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yaquil] 사과만한 새똥 맞은 날.
[ May 03 Mon 2010 ]
부제 : 과야낄이 싫어요!
토끼 이야기 :
아침에 눈을 뜨니, 또 다시 병원 수용소 같은 호텔 안이다. -_- 오늘 호텔을 옮길 까 했지만, 짐 옮기기가 귀찮아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그래 봤자, 어차피 하루니까.
어제처럼 맥도날드로 걸어 가서, 언니가 가져 온 아이폰으로 팬더에게 안부 인사도 남겼다. 난 처음 만져 보는 아이폰. 한 번도 애플제품을 써 본 적이 없어서 낯설기만 한데, 언니는 자유자재로 다룬다. 앗. 이게 최신 전자제품에 못 따라 가는 구세대의 전형적인 모습인가 싶어 뜨끔하다.
자리를 옮겨 어제 가려던 커피숍에 들러 커피 한 잔씩 나누어 마시고는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 한다. 우선 과야낄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 말레꽁으로 걸어 가 보기로 했다.
쿠바에서의 길게 뻗은 아름다운 말레꽁을 상상하며 갔는데, 상상과는 전혀 다른 말레꽁이 펼쳐져 있다. 우중충한 바다 빛에,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은 공원이 꼭 4대강 사업의 미래를 보듯 그냥 암담하다. 그리고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내 옷 위에 떨어진 사과만한 새똥! 아!! 오늘 일진이 별로 안 좋다. 원피스에 그대로 떨어져 냄새도 냄새고, 찝찝하기까지 하다. 언니는 옆에서 새똥이 아니라 나무 열매일거라 위로 하지만, 냄새 지독한 사과만한 새똥이 분명하다. ㅠㅜ 난 과야낄이 점점 싫어 진다.
근처 맥도날드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새똥을 닦고,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오늘의 메뉴 중, 난 닭가슴살을 주문하고, 언니는 참치를 주문 했는데, 언니가 상상했던 참치가 아닌 통조림 참치가 나와 약간 실망한 듯 했다. 바닷가 근처라 신선한 해산물을 잔뜩 먹을 수 있을 거라 기대 했는데, 통조림 참치 약간이 전부니 그럴 만도 하다.
점심을 먹고, 이구아나가 많이 산다는 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유일한 도심에 사는 이구아나를 볼 수 있는 곳이라 한다. 걸어서 5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신기하게도 공원을 들어 서는 순간, 이구아나들이 빡빡하게 잔뜩 있었다. 몸의 길이는 양 팔을 가득 벌려도 모자랄 정도의 이구아나 부터, 팔뚝만한 크기의 이구아나까지 다양했다. 용기를 내 이구아나 꼬리에 손을 갖다 대 보자, 딱딱한 비늘이 느껴 졌다. 백 마리는 족히 될 듯한 이구아나가 작은 공원 안에 이렇게 모여 살다니. 참 신기하기도 하다.
이구아나 공원 맞은 편에는 성당이 하나 있었는데, 들어가려 하자 돈 바구니를 내밀면서 돈을 내라고 한다. 갑자기 들어 가기 싫어져 그냥 그대로 돌아서 밖으로 나왔다.
그대로 발 길을 돌려 우린 민예품 시장으로 갔다. 족히 30분은 걸어야 도착 할 정도로 도심과 약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지나 가는 길, 아저씨들이 자꾸만 말 건다. 치니따~ 보니따~ 치니따~ 린다~ 치니따~ 께딸? 치니따~ 치니따~ 아아아아아아아!! 무슨 돌림 노래 하는 것도 아니고, 아저씨 한 명, 한 명, 지나 갈 때마다 귀에다 대고 저런 소리를 해대니 미치겠다. 듣기 좋은 칭찬도 한 두 번이지, 이제는 멀리서 아저씨들만 보면 자동으로 피하게 된다. -_-++ 팬더랑 같이 있을 땐,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아무튼 싫다. 과야낄 과야낄. 내게 시련을 주는 과야낄.
공예품 시장은 역시나 별 볼일 없었다. 기모노 스타일의 원피스를 하나 살까 했지만, 면 재질이 아니라 답답한 재질이라 그냥 패스. 결국, 아무것도 안 사고 그냥 그렇게 나왔다.
이젠 어딜 가지? 날씨도 너무 덥고 지친다. 우린 옷도 갈아 입을 겸 잠시 더위도 피할 겸, 호텔로 향했다. 잠시 쉬다 이번엔 근처 공원으로 나와 노점상에서 바나나 구이도 하나씩 사 먹고 공원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어느 새 해가 저물고 있다. 지독하게도 재미 없었던 이 도시. 내일이면 Bye!!
