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evo Chimbote] 생선 비린내와 러브모텔
May 12 Wed 2010
오늘 정들었던 완차코를 떠나기로 결정 했다. 그 어느 곳을 떠날 때보다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 엉엉엉~ 짐들을 정리하고, 떠나기 전 쇼핑몰에 한 번 더 들르기로 했다.
<아침이 되니 파도가 더 세졌다.>
<오히려 높은 파도를 반기는 서퍼들.>
<윽......무서버..난 못한다. ㅋㅋㅋㅋ>
<또또라 배도 안뇽~~~ㅎㅎ>
우선 가장 먼저 시급한 ATM으로 돈 출금하기. 마그네틱이 짱짱한 새빵 카드로 출금하니, 한 번의 막힘도 없이 잘 ~ 나온다. US 달러와 페루 Soles 중에 선택할 수 있고, 총 3번 1,450 솔레스를 출금했다. 그 몰에 있던 기계로는 500 솔레스가 최대 인출 금액이라 귀찮지만 3번을 출금해야 했다.
으릉이에 올라 탄 사람들에게 오늘은 우리가 밥을 쏘기로 했다. 중국음식을 먹고 싶은 언니에겐 차이나웍에서 점심을, 나머지 사람들은 전기구이 통닭 1마리다. 닭 1마리면 적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음료수 4잔 + 샐러드 + 감자튀김까지 나오는 탓에 오히려 남으면 남았지, 전혀 모자라게 보이지는 않는다.
음료는 페루의 명물인 치차로 주문했다. 치차란 보라색 옥수수를 발효시켜 만든 페루의 전통 음료인데, 이 치차에 술을 타 먹기도 하고, 그냥 음료로 먹기도 한다. 감자튀김도 산처럼 나와 정신 없이 먹는 데, 닭이 잘 안 익었는지 핏물이 배어 나온다. 앗. 갑자기 과테말라에서 있었던 생닭 사건이 떠 오른다. (과테말라 12월 14일 운 없는 하루 편 참조) 난 접시를 들고 가 직원에게 보여 주니, 조금 더 요리해 주겠다고 접시를 주방으로 들고 간다. 오~ 여긴 과테말라 보다 수준이 좀 나은 나라 구나 싶다. 다시 바삭 구어 준 데다, 서비스로 더 많은 감자튀김까지 주니 우리 기분은 다시 풀렸다. 그런데 산처럼 많이 준 감자튀김은 도저히 인간이 다 먹을 수 없는 양이다. 우리의 공식 먹깨비 팬더 군도 먹다가 포기. 결국, To-go 박스를 받아 와 포장 했다. ^^ 배 고플 때 먹어야지.
이번엔 언니가 후식을 맥까페에서 쏜다고 해서 졸졸 따라 갔다. 마침 3시부터 시작되는 해피아워에 맞춰 음료를 주문했다. 이 땐 1+1 로 4가지 종류에 한 해서 고를 수 있다. 달달한 걸 좋아하는 우리는 오레오를 넣은 차가운 초코 음료수, 언니와 오빠는 진한 에스프레소 라르고. 그리고 맥까페 인터넷으로 밀린 인터넷도 하고, 이 쇼핑몰 너무너무 좋은 것 같다.
이제 마지막 차례인, 어제 점 찍어뒀던 전기 물주전자와 전기 밥솥을 사기 위해서 향했다. 그런데 차를 좋아하는 차 매니아 승재오빠의 의견으로는 물주전자는 좋은 걸 사야 한다고 한다. 플라스틱을 사면 물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니, 꼭 스텐인레스 스틸로 사라고 한다. 그렇담 가격이 조금 더 올라가는데… !.! 그래도 살 때 좋은 걸 사자 싶어, 어제 본 세트를 포기하고 단품으로 좋은 물 주전자와 가장 싼 전기 밥솥을 구매. (주전자 : 80솔레스, 밥솥 : 40 솔레스 합계 : 120 솔레스) 이제부턴 냄비 밥을 안 해도 되니, 좀 편해 지겠다. ^^**
구입 후, 문 밖을 나서려는데, 익숙한 노래가 들려 온다. "애애애애애애 투애니원~~~" 이것은 한국 노래? 하며 고개를 드는 순간, 삼성 LED TV 시범 작동이 되고 있었고, 화면에는 한국 뮤직비디오가 재생되고 있었다. 오~ 정말 LCD에 비해 화질이 월등히 좋긴 하다. 그런데 가격은 두 배나 큰 LCD에 두 배 정도. 아무튼 이 곳 페루에서도 삼성, LG, 현대, 대우 등의 한국 브랜드를 만날 수 있어 친근하고 반갑다.
