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19 Fri 2010 [Cali] 정들었던 사람들을 보내며…
부제 : 으릉이 신발 샀어요!!
모텔 주인 아저씨가 깨우는 소리로 새벽3시 반에 벌떡 잠에서 깬다. 아직 졸린 듯, 그래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짐을 정리하고는 다시 공항으로 향한다.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두 사람은 체크 인을 하고, 다 같이 모여 커피 한 잔씩을 마신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달러와 언니 오빠의 남은 콜롬비아 페소를 달러로 다시 환전 해 주고, 이제는 정말 헤어질 시간.
<새벽 5시 공항에 도착을 합니다.>
<모닝 커피로 마무리 하는데......아쉬운 맘이 계속 남습니다.>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과, 각자의 남은 여행에 대한 격려, 그리고 인사를 나누고는 출국장 밖으로 멀어 지는 두 사람. 하림의 '출국'이라는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려야 할 것 같은 기분.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지금 헤어짐은 다시 만남을 위한 것이니, 시시껄렁한 말은 멀리 던져두고 지금 인연을 한국에서도 길~게 이어가면 되지.
<한국에 가서 봐요~>
허전한 마음을 안고 으릉이 안으로 들어 오니, 해가 저 멀리서 뜨고 있다. 아침 이구나. 이제부터 뭘 하지?? 지금 이대로 다시 숙소를 잡아서 잠을 자기도 그렇고, 지금 멀리 이동하기도 그렇고, 깔리 구경을 하기도 뭣하다. -_-~
그렇다면.. 몇 시간 지나면 카센터도 문을 여니, 오늘 맘 먹은 김에 앞 타이어 두 개를 바꿔야 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파나마에서 다 갈아 버릴 것을… 돈 아깝다고 하나만 갈았는데, 지금 보니 앞 타이어에 쭉 쭉 금이 가 있다. 오늘 타이어도 갈고, 브레이크 잡을 때 마다 소리 나는 드럼도 다시 한 번 점검 받고, 사이드 거울 수리도 다 끝내야겠다. 인구 350만의 큰 도시 깔리니까.
쭉쭉 운전을 해 나가다, 주유소도 겸하고 있는 꽤 규모가 큰 자동차 수리점을 발견했다. 그래, 저기다!! 싶어 물어보니, 수리점이 문을 열려면 2시간 쯤 기다려야 한단다. 까지것, 기다리지 뭐. 차에서 눈 좀 붙이고 일어나면 두 시간쯤은 금방 지나 간다.
9시가 넘자, 하나 둘 출근을 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아저씨가 부른 가격보다 조금 깎아서, 앞 바퀴 두 짝을 45만페소( 약 27만원)에 교체하기로 했다. 마침 우리가 원하던 한국 타이어 제품이 있었다. 모델명 'RA 08'을 인터넷에 찾아 보자 경트럭용 타이어로 빗길에 제동력이 우수한 제품으로 미쉘린과 더불어 많은 상을 받은 제품이라고 한다. 오~ 갑자기 안심이 더 된다. 게다가 제조일자도 확인 해보니, 최근이라 믿음감 백배. 좋아 좋아!!
브레이크 드럼도 점검 해 달라고 했더니, 지금 드럼이 매끄럽지 않아서 부딪치면서 나는 소리라고 공장에 가서 선반으로 매끄럽게 갈아 와야 한다고 한다. 공정비는 10만페소 (약 6만원). 그런데 소리만 날 뿐, 별 문제는 없으니 그냥 타라고 권해 준다. 소리는 신경 쓰이지만, 나중을 기약하며 타이어만 수리했다.
<헌타이어 2개는 스페어로 가지고 있을랍니다. 나중에 볼리비아 도로에선 무슨 탈이 날지도 모르니...>
혹시나 싶어 지난 번 사고 난 우리 사이드 거울을 여기서 고칠 수 있는지 묻자, 좋은 기술자를 소개해 준다고 같이 가자고 한다. 그러더니 오토바이로 먼저 앞장을 서고 따라 오라고 한다. 엇, 길만 알려 주면 되는 데, 왜 굳이 따라 온다고 하지. 혹시나 팁을 요구하는 것일까봐 살짝 겁을 먹었는데, 맘 속 깊이 나온 호의에서 베풀어 준 마음을 오해 했나 보다. 친절한 아저씨 고마워요!!
우리가 간 곳은 차 악세서리 관련 부품과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였다. 특히나 거울 전문이라, 우리가 찾던 딱 그 곳이었다. 뜨거운 열로 거울 뒤의 접착제를 녹여 거울을 분리하고 부서진 부분에 고정용 나사 대신 박는다. 그리고 다시 반대순으로 작업해서 접착제로 거울을 붙이는 것이 전부였다. 간단해 보이는 작업이었지만, 저런 방법을 생각 해 낸 기술자가 똑똑 했다. 우린 전체 거울을 다 갈아야 할까 봐, 그런데 혹시 부품이 없을 까 어찌나 걱정을 했던지… 다행히 지혜롭게 교체하지 않고도 수리를 해 줘서 참 다행이다. 수리비도 저렴하게 2만페소 (약 12,000원). 역시나 인건비가 싼 나라라 이럴 땐 참 좋다. 미국이나 캐나다 였다면, 백 불은 쉽게 나갈 텐데… !.!
<고정하는 클램프가 계속 빠져서 거울이 움직이는 것이었음>
<클램프가 빠지지 못하게 나사를 가운데 박아 버립니다.>
<다시 재조립 합니다. 접착제 때문에 하루 정도는 이렇게 하고 가야겠습니다.>
이제는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다. 뽀빠얀으로~ 깔리에서 2~3시간 쯤 떨어진 도시로 오늘 그 곳에서 하룻밤 자고 떠날 예정이다. 길이 복잡 해, 물어 물어 가는 길에 작은 사고가 났다. 좌회전 통로를 낮은 장애물로 막아 둔 것을 못 보고 그냥 그 장애물을 들이 박아 버린 것. 평소 같으면 이런 실수를 하는 팬더가 아닌 데, 오늘은 졸려서 그런 지 실수를 해 버렸다. 그 자리를 벗어나서 차를 세우고 밑을 점검 해 보니 다행이 멀쩡 해 보인다. 휴~ 이로써, 으릉이의 내구성은 검증된 셈. 팬더가 으릉이한테 다시는 안 그렇겠다고 사과하고 약속도 했다. ㅋㅋ
정신 바짝 차리고, 뽀빠얀으로 가 보자. 도시 자체에 대한 욕심 없이 부지런히 내려 가 3일 내 에콰도르 국경을 넘는 것이 목표다. 3일 동안 23만 페소로 빠듯하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톨비가 유난히 비싼 콜롬비아라서 심히 걱정 된다.
발품을 팔아 겨우 35,000페소 짜리 길가에 있어 시끄럽지만 싸고 주차장 있는 호텔을 구하고 방 안에서 뜨거운 물과 락앤락 통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는, 하이킥 몇 편을 보고는, 기절 하듯이 그렇게 쓰러져 잠 들었다.
PS. 승재오빠한테 산 GPS 쓰다가 성질 버리겠다. ㅠㅜ 매번 연결할 때마다 새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포트 번호를 바꿔 줘야 한다. 가끔 그래도 안 될 때도 있다. 규칙 없이 몇 번을 시도해 될 때까지 하는 거라, 성질을 잘 다스려야 한다. 휴~ GPS 다시 배송 받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