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to] 우리 남극 갈까?
[Apr 28 Wed 2010 ]
- 부제 : 3번 째 돌아 온 끼토 .
오늘은 끼토로 떠나는 날.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소포가 우릴 너무나 불안하게 만들지만, 우선 끼토에가서 우체국이라도 가 보려면 오늘 떠나야지.
상쾌하게 아침 먹고 올라와선 짐 정리를 끝내고, 떠나기 전 인터넷을 잠깐 한다. 어제 잠시 이야기를 나눴던 김XX(남극 여행 중계인, 5불 계시판에 쓴 글을 보고 팬더가 연락함.)씨가 아직도 네이트온에 있다. 김XX씨 자인이 남극의 세종기지에서 근무하는 탓에 이번 남극 여행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세계일주를 이미 마친 대단한 아가씨다.
우리 외에 다른 여행자 4명은 한국에서 비싼 돈 들여 우슈아이아까지 내려 온 다음에야 크루즈를 탈 수 있는데, 우린 바로 우슈아이에서 스노우보드 타다 가면 되니 추가 비행기 값 들 필요 없이 간편하다. 이게 바로 하늘이 주신 기회? 너무 비싼 크루즈 가격 때문에 남극 일정은 생각도 못했는데, 또 이렇게 기회가 된다.
팬더는 형아팬더에게 전화해서 의논을 하고, 우린 결국 가기로 결정 했다. 크루즈 내에 한국인이 4명 이상이면 세종기지로 배도 띄어 준다고 하니, 세종기지 까지 밟아 볼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갑자기 남극에서의 일정을 상상하니, 심장이 콩닥 콩닥 뛴다.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일정이 추가 되는 게 바로, 장기 여행의 묘미다.
고맙게도, 또 미안하게도 형아팬더님이 수고해주셔서 멀리 있는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일사천리로 추진해 주셨다. 대단하신 분 ^^
이제, 어제부터 끙끙 앓던 문제도 해결 되었겠다, 자 떠나자. 끼토로!!
<우리가 머물렀던 방.>
<양처럼 생긴 멍멍아 안뇽~ 다음 소고기는 다른 여행자들에게 얻어 먹으렴~>
민도를 떠나 갈 때도 처음 올 때처럼 그렇게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우린 이제 우리가 가는 길 마다 다 건기인줄 알고 와이퍼 교체를 안 했는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비가 오는 걸 보니 와이퍼 교체를 꼭 해야 겠다.
한 번 와봤던 길이라 지난 번보다 길 찾기는 훨씬 쉽다. 끼토 들어가기 전에 KFC에 들러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 하러 들어갔다. 에콰도르의 KFC도 드라이브 쓰루가 있고, 꽤 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 우린 Big meal(음료 1잔, 코우슬로1, 햄버거1,윙 4조각, 치킨 1조각) 이라는 세트 메뉴 하나에 햄버거 하나만 추가 해 먹는데 US6.34.
우리는 아직 승재오빠가 머물러 있는 수끄레 라는 곳에 가기로 했다. 끼토에 가기 전부터 유명한 수끄레는 무조건 개인 방에 1인 US3.5 라는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는 장기 여행자들의 성전 같은 곳이다. 신시가지의 개인 방은 1인당 최하 US 8을 생각해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2배 이상 저렴한 곳이다. 이런 엄청난 곳이 있음에도 우리가 지금까지 가지 않은 이유는, 우선 주소를 몰랐고(다들 이름만 언급해 놨지 주소는 언급하지 않아서 어떻게 찾아가야 할 지 몰랐다.), 구시가지에 위치 해 주차하기가 어려웠고, 저렴 한만큼 저렴한 값을 한다는 선호오빠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린 승재오빠도 만날 겸 구시가지 구경도 할 겸 구 시가지로 차를 돌렸다. 그런데 엄청난 트래픽. 헉, 이건 서울 강남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차가 막힌다. 구 시가지는 옛날 건물들과 길을 그대로 보전했기 때문에 길이 대부분이 좁고 일방통행이라 운전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리고 마땅히 주차할 곳도 없고, 이래 저래 구 시가지에 들어 오자 마자 스트레스를 팍 팍! 받는다.