흔히 Chifa(치파)라고 불리는 중국집이 에콰도르 남부부터는 흔하게 보이는데 페루쪽으로 가면 갈 수록 더 많은 치파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집에 오는 길, 우린 적당한 치파에 들어가 음료수 하나와 볶음밥 + 볶음면 세트(US 3)을 하나만 주문했다. 양은 산처럼 수북히 담아 주는 탓에 두 명이서도 넉넉 했다. 가격도 싸고, 양도 많고, 맛까지 있으니 정말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을 조건을 다 갖추었다. 앞으로도 자주 자주 애용해야지. 맘에 든다!!!
오늘 하루, 맘에 든 건 치파와 이구아나 정도.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만, 언니의 여행 첫 날을 이런 곳에서 시작하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일은 더 좋은 날이 될꺼야!! 라고 믿으며 오늘은 이만 자자.
PS. 카메라를 들고 오지 않아 사진이 하나도 없다. ;;; 언니도우리가 카메라 있을 줄 알고 들고 오지 않아 사진이 정말 하나도 없다. -_-
PS 2. 정선언니는 심심한 지, 나에게 심심하지 않냐고 계속 묻는다. 난 별로ㅋㅋㅋ 난 혼자 놀기도 참 잘하는 것 같다.
PS 3. 난 말레꽁 때문에 쿠바 아바나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상상하고 왔건만, 실상을 알고 보니 엄청 살벌한 곳이었다. 끼토 호스텔에 있는 사람들도 내가 과야낄에 갔다 했더니, 내게 총 조심하라 했다던데… 에콰도르에서도 살벌한 도시로 손 꼽히는 대표 도시라고 한다. 이걸 왜 몰랐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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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 이야기:
내일 토끼는 과야낄을 떠나서 꾸엔까로 가는고 연락을 받았다.
음….그럼 정선 누나와 함께 있나보군. 잘됐다. 근데... 난 언제 가냐...ㅡㅡ;
마침 승재형도 기다리고 있던 새여권이 대사관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받고는 나갈 준비를 한다. 그럼 으릉이와 다 함께 나가자~ 대사관은 신시가지 가운데, 우체국은 좀 더 북쪽에 있다. (EMS 화물은 모두 일본 거리에 있는 우체국에 모인다.-거리 이름이 Japon 이다. 끼토에는 각 나라 이름을 거리 이름으로 쓰고 있다. 택시를 탄다면 Correo japon 이라 하면 된다.)
옆 앉아서 GPS 수신기를 이용한 구글어스를 봐주는 형이 있어서 운전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대사관에서 여권 찾기는 10분만에 끝내고는 우체국으로 간다.
우체국 도착시간 3시 40분. 제법 큰 우체국이다. EMS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근무시간이 오후 3시 30분까지. 헉…….안에 있는 아저씨께 사정해서 소포가 어디 있는지만 조회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여기있다고 하시는 아저씨 잉????? 공항에서 벌써왔나??
윽...그럼 조금 만 빨리 왔으면 소포를 찾을 수 있었단 거잖아!!! 내일 아침에 다시 오기로 하고는 자리를 뜬다. 어쨌든 정말정말 다행이다. 2주 이상 속앓이를 했는데 이제 좀 안심이 되는구나 이힛. 그럼 내일이면 끼토를 떠날 수 있겠군, 토끼가 꾸엔까로 가니깐 잘하면 그 다음 날 꾸엔까로 들어갈 수 있겠구나. 라는 희망을 가지고 다시 수끄레로 돌아간다.
하지만…..이런 희망으로 가득 찼던 내일이 힘들고 지치고 괴로운 날이 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
PS. 오늘은 오! 아저씨와 승재형이랑 고향집이라는 에콰도르의 식당으로 갔다. 메뉴는 짬뽕과 탕수육~! 윽…..얼마만이냐….양도 완전 푸짐 맛도 최고 중에 최고다.
고향집도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이다. 깔끔한 실내 분위기가 고급 레스토랑같은 느
낌까지 들게 만든다. 주인 아저씨는 센스있게 벽난로까지 켜주신다. 승재형은 이 곳 이 2번째 방문이다. ^^ 끼토~!! 그러면 다른 것 보다 오! 아저씨가 많이 생각 날 것 같다.
여행이 길어지면 기억이 남는 것은 사람이다...
수끄레에서 먹었던 전~!! 일명 지지미~!! 인기 만점 이었답니다.
요리사 : 승재 형.
<꾹~꾹 눌러서 부친 전...공짜로 먹으라는 말에 다들 좋아함..^^>
<늦게 온 일본인 '토시'를 위해서 남겨주고 만드는 법을 알려주니 곧 잘 합니다.>
<가오리와 벤 커플. 한국에서 만나요~>
<수끄레 친구들. 팬더-가오리-호세-승재 형-큰 형-토시-벤>
이렇게 팬더는 끼토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겁게 보냈습니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