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13 Sat 2010 [Medellin] 으릉이 방패가 생겼어요.
아침에 일어나 팬더의 허리부터 살핀다. 어제보다는 컨디션이 좋다고 한다. 팬더 말에 따르면 약 70% 회복. 몇 일만 더 쉬면 완전히 나을 것 같다고 한다.
팬더는 아침 일찍 으릉이 만나러 카센터로 가고 어제 늦게 잠이 든 나는 조금 더 쓰러져 자다가 팬더가 있는 카센터로 향했다. 팬더는 카센터 옆 알람 다는 곳에 있었다.
처음 작업은 리모컨 작동 시, 열리지 않는 앞 좌석 두 개를 고치는 일이었다. 모터가 힘을 줘야지 리모컨을 눌렀을 때 열리거나 잠기는 건데 , 모터에 힘이 없어서 리모컨으로 앞 문 두 개가 열리거나 잠기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처음 작업은 차 문을 뜯어서 모터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새로운 모터를 덧 대어 달았다. 그리하니 이제 리모컨으로 앞문까지 잘 작동이 된다.
두 번째 작업은 조수석 열쇠구멍 막힌 것 빼내기. 예전에 멕시코 산 크리스토발에서 누군가 차를 훔치려던 시도를 했는지, 길거리에 세워 둔 이후로 조수석 열쇠구멍이 막혀서 열쇠로 문을 열 수가 없다. 그러니 그 동안 리모컨으로도 안 열리고 열쇠로도 안 열려서 꽤 번거로웠다. 마침 옆 집이 열쇠관련 집이라 열쇠 집에 부탁해 25,000페소에 수리.
마지막 작업은 으릉이 전체에 알람을 다는 일. 120,000페소에 합의 봤다. 예전에 멕시코에서 같은 작업을 하려고 했을 때, 지금 가격의 약 3배는 달라고 했었는데 콜롬비아가 자동차 수리하기엔 더 낫다. 약 두 시간쯤 걸린다 해, 앉아서 기다리다 멍 때리다 건너 편 식당 가서 점심도 먹고 왔는데 아직도 안 끝나 있다. 뭐가 잘 안되나 보다. 아저씨는 누군가에게 전화 해서 자문을 구하고 몇 번을 실험한 뒤에야 작업이 끝났다. 아침 8시에 호스텔에서 나와 오후 6시에 들어가니, 10시간 동안 으릉이 곁을 지키고 있었던 셈. 휴~지친다. 바쁜 것보다 한가한 게 왜 더 힘든지 알게 된 시간. 아무것도 안하고 밖에 앉아서 멍 때리느라 고생했다.
<으릉이 수술 중...........>
<새로운 리모컨 탄생!! 것도 2개 나 @@ 이제야 공평해진 팬더와 토끼>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돌다리 놀이 ㅋㅋ ㅋㅋ 그런데 벌레 자국은 지워지지도 않네요 ㅠ ㅠ>
이제는 나쁜놈들이 와도 막을 수 있게 방패가 생긴 으릉이에 올라 타, 주차장으로 향하려는 데 또 경찰한테 걸린다. 우리 서류들도 다 보여 주고 한 바탕 난리를 쳤는데 이번엔 좀 분위기가 다르다. 메데진에서는 틴팅을 하는 게 불법이라고 한다. 특히나 지금 선거철이라 더 민감한 상황이라 곤란하다는 거다. 우리는 지금 차를 집어 넣으러 주차장 가는 길이고, 선거가 끝나서야 메데진을 떠나기 때문에 선거 동안 차를 사용 안 할거라고 하자, 그러면 얼른 주차장에 차를 집어 넣고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는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로 주차장으로 직행. 내일이 선거 날이라 다들 비상사태인가보다.
콜롬비아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자신의 번호판 번호가 새겨진 헬멧, 조끼를 필수적으로 써야 한다. 예전에 오토바이 범죄가 너무 많아서 생긴 법안이라고 한다. 메데진에서는 틴팅이 불법이다.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아지트였던 메데진이라 그런지, 이 곳은 자동차를 이용한 범죄가 많았나 보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른 자동차 법규로 경찰과 사소한 시비가 항상 붙곤 한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면 크게 손해 볼 일은 없으니 당황하지 않는 게 중요 하다.
La33에서 돌아와 다시 만난 연희언니, 성욱오빠, 태경이는 오늘 하루 우리가 없어 허전 했다고 한다. 그래도 재미나게 케이블카도 타고 박물관도 다녀오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 우린 오늘 멍 때리느라 죽을 뻔 했는데…
오늘 보고타로 밤 버스 타고 가는 두 청년들이 있어 작은 환송회가 열렸다. 요리 잘 하시는 아저씨 두 분이 밥과 찌개를 환상적으로 만드셔서 우리도 같이 낑겨서 먹었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찌개가 맛있다. 헤헤~
처음에 답답해 보였던 La33 도미토리가 하룻밤 사이에 적응 되었는지 오히려 더 편하고 좋다. 화장실이 연속으로 3개나 있어 기다리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도 있고(필요하면 2층에도 화장실이 추가로 있어 2층 화장실을 사용 할 수 있다.), 침대 매트리스도 편하고 좋다. 거기다 침대마다 커튼이 달려 있어 약간의 사생활 보호 효과도 있다. 거기다 60명 분의 침대를 열 명 남짓 사용하니 2층 침대 사용할 일도 없고 생각처럼 전혀 붐비지도 않는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건, 문만 열고 나가면 바깥 바람을 쐴 수 있어서 좋다. 호스텔 안에만 있어도 갇혀 있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게끔, 바람을 느낄 수 있고 밤에는 야경도 바라 볼 수 있어서 참 좋다. La 33 호스텔이 점점 좋아진다.
PS. 공짜로 밥 얻어 먹기가 뭣 해서 술이라도 사려고 했는데, 아무데서도 술을 팔 질 않는다. 어랏? 남미 쪽 모든 나라가 선거 때가 되면 술을 팔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도 내일이 선거라 선거 끝날 때까지는 술을 팔지 않는다는데… 그래서 선거를 앞 두면 거의 모든 술 집은 문을 닫고, 아는 사람들은 미리 술을 사재기 해 놓는다고 한다. 그렇구나. 마침 호스텔 1층 로비에서 럼을 팔아서, 저 작은 걸 누구 코에 붙이나 싶지만 럼 한 병 사서 한 잔씩 돌렸다.
선거에 관해 더 재밌는 사실은 선거 날에 투표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문다고 한다. 그러니, 투표율이 올라갈 수 밖에 없겠지. 선거날에는 모든 경찰이 비상사태인 것 같다. 선거 날에는 술도 안 팔고, 투표 안 하면 벌금도 내는 나라. 아직은 게릴라와 대치 중인 나라라 이렇게 엄격한 기준이 있나 보다.
PS2. 이베이를 통해 주문한 우리 GPS가 아직도 도착을 안 했다. 전산 상에는 콜롬비아 세관을 통과 했다고 나오는데, 언제 우리 손에 들어 올 지는 모르겠다. 현재 선거철 비상이라, 다음 주 목요일쯤에야 올 것 같다고 메데진에 오래 사신 분이 예상을 한다. 만약 그렇다면 다음 주 금요일에 비행기를 타야 하는 언니 오빠는 미리 깔리로 가야 해서, 메데진이 우리가 같이 하는 여행의 종착지가 될 수도 있다. 빨리 오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