다행히 한 쪽 구석에 차를 세워 두고, 난 남아서 차를 지키고 팬더는 소포의 횡방을 알아 보기 위해 우체국으로 갔다. 그런데 걸어서 한 블록 정도로 가까운 우체국에 갔는데도 기다려도 오질 않는다. 알고 보니, 작은 소포와 큰 소포 받는 곳이 나뉘어져 있어서 헤맸는데, 결론은 아직도 우리 소포가 오지 않았다 한다. 읔… 망했다. 5월 2일날 과야낄로 들어 오는 정선언니 마중을 꼭 간다고 약속해 놨는데, 어쩌지. ㅠㅜ
- 소포가 일찍 온다면 에콰도르 서부 해안을 둘러 보면서 과야낄까지 내려갈 생각이었다.
(끼토--과야낄 . 버스 : 8시간)
<멀리서 보이는 높은 성당. 아마도 저 근처가 구시가지라고 생각하고는 대충 갑니다.>
<끼토의 대표적인 모습이죠? 멀리 보이는 천사상>
4시. 한 시간 반 안에 해가 지기 때문에 빨리 수끄레 호스텔도 찾고 주차도 해야 한다. 우린 서둘러 수끄레 호스텔을 찾는다. 승재오빠 말에 따르면 볼리바르 광장 바로 옆에 있다고 해서 볼리바르 광장을 찾은 다음 그 주변을 살펴봐야 겠다.
지나 가는 길, 또 경찰이 불러 세워 종이를 나눠 준다. 뭐지? 경계하며 받은 종이에는 차량 5부제 관련 설명이 씌여 있었다. 끝자리 숫자에 따라 운행을 못 하는 이 제도는 내일 부터 시작하니, 주의하라고 한다. 우리 번호판은 RJA-918 이니, 목요일 날 운행을 하면 안 된다. 이건 캠페인 차원이 아닌 강력한 법적인 제도라 첫 번째 발각 시, 벌금 US50에 하루 운행 금지, 두 번째 발각 시, 벌금 US100에 삼일 운행 금지, 세 번째 발각 시 US150에 일주일 운행 금지, 그 이후에는 가중처벌이 된다고 한다. 역시 공권력이 쎈 나라. 일반인의 평균 월급이 US200인걸 생각해 보면 엄청나게 큰 벌금이다. 선거 날 투표 안 해도 벌금, 차량 5부제 때 차 가지고 나와도 벌금. 우~
<아까 전에 멀리 보이던 성당이 이렇게 생겼더군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볼리바르 광장을 찾고, 수끄레 간판도 너무 잘 보여 수끄레 호스텔도 잘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문제는 주차. 주차를 어찌 하지? 우선 비상등을 키기 임시 정차를 한 뒤, 내가 호스텔에 가서 사람을 데려 오기로 했다.
호스텔에 들어 가자 마자 호세 라는 아저씨는 나를 반갑게 맞아 준다. 한국인 이라고 하니, 예전에 머물렀던 한국인 친구들에 대한 칭찬을 늘어 놓는다. 내가 주차 문제를 묻자, 주차장이 없어 사설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고 한다. 그건 이미 각오했던 터라, 사설 주차장 위치를 묻자, 우선 차 모양을 보고 싶다고 해 호세를 데리고 바깥으로 가 우리 으릉이를 소개시켜 준다. 호세 아저씨는 우리 으릉이가 너무 예쁘다고 칭찬을 한 뒤, 팬더는 차에서 기다리게 하고 우리 둘만 주차장으로 가격 타진을 하러 나선다.
