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Mitad del Mundo] 또 다른 세상의 중심에서! 적도.
[Apr 25 Sun 2010 ]
깔끔함에 반해버린 숙소.
<잃어버린 네비 대신 사용하고 있는 GPS 수신기. 네비 프로그램과 구글 어스를 연동시켜 사용합니다.>
주차장 입구를 떡 하니 막아 놓고 외출한 다른 차주 때문에 차 빼느라 진땀을 흘리고 겨우 오타발로를 탈출할 수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적도 박물관이 있는 '라 미딷 델 문도'를 들러 민도 까지 가는 것이다.
끼토 가는 중간에 역시나 경찰은 우리를 세운다. 짐 검사와 신분증 검사를 싹 하고 난 뒤 우리를 그냥 돌려 보내려는 데, 동료 경찰이 와서 아까 아이가 근처에 있는데 속도를 안 줄였다는 터무니 없는 이유를 들먹이며 돈을 내 놓으라 한다. 우리가 찔리는 점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협상의 여지가 있었겠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니 우리도 가만히 앉아 뻣 대는 수밖에 없다. 결국은 상사가 나와서 그냥 가라고 해 해결이 되었다. 중남미 여행 8개월 차인 우리를 뭘로 보고 뇌물 요구람~ !!
끼또 근처에서 적도 박물관 쪽으로 빠지는 길이 있는데, 어딘지 찾지를 못 하겠다. 팬더는 그것 땜에 스트레스 받는지 토끼한테 지도 좀 보라고 닥달을 한다. 지도를 원체 잘 못 보는 나는, 보다가 멀미 할 것 같아 팬더에게 보라고 하자, 성의 없이 지도 본다고 뭐라 한다. 아… 스트레스 받아!! 운전 하는 데 옆에서 뭐라 할 수도 없고, 참다 참다 참나무가 되는 수 밖에… 서로 말이 없어진 우리는 앞으로만 계속 간다.
그렇게 겨우 도착 한 적도 박물관. 기뻐해야 할 순간인데, 아까 상한 기분 땜에 앙금이 살짝 남아 있다. 주차료 US2, 입장료 각 US2를 내고 들어 간다.
공원 안을 살짝 걸어 본다. 배가 살짝 고픈 게, 여기서 점심을 먹는 게 좋을 것 같다. 첫 번째 간 레스토랑은 왠지 비싸 보이면서 가격표가 없어 그냥 패스, 두 번째 간 패스트 푸드 점에서 햄버거 + 감자 튀김 + 음료수 세트를 각 US1.8에 먹기로 했다. 우리는 밥 먹으며 본격적으로 화해. 팬더는 짜증 안 내기, 토끼는 상황설명 자세히 하기(자세히 보려고 노력했는데, 차 멀미 땜에 어지럽고… 어쩌고 저쩌고)로 약조하고 화해 했다.
적도탑 근처로 자리를 옮기려는데, 광장에서 막 인디오 춤 공연을 시작하려고 한다. 이런 걸 놓칠수야 없지~ 론니플래닛에도 일요일에 이 곳을 찾으면 혼잡하지만, 공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했는데 그 말이 맞았다.
바구니에 잔뜩 음식물 등을 넣어 놓고 춤을 추는 것으로 보아, 신이 주신 음식에 대해 감사하는 의식으로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비키라고 한다. 자기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공연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내 상식으로는 뒤에 있는 사람이 비켜서 보는 게 맞는데… 우린 싸우기 싫어 옆으로 자리를 조금 옮겨 줬더니, 이번엔 다른 방향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비키란다. 자기 앉은 자리에서 공연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 이 나라 사람들 진짜!! 그래, 그냥 비켜주자.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적도탑에 도착 했다. 적도탑을 기준으로 적도선이 금색으로 새겨져 있다. 적도탑과 적도선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줄까지 서야 할 정도였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우리도 기념사진 찰칵 찰칵~ 내친 김에 팬더는 한복까지 들고 와 입고 사진을 찍는다. 주목 받는 걸 즐기는 연예인 팬더ㅋ 난 부끄러운 소심 토끼ㅋ
<왼손은 북위. 오른 손은 남위 ㅋㅋㅋ>
호주의 배꼽이라 불리는 거대한 바위 울룰루를 호주 원주민들은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 또 다른 세상의 중심이 있다. 에콰도르. 적도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이 나라의 이름이 유래 되었을 정도로, 적도에 대한 자부심을 크게 가지고 있는 곳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실제 적도선은 적도박물관 옆에 살짝 비껴서 있어서 이 곳이 실제 적도선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 적도선은 적도 박물관에서 나와 약 3분 정도 걸으면 또 다른 박물관이 있는데 그 곳에선 계란 세우기 실험도 할 수 있고, 물을 부으면 어느 쪽으로도 소용돌이가 돌지 않아 직선으로 내려 간다고 한다. 진작 알았다면, 그 곳도 가 보는 건데… 역시 아는 것이 힘이고, 아는 만큼 보인다. 혹자는 이 말을 비꼬아 아는 만큼만 보고 온다고 하지만, 알지 못해 놓친 것이 못내 아쉽다.
