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11 Mon 2010 [Jaco] 해피엔딩
아침 6시에 기상을 해 갈 준비를 하는데, 우린 다시 고민에 빠졌다. 만약, 오늘 차를 고칠 수 있다면, 내일은(12일) 코스타리카-파나마 국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고 모레는(13일) 파나마시티에 도착 할 수 있을 것이다. 의철이가 한국 가는 비행기를 14일 저녁에 타니 같이 파나마운하도 보고 공항까지 데려다 줄 수 있게 되니 차를 오늘 고치고 출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만약 어르신들이랑 함께 가게 된다면 파나마쪽 국경에서 우리는 의철이와 헤어지고 의철이 혼자 파나마로 넘어가서 비행기를 타게 되고 우리는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음.. 사실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었다. ;;;; 30분쯤 생각한 끝에 오늘 빨리 차를 고치고 떠나는 것으로 결정했다. 어르신들께 계획을 말씀드리고 우리는 으릉이 수리를 위해 수리점으로 향했다.
서울부품 바로 옆에 위치한 수리점에 도착 해, 쇼바를 교체하기 위해 바퀴를 빼고 이번엔 튼튼할 일제 쇼바로 바꿔 끼웠다. 이젠 괜찮겠지? ㅠㅜ 우리는 그 동안 궁금했던 왜 갑자기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잡히는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지난 번 쇼바를 교체한 이후부터 갑자기 뒤쪽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3번쯤 잡혔다.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려 버리면 끼익~ 소리가 나면서 급정거가 되는데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지만 뒤쪽에 큰 트럭이라도 따라오다가 따라 서지 못하고 그대로 충돌하게 된다면 큰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그런데 수리점에서도 그 이유를 모른단다. 그래서 브레이크 안을 열어 보기로 했다. 뒤쪽 브레이크를 여는 순간 뭔가 땡그랑 하고 떨어진다. 헉? 이게 뭐야? 나사 하나가 부러져서 뒹굴고 있었다. 이게 어디서 나온 나사야?? 모두들 출처를 찾기에 분주하다. 추측하기로는 쇼바가 내려 앉으면서 그 충격을 브레이크쪽 부품 쪽이 받았고, 그 충격으로 나사하나가 부러진 것 같다. 그 부러진 나사가 여기저기 댕그랑 댕그랑 부딪치면서 브레이크에 걸려 급브레이크를 잡히게 만든 원인 같다. 헉.. 드디어 어제 들었던 낭만의 '찌릉 찌릉' 벌레 우는 소리의 정체를 밝혀낸 것이다. ㅠㅜ 오늘 브레이크 안 열어 봤음 큰일 날 뻔 했다. 가슴을 쓸어 내리는 토끼와 팬더. #.# 생각해 보니 그 소리는 니카라구아 마나구아쪽 수리점에서 쇼바를 간 뒤부터 시작 되었다. 그 소리의 정체에 대해 물어보니 아저씨는 태연하게 머플러에서 나는 소리라고 자신 했었는데;;; 머플러가 아닌 브레이크에서 나는 소리였다. 암튼 자동차 수리도 아무한테나 받음 위험하다. 귀찮아서 대충 넘겨 짚은 그 한 마디 때문에 우린 큰 사고를 당할 뻔 할 걸 알기나 하는지;;;
그나저나 수리비가 생각보다 늘어나게 생겼다. 나사를 우선 사와서 교체를 해야 하고 그 나사가 긁어서인지 브레이크 드럼에 상처가 많이 생겨서 선반으로 다시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다니엘님이 서울부품 직원들을 시켜 필요한 부품과 선반작업을 하도록 했고, 거기에 대한 부품값만 받으시고는 일절의 수고비도 받지 않으셨다. 그리고 필요한 의사소통까지 열정적으로 도와주시고… 이렇게 도움을 받아도 되나 생각이 들 정도로 황송하다. 그리고 쇼바수리점 수리비용 에누리까지 도와주신다. !.! 여행자의 마음을 알아서 일까? 여행 다녀 본 분들은 말씀 드리지 않아도 이렇게 우리 심정을 잘 아신다.
