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04 Thu 2010 [Taganga] 소소한 행복 찾기
오늘의 목적지는 타간가. 가는 길에 산타마르타를 다시 한 번 들러 어제 맡긴 세탁물을 찾아서 타간가로 향한다. 타간가는 작은 어촌마을이지만 스쿠버다이빙이 유명해 많은 여행자들이 몰리는 곳이다. 론니에 따르면 현지 거주민보다 외국인의 비율이 더 많을 것이라 한다.
산타마르타로 가는 길. 제시네가 수리를 맞기 정비소에 들려서 엔진오일을 교체하려고 갔지만, 많이 바빠서 다른 곳을 추천해준다. 제시네 차는 완전 분해해서 수리중. 작은 녹부터 소소한 것들 까지 이 곳에서 고쳐서 가면 프랑스에서 더 비싸게 팔 수 있단다.
<으릉이도 엔진 오일 교체. 미국 플로리다에서 택사스 올 때 간 것이 최근. 약 10,000km 주행-합성유니깐.^^>
그리고 이 참에 과테말라에서 하지 못했덪 틴팅(썬팅) 도 하자. 운전석과 조수석. 앞유리 모두해서 65000페소 (4만원) 정도. 그런데 앞 유리는 금이가서 틴팅할 때 더 깨질 위험이 있다면서 해주질 않는다. 그럼 양 옆에만 하고 (40,000페소)는 자동차용 소화기, 수리중 삼각대 등 안전 장비 세트를 산다. 아르헨티나에서 한번씩 경찰이 잡고 물어본다는데 미리 사두면 좋지뭐 (30,000페소)
산타마르타에서 타간가로 가는 길. 저 멀리서 타간가가 보이고, 매력적인 풍경이 우리를 사로 잡는다. 마침 차를 세우고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작은 전망대가 있어 한참을 그냥 멍하니 바라 보았다. 해안선을 따라서 아기자기 형성된 마을이 귀여운 인형의 집 같다. 그리고 넓고 푸른 바다와 크레파스로 그려 놓은 듯한 산이 아름다운 곳이다. 우선은 호감도 상승!!! 붕붕붕!!! 예전에 다른 이 의 블로그에서 타간가에 실망했다는 포스팅을 본 적 있어서 살짝 걱정 했는데 너무 예뻐서 마음에 쏙 든다. !.! 아마도 버스를 타고 가면 이렇게 마을을 위에서 내려다 볼 기회가 적었기 때문일 것 같다. (몇일 뒤....이 곳 타강가에서는 렐리콥터를 동원한 영화 촬영이 있었다.)
<병풍 같은 산에 푸르른 바다. 작은 집들이 너무너무 귀엽습니다.>
<구석진 해변에서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이네요>
이제 숙소만 잘 찾으면 호감도 상승이 배가 될 것이다. 론니 추천 + 오불당 추천 호스텔로 젤 처음 가봤다. 건물도 예쁘고, 모든 게 다 새 것 같고 좋아 보인다. 그런데 가격이… ㅠㅜ 도미토리가 1인당 25,000COP다. 어느새 가격이 또 훌쩍 올라 버린 것이다. 2009년판 론니인데, 2010년 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가격을 올려 버렸다. 밖으로 나와 옆을 둘러 보니, 그 곳 말고도 많은 호스텔이 있었는데 우린 바로 옆 호스텔에 둥지를 틀었다. 가격은 1인당 17,000COP에 4인용 도미토리에 모든 방이 1층 침대라 좀 더 편해 보였다. 단점이라면 화장실 수압이 약해 엄청 조심해야 한다는 점과 사물함이 없어 불편하다는 점 정도인데, 뭐 저렴하니까 ^^
<비싼 호스텔인 "베이뷰" 시설은 좋을 것 같지만 도미토리 25000페소.>
<바로 옆 호스텔 17000페소/인>
호스텔에 들어오자 마자 난 욕실로 뛰어 들었다. 4일 동안 씻지 못한 게 쌓이고 쌓여 폭발할 지경이었다. ㅠㅜ 낮엔 엄청 더워 땀도 많이 흘렸지만 캠핑할 땐 따로 씻을 곳이 없어 냇가에서 대충 이빨만 닦고 세수만 한 게 전부였다. 혹시나 우리가 냇가 오염시킬까 싶어 비누도 제대로 못 쓰며 4일을 보내다, 드디어 오늘 씻는다!!!!!!!!!!!!!!!!!!!!!
룰루 랄라~ 룰루 랄라~ 기쁜 마음으로 씻는다. 머리를 감는 데 한 번 감아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두 번씩은 감아야 머리를 감았다는 느낌이 든다. 몸도 구석 구석 씻고 나니, 드디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이제야 문명생활을 하는 사람같이 사는 것 같다.
캠핑하는 것, 엄청 좋아하지만 씻지 못한다는 건 크나큰 고문이다. 게다가 땀 뻘뻘 흘리는 여름날에 몇 일 동안 못 씻는 건 정말 힘들다. 그래도 평상시 못 느끼는 씻는 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알려 준 소중한 경험이다.
씻고 나서 나른하고 개운한 기분으로 간단 저녁 요리를 시작한다. 오늘의 메뉴는 카레라이스 와 쁠라따노스 프리또스[바나나 튀김]이다. 중남미에선 우리가 알고 있는 바나나의 종류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그것들이 있다. 손가락만한 몽키바나나, 일반적으로 벗겨 먹는 바나나, 요리 해 먹는 팔뚝만한 바나나까지… 그리고 요리 해 먹는 바나나도 색깔에 따라서 노란색과 녹색으로 나뉜다. 우리가 어제 장 본 것은 요리해 먹는 쁠라따노 두 가지를 모두 이다. 모두 다 맛보고 뭐가 맛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 그러기 위해 오늘 요리한 건 노란색 쁠라따노(쁠라따노 아마릴요)로, 껍질을 벗기고 얋게 썷어서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익힌다. 기호에 따라서 소금을 조금 첨가하거나, 아님 설탕을 첨가해 먹으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케찹을 뿌려 먹는다. 그리고는 쌀을 씻어서 밥솥에 밥을 안치고 야채들을 적당한 크기로 손질 한다. 냄비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야채들이 겉만 살짝 익을 정도로 볶다가 물을 붓고 감자가 익을 정도로 팔팔 끓인다. 감자가 익으면 카레가루를 넣고 가루가 잘 풀어 지도록 잘 저어주면 된다.
카레와 바나나튀김이 완성되자마자 마침 시간 맞춰 밥도 툭~ 소리를 내며 다 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드디어 식사 시간이다. 예쁜 그릇에 밥과 카레를 예쁘게 담고, 또 다른 접시에 바나나튀김과 케찹도 담는다. 나름 소박한 반찬이지만 우리에겐 더 말할 나위 없이 훌륭한 밥상이다. ^^ 그리고, 당연히 밥도 깨끗하게 싹~ 비웠다.
<부엌입니다. 식당용 큰 불이 있어요>
<TV 와 쇼파>
몇 일 간의 자연과 함께한 시간들,
그리고 다시 문명의 시간들로 돌아와서 씻고, 탁자에 앉아서 밥 먹기.
또, 인터넷 하기. 오랜만에 엄마와 통화하기.
소소한 행복들이 우리의 마음을 꽉 채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