이젠 정말로 완찬코를 떠나야 할 때. 지도상에서 가장 가까운,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마을인 침보테로 출발한다. 론니 설명을 읽어 보니, 침보테에는 큰 생선 가공 공장이 있어서 처음엔 생선 썩는 냄새가 지독한데 하루쯤 지나면 익숙해 진다고 써 있다. 대체 얼마나 지독하길래…
약, 2시간 30분 후. 우리가 우습게 봤던 생선 냄새에 우린 다 쓰러질 뻔 했다. 문 열지 않아도 살며시 스며드는 냄새에 어리 둥절 했고, 창문을 열자 마자 승재오빠는 머리 통증까지 호소할 정도로 심한 생선냄새 였다. 여기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계획했던 우리에겐 큰 차질이 생겨 버렸다. 벌써 해도 지고 숙소를 빨리 찾아야 하는데, 생선 냄새 때문에 아무런 엄두도 나질 않는다.
결국, 생선냄새의 침보테를 그냥 패스 하고, 다음 마을까지 야간 운전을 강행하기로 했다. 약 30분쯤 더 가자, 누에보 침보테라는 마을이 나온다. 침보테 마을의 신 시가지인가 보다. 우린 급히 숙박 업소를 찾았지만 마땅히 눈에 띄는 게 없다.
급한데로 처음 가 본 숙소는 러브모텔 이었는데, 동그란 침대에 천장거울까지 있는 곳이었지만, 내키지 않았다. -_-
두 번째로 간 숙소는 시설은 좋았지만 생각보다 쎈 숙소 가격에 그냥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세 번째로 간 숙소는 시설도 별로에, 가격까지 비싸 고개를 절래 흔들며 나왔고, 네 번째로 간 숙소는 대충 타협하고 싶었지만 주차장도 없고, 주변에 사설 주차장도 없다고 해 타협할 겨를도 없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쯤 되니, 숙소 찾기에 스트레스가 빡! 받는다. 마을을 싹 뒤져 다섯 번째 숙소를 찾았는데 그 곳 역시 러브모텔. 이젠 러브모텔도 상관없다 싶어 가격 흥정까지 마친 뒤, 짐도 다 빼고, 들어가려고 하는 데 갑자기 여자 신음소리가 너무 강하게 벽에서 흘러 나온다. 그걸 들은 언니는 기겁을 하며 여기선 못 자겠다 하니 다시 짐을 싸고 여섯 번째 숙소를 찾아 본다.
여섯 번째 숙소 역시 러브모텔. 옥상에 빈 방 2개가 있는데, 방 하나는 악취 때문에 쓰지 못할 정도고, 다른 방 하나엔 침대에서 3명까지 밖에 못 자기에 바닥에 에어 메트리스를 놓으면 4명이서 잘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상의 해 보니, 한 명만 불공평하게 바닥에서 자는 건 안 된다 해, 다시 일곱 번째 숙소 찾기에 나섰다.
일곱 번째 숙소도 역시 러브모텔. 지금 빈 방이 없으나 30분 뒤에 나가는 손님이 있으니 30분 뒤에 다시 오라고 해, 30분을 기다릴까 다른 숙소를 또 찾아 볼까 고민하다 너무 피곤한 우리는 다섯 번째 숙소로 다시 돌아 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 사이 가격을 올려 버린 다섯 번째 숙소 주인 아저씨에 우리도 맘 상해 다시 일곱 번째 숙소로 돌아와 30분의 기다림을 채운 뒤 드디어 방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지독하게도 우릴 고생시킨 침보테에서 방 찾기. 방에 들어 오니 얼추 10시가 다 되어 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완차코에서 하루 더 자고 내일 출발 할 것을… 암튼 앞으로도 침보테는 생선냄새와 러브모텔로만 기억될 것 같다.
완차코야 보고 싶다… ㅠ ㅜ
<로만띡 호스탈....주변에는 모두 로만띡 로만띡....ㅋ>
<결국 오늘 저녁은 라면....으로 때웁니다. 밥솥이 100% 기능을 발휘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