WONG 에 들려 저녁거리도 사서 돌아 간다. 오늘 저녁은 내가 요리사~ 지친 모두를 위해 오랜만에 프라인팬을 잡기로 했다 ㅋㅋ 메뉴는 라볶이. 간단하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메뉴.
요리가 완성되자, 모두들 맛있게 잘 먹었다. 이게 우리 넷이 먹는 마지막 저녁이다. 여행 기간 내내 언니에게 좋은 것도 못 해주고, 신나게도 못 놀아 준 것 같아 미안하다. 벌써, 이렇게 가다니 시간이 너무 빠르다. 언니는 집에 돌아가는 게 너무 좋다고 한다. 언니 말에 따르면, 이제는 배낭 여행 보다는 리조트에서 푹 쉬는 여행이 좋단다. 하지만 난 으릉이랑 팬더랑 하는 여행이 젤 좋다. ^^*
PS. 내일 언니를 보내고 하루 더 리마에 머무르려고 했으나 호스텔에 자리가 없어 우리도 내일 같이 리마를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