적도박물관을 나올 때 쯤, 부슬 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 한다. 우기에 접어 들었는지, 바뇨스에 있을 때부터 살짝 살짝 비가 오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오후만 되면 빗방울이 떨어 진다.
으릉이는 떨어지는 빗방울을 온 몸으로 받아가며 우리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민도까지 데려다 준다. 물론 팬더가 운전을 하기는 하지만, 만약 으릉이가 없었다면 떨어지는 비를 온 몸으로 맞으며 큰 짐을 끌고 다니며 버스를 타고, 까맣게 젖은 버스 바닥에 짐을 어쩔 수 없이 내려 놓으며 비 오는 걸 원망했겠지만… 으릉이 덕분에 비 오는 걸 낭만으로 느끼며 음악과 함께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민도로 향한다.
외길이지만, 길은 좋았다. 전박적으로 에콰도르의 길 상태는 최상급이다. 콜롬비아도 좋았지만 지나치게 톨비를 많이 받아 부담스러웠는데, 에콰도르는 기름값도 싸고, 길도 좋고, 도로마다 톨비도 적당히 받아 드라이브 할 맛 나는 나라다!!
그런데 도착하기 15분 전부터 길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 지더니 급기야 비포장이 되 버린다. 현지인에게 더 유명한 도시라 그런지 아직 도로 포장도 안 된 곳이다. 하지만 중간 중간 호텔과 레스토랑은 우후죽순으로 생겨 도시 전체의 반 이상이 관광업에 종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부터 숙소 찾기 전쟁이다. 적어도 세 군데 이상은 보고 결정하는 편인데, 가격과 청결도, 위치, 주차장 등의 부대시설과 인터넷 등의 편의시설 등등을 잘 따져보고 골라야 후회가 없다. 하지만 모든 걸 만족하는 숙소는 찾기가 어렵다.
우리가 돌아 본 숙소 5군데 중, 두 숙소 중 한 곳을 고르기로 했다. 첫 번째는 1인당 US12로 방갈로 형식의 방(개인욕실)이라 편안 해 보여 마음에 들고 주차장, 수영장 등의 부대시설, 인터넷 서비스, 아침제공까지 되는 곳이고, 또 다른 한 곳은 1인당 US8로 민박집 형태처럼 방 하나만 빌려 쓰는 것이라 약간 불편하고, 공동욕실에 주차가능, 인터넷 서비스, 아침 제공이 되는 곳이었다. 난 당연히 첫 번째 숙소가 더 마음에 들었고, 팬더는 싼 가격에 이끌려 두 번째 숙소가 더 마음에 든 것이다.
결국, 하루만 자도 US8차이, 이틀 자게 되면 US 16 차이기에 두 번째 숙소로 결정 했다. 돈을 아낄 수 밖에 없는 장기여행자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또 몇 일 바깥 밥을 먹었다고, 집 밥이 그리워 지기 시작한다. 비도 부슬부슬 오고 쌀쌀하니 생각 나는 카레밥. 그래 오늘 저녁은 카레밥이다. 근처 슈퍼마켓에 가서 간단하게 야채와 음료수를 사고 나오는데 소시지 노점(꼬치구이를 이 나라에서는 '핀초'라고 한다)이 눈에 띈다. 가격은 US1. 그런데 하나만 먹어도 충분히 배 부를 정도로 양이 넉넉하고 맨 끝에 알감자도 하나 쏙 꽃아 준다.
맛은 기대이상. 예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실패한 이후로 초리쏘(약간 매콤한 맛의 수제 소시지를 초리쏘라고 한다.) 핀초를 잘 먹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맛. 게다가 하나 사서 둘이 나눠 먹어도 충분히 허기는 면할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한 양. 대만족. 내일 또 먹어야지~ ^^v
숙소에 도착 해, 우린 요리를 시작한다. 손님들이 부엌을 쓰겠다고 한 경우는 처음인지 당황하던 아주머니도 우리의 많은 요리 도구들을 보더니 신기해 한다. 우린 어딜 가나 신기한 대상인가 보다.
밥 먹고 나서는 인터넷 삼매경 ㅋ 그나저나 우리 일기들은 언제 다 업로드 되는 걸까? 업로드가 다 되긴 할까? 그 전에 이러한 기록 작업들에 우리가 먼저 지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