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o] 우리들만의 주말.
[Apr 26 Mon 2010 ]
편안하게 아침에 눈이 떠 진다. 이 숙소에 우리가 유일한 손님이기에 우리가 일어나는 시간에 맞추어 아침밥도 준비해 준다. 과일, 계란, 빵, 커피, 음료로 구성 된 전형적인 아침 메뉴. 신기하게도 빵은 햄버거 빵을 주고, 커피는 먹는 순간 너무 맛이 없어서 다신 먹지 말아야 겠다 생각이 들 정도 였다. 그래도 아침을 주는 게 어디람~
새 소리가 요란해 주위를 둘러 보니, 많은 새들이 우리를 만나러 마실 나왔다. 자세히 보니, 아주머니가 새들을 유인하기 위해 나뭇가지 위에 다 먹은 바나나 껍질을 올려 놓으셨다. 그리고 벌새를 유인하기 위해 꿀물이 든 특수 물통도 설치 해 놓으셨다. 와우!! 덕분에 우리는 새들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며 숲속의 귀족이 된 듯 행복한 기분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호강을 누릴 수 있었다. 어제 이 숙소를 선택하길 참 잘했다.
<덕지덕지 으릉이~ ㅠ ㅠ 곧 말끔해 집니다.>
행복한 기분을 안고 다시 2층 방으로 돌아 와 침대에서 몇 번 뒹구르르 하다 창문을 여니, 아름다운 숲이 보인다.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도시에서만 자란 나는 자연이 이렇게 아름답고 대단한지 몰랐는데, 캐나다에서 살고 여행을 하다 보니, 점점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아가는 기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싫은 건 벌레. ;;;
<창문에 꼭 붙은 벌레씨!>
내친 김에 밀린 일기 한 편을 쓰고, 오랜만에 차 정리를 하러 바깥으로 나섰다. 오타발로에서 산 기념품, 그리고 끼싸핀차에서 산 가죽 옷만 해도 한 가득 뒷자리를 메우고 있다. 점점 쌓여만 가는 기념품들. 대책 없다!!
내부 정리를 하다 보니, 으릉이를 세차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 집도 아닌데 물을 마음 껏 쓰기도 그렇고 해, 헌 옷을 잘라 걸레로 만들어 으릉이를 깨끗하게 닦아 준다. 먼지가 어찌나 많은지 둘이서 약 두 시간을 꼬박 닦고 나서야 끝이 났다. 헥헥헥!!
세차를 끝내니 어느 덧 오후 3시. 오늘 뭔가를 하긴 다 틀린 것 같다. 오늘 하루를 휴식의 날로 정했다. 누군가는 여행=휴가 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지만, 분명 여행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일 하는 데도 주 5일제가 도입된 것처럼, 여행이 길어지다 보면 정기적으로 쉬어줘야 할 때가 있다. 주말에 하는 일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휴식일이 되면 할 일들이 참 많다.
으릉이 + 짐 정리도 해 주고, 일기도 쓰고, 가계부 정리도 하고, 사진파일 정리와 백업, 그리고 블로그에 우리의 기록들을 업로드 한다. 그리고 앞으로 갈 곳에 대해 론니 플래닛과 인터넷으로 자료도 수집하고, 또 우리가 아는 만큼 잘 모르는 사람들의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블로그/ 5불당을 통해 해 주기도 한다. 또 집에 전화도 자주 하고, 친구들과 대화도 하고, 학교 복학 준비 등 남들은 잘 모르지만 우리 나름대로 바쁜 우리만의 주말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이게 생활인지, 여행인지 헷갈릴 정도로.
반짝 반짝 빛나는 으릉이를 보며 기뻐하던 것도 한 순간, 세차를 끝내고 30분도 채 되지 않아 비가 오기 시작 한다. OTL 이 곳이 우기에 접어 들었다는 걸 잊어버린 우리 잘못이 크다. 괜히 찔끔 찔끔 맞느니 세차게 맞으라고 급기야는 바깥에 비 잘 맞는 곳에 차를 세워 둔다.
그리고 우리는 마을 구경도 할 겸 우산 하나를 사이 좋게 나누어 쓰고는 걸어 본다. 오는 비를 온 몸으로 받으면서 축구에 정신 팔린 어린이들을 지나 조금 더 걸으니 마을의 중심 센트로가 나온다. 사실 센트로라는 말도 거창하게 느껴질 정도로 작은 마을이라 우리 집 동네 앞 상권보다도 작은 규모다. 우리는 어제 먹었던 핀초가 계속 아른 아른 거려서 한 번 더 먹기 위해서 나온 건데, 오늘은 핀초 장수 아저씨가 보이질 않는다. 조금 더 늦어야 나오는지, 비가 와서 안 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제 그 장소에서 잠시 서성이다 슈퍼에서 포장된 소시지를 사서는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안개 낀 민도..>
<민도 센트로>
오늘 저녁은 소시지 구이 + 소시지 야채 볶음 + 김 + 밥 + 파인애플 맛 음료수. 반찬 가짓수는 적어도 항상 맛있게 든든하게는 잘 챙겨 먹는다.
PS. 메데진에서 만났던 승재오빠(인도바지)가 지금 끼또에 있다고 한다. 승재오빠도 오늘 민도로 갈까 하다가 말았다던데… 혹시 내일 오려나? 끼토발 버스가 마을에 도착할 즈음에 버스정류장에서 알짱 알짱 거려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