커다란 사설 주차장은 하루 기준 US12, 비싸도 너무 비싸다. 하지만 바로 뒷 길 슈퍼에서 운영하는 주차장은 밤 주차는 US 2, 낮 주차는 US 5로, 다른 곳보다 훨씬 저렴하다. 우린 몇 일 머무를테니 싸게 해 달라고 흥정을 하자, 낮 주차는 US4, 밤 주차는 US2로 총 US6으로 맞춰 졌다. 대신 슈퍼에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침 7시 부터 저녁 8시까지만 차를 뺄 수 있고, 그 시간이 지나면 아침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그 정도 쯤이야. 이로써 주차장도 확정!
<토끼가 호스텔과 주차장을 알아보러간 사이... 볼리바르 광장의 모습을 담아봅니다.>
짐을 바리 바리 싸서 먼저 호스텔로 옮겨 둔 뒤, 주차를 마치고 호스텔에 돌아 오니, 호세 아저씨(관리인)가 네 친구들도 방금 밖에 나갔다 돌아왔다고 만나 보라고 한다. 주방으로 가니, 반가운 승재오빠가 보인다. 메데진에서 만나고 또 여기서 만나니 새롭다. 오타발로에서 구입 했는지 팬더와 비슷한 알파카 재킷도 입고 있다. 메데진에서도 열심히 요리 하더니, 여기서도 열심히 요리 중. 오늘 저녁 메뉴는 닭도리탕. 일본 말로 새가 도리라, 번역하면 닭닭탕이라는 우스운 말임에도 불구하고, 매운 닭볶음이라고 새롭게 부르려고 해도, 자꾸 입에서는 닭도리탕이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이래서 어렸을 적 습관이 무섭다는 건지…
승재오빠를 포함 해 총 3명의 한국인이 있었는데, 파란색 후드 짚업을 입고 다니는 통에 우리가 붙인 별명인 스머프 오빠와, 1달 째 스페인어를 열공 하는 큰 오빠다. 우린 5명이 사이 좋게 매운 닭볶음을 나눠 먹고, 재료값만 나누어 낸다. 1인당 1.75로, 우린 2인에 US3.5 . 참 싸게 맛있게 잘 먹었다.
맛있게 저녁도 잘 먹었고, 이제는 휴식을 할 시간인데… 황당하게도 오늘 방이 없다고 거실서 자란다. 에라이. 그럴거면 첨부터 방 없다고 돌려 보낼 것이지… 그 거실은 TV가 있는 곳인데 사람들은 축구경기 보느라고 미쳐서 술 먹고 담배 피고 소리 지르는데… 여기서 자라고?? -_-
여기선 도저히 못 자겠다. 강력하게 싫다고 의사 표시를 했더니 9시까지 기다려 보고 예약된 방이 안 차면 거기서 자도 좋다고 한다. 대신 화장실이 딸린 곳이라 1인에 US4.5, 2인에 US 8이라고 한다. 그렇게 9시까지 기다리다 물어 보니, 9시 반까지만 더 기다리자 해, 9시 반까지 또 기다려서야 그 방을 우리가 차지 할 수 있었다. 화장실 냄새가 지독하게 나고, 침대도 너무 물렁 물렁 해 허리가 아프지만, 저 거실보다는 무조건 낫다. 아직까지는 이 곳 수끄레가 너무나 낯설기만 하다. 승재오빠가 없었다면 오지 않았을 수끄레. 조금 더 두고 봐야지.
<수끄레 거실- 가장 시끄러운 곳>
자, 이로써 벌써 3번 째 온 끼토. 처음엔 갈라파고스 섬을 가기 위한 베이스 캠프로, 두 번째는 적도 민박에 머물면서 편하게, 세 번째는 히피들의 집합소 수끄레에서 전부 다 다른 목적과 색깔의 끼토를 느끼고 간다. 하 하.
PS. 호스텔 TV 보는 방에 커다랗게 걸린 태극기의 모습이 예뻐 보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태극기를 준비해 올 걸. 나라 밖에서 보는 태극기의 모습이 정말 예쁘다. 특별 제작해서 태극기를 걸어 준 분들에게 감사 한다.
<아름다운 태극기와 우리가 잘 뻔한 거실 침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