드디어 부품이 다 모이고 조립을 시작한다. 그런데… 오른쪽 바퀴부분 부품이라 R라고 적혀 있어야 할 부분이 L로 적혀 있다. 부품 사오는 직원이 실수를 했는지 반대쪽 부품을 사 온 것이다. 귀찮겠지만, 그 직원은 다시 가서 또 바꿔 오느라 시간이 지체됐다. 드디어 다시 부품을 바꿔 온 뒤 조립이 시작 됐다. 조립 후 오른 쪽 바퀴가 잘 안 돌아가서 다시 한 번 열었다 닫았다. 이 모든 과정들을 끝내고 나니 어느 새 오후 3시. 분명 여기 아침 일찍 문 열자 마자 왔는데, 참 오래도 있었다. 우리는 얼른 길을 떠나기로 했다. 오늘 조금이라도 더 가야지만 내일이 덜 부담스럽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으릉이에 다시 올라 타는데 크큭~ 다시 태어난 으릉이. 반갑다!!!! 이제부턴 아프지도 죽지도 말거라~ 예쁜 으릉아~~
팬더의 여행 진리 " 해피엔딩이면 과정이 힘들어도 나중에 즐겁다고 느낀다."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던 서울 부품!!!>
<바로 옆집은 쇼바 가게랍니다.>
<서울 부품에서는 주로 한국산 디젤 엔진을 취급하십니다.>
<쇼바 갈다가 브레이크 날벼락 맞은 정비사>
우리는 해 지기 전에 적당한 숙소를 잡아서 쉬기로 했다. 산사태 때문에 직접 가는 도로가 막혀 우회로로 돌아가야 했다. 우회로는 태평양쪽 바다를 따라 가는 길이라 중간 중간 서핑을 즐기러 온 미쿡인들이 많은 휴양도시들이 많았다. 우리는 그 중 하나인 하코라는 곳을 선택했다. 지나가다 US15라고 적힌 간판이 가리키는 곳으로 차를 몰아 들어가니 집도 너무 예쁘고 방 안에 화장실, 에어컨, 주방시설이 완비 된 콘도같은 개념이었다. 그리고 야외수영장과 야외 BBQ, 야외 피크닉 테이블까지 예쁘게 준비되어 있어 고민하지 않고 숙소 결정을 했다. 그런데 가격이 방 하나당 US15가 아니라 한 사람 당 US15라고 한다. 그렇담 우린 US45를 내야 하는데… 그건 너무 비싸다. 셋이 한 방을 사용할 경우에 대해 물어보니 US35까지 가격을 내려 주셨다. 이제야 만족스러운 가격. 한 사람 당 US12가 안 되는 가격이다. ^^ 게다가 너무 예쁜 숙소라 맘에 쏙 든다!! 우리는 근처 슈퍼에서 간단하게 장을 봐 저녁을 만들기로 했다. 오늘의 메뉴는 짜~자앙~ 바압!!!!!!! 크큭~ 어제 질리도록 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고기는 넣지 않고 담백하게 만들기로 했다.
집에 돌아 와 요리를 하는 데 남의 눈치 안 보고 요리를 하니 참 편하다. 난 밥을 하고, 팬더는 짜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음료로 마실 오렌지쥬스도 만들고… 수영장 옆 야외 테이블에서 다 같이 오붓하게 식사를 하는 데 참 행복하다. 오늘 하루 으릉이 땜에 시간에 돈에 많은 손해가 있었지만, 결국은 이렇게 우리 셋이 모여 앉아 좋은 잠자리에 좋은 음식에, 힘들었던 일은 추억으로 넘기게 되니 이게 바로 '해피엔딩'이다.
PS. 멕시코 칸쿤에서 구입 한 오뚜기 라면 중 20개 이상이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게 됐다. 하루 이틀 지난 것이 아니라 6개월 이상 지나 있던 걸로 보아 우리가 샀을 당시에도 상당기간 유통기한이 지났을 것이다. 암튼 돈 아깝다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는 유통기한 잘 보고 구입 해야지라는 다짐도 함께.
<숙소 - 방>
<부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