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01 Fri 2010 [Roatan] 카리브해의 진주 웨스트 베이
2010년 1월 1일이다. 안 올 것 같았던 2010년이 됐다. 우~ 팬더 한국 나이 29, 토끼 한국 나이 27 이지만 만으로 나이 세는 게 젤 좋다. 팬더 27, 토끼 25이다. 나이도 시차처럼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면 하루 만에 2일이 없어 지듯 2년의 나이가 붕 뜬다. 잃어버린 내 나이 26을 찾아서… $.$
오늘 하루는 우리에게도 휴식의 날 이다. 나는 로아탄 섬에 있는 내내가 휴식이었지만 팬더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3일 동안 다이빙 수업을 받았으니 오늘은 편하게 해변가에서 쉬는 날. 우리가 머무는 웨스트엔드에서 웨스트베이까지는 수상택시를 타고 간다. 호텔 관리인 말로는 걸어서 가도 된다고 하는데(약 40분), 쬐는 듯한 더위에 걸어 가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 수상택시를 타기로 했다.
한 사람 당 3불 혹은 50렘피라를 내고 수상택시를 탄다. 간식으로 먹을 삶은 감자와 씨리얼 바 그리고 물, 썬크림, 비치수건, 스노쿨링용 물 안경 등을 바리바리 챙기니 짐도 꽤 무겁다. 이걸 들고 이 햇볕에 걸어 갔더라면… 무사하지는 못했으리라… 작은 보트를 타고 웨스트베이까지는 가는 길은 생각보다 너무 신났다. 물이 너무나 맑고 투명해서 물만 바라봐도 기분 좋았고, 더운데 시원한 바람까지 부니 룰루랄라 상쾌하다. 10분쯤 달려 도착한 웨스트베이는 환상 그 자체였다. 역시나, 괜히 유명 리조트들이 들어선 게 아니다. 투명한 토파즈 물 빛깔에 잔잔한 파도로 해수욕하기는 완성 맞춤인 곳이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물 빛깔을 자랑했던 깐꾼의 단 하나 문제점은 해수욕하기는 좋지 않은 바다라는 점 이었는데 이 곳은 환상적인 물 빛깔과 해수욕하기 좋은 바다라는 두 가지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곳이다.
<웨스트 엔드에서 배를 탑니다.>
<선착장으로 슝슝슝~~>
<너무나도 맑은 바닷물>
웨스트 베이에 도착해서.......
<나룻터에서 상어 고기를 잘라서 팔더군요 ^^>
<드뎌 웨스트 베이 입니다.>
미리 입고 온 수영복으로 변신을 하고는 물 속으로 후다닥 뛰어 들었다. 물이 맑으면 내 발이 눈으로 보인다더니 물 속에 얼굴 집어 넣지 않아도 육안으로도 내 발이 쉽게 보인다. 스노쿨링 안경 쓰고 놀아도 재밌고 공기베게로 두둥실 떠 올라서 발장구쳐도 신난다. 의철이는 배영을 해 보겠다고 열심히 팔을 휘젓는데 저러다 내일 또 어깨 아프다 그러지… 걱정 된다. 의철이는 운동에 임할 땐 언제나 진지 모드라서 그 다음 날 꼭 부상이 뒤 따른다.
해수욕 하다 지친 우리는, 나는 나무 밑에서 살짝 낮잠, 의철이와 팬더는 모래성을 만들면서 논다. 잠시 후, 자는 나를 흔들어 깨워 내 집이 완성 되었다고 얼른 가자고 한다. 응? 따라 가보니 모래성이 내 집이라고 빨리 안에 들어가라고 한다. ㅋㅋㅋ 난 또 신나서 안에 얼른 들어가서 누웠더니 사이즈 딱 맞는다고 옆에서 두 남자들이 좋아라~ 한다. 키키킥~
이번에는 팬더를 모래 안에 파묻기다. 의철이는 왼쪽, 나는 오른쪽을 맡아서 열심히 파 묻는다. ㅋㅋ 꼭 해변에 오면 하는 놀이~ 처음엔 시원하다고 좋아하던 팬더가 나중에는 모래가 무겁다고 투덜 된다. 의철이는 친구들과 해변에 놀러 오면 한 친구를 밀물이 몰려오는 해변에 수직으로 묻어 논다고 하는데, 생각만 해도 그건 너무 무섭다.
<건축가 의철이>
<토끼 집을 만들어 봅니다. ^^>
<스스로는 절대 못일어남.. ㅠ ㅠ>
<물개 의철>
한참을 쉬다가 다시 물로 들어가서 노는데 어디선가 한국말이 들려온다. 오호라~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산뻬드로술라 교회에서 뵙던 분들이다. 가족끼리 휴가를 즐기러 놀러 와서 웨스트베이에 묶고 계신다고 한다. 부럽다. ㅠ 그 분들도 우리처럼 여행하러 왔다가 갑자기 뱃속에 아이가 생겨 입덧이 너무 심한 바람에 움직이지 못하고 지내다 정착하게 되셨다고 한다. 그렇게 정착한 게 벌써 몇 년이 지났으니.. 사람 일은 참 모르는 거다.
해가 지기 전에 다시 웨스트엔드로 이동하기로 했다. 다시 수상택시를 잡아서 돌아 가는데, 왠지 집에 돌아가는 기분이다. +_+ 드디어 내일, 다시 이 섬을 떠나 라 세이바로 들어간다. 으릉이가 그 때까지 건강하게 지낼 지 걱정이다. 어딜 나와 있어도 계속 걱정되는 우리 으릉이. 이런게 부모의 마음? +_+
섬에서 마지막 날인 오늘, 의철이의 제안으로 부대찌개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가져온 햄이 있으니 몇 가지 야채와 과일만 장을 봐서 숙소로 향한다. 바닷물에 찝찝한 몸을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밥을 먹는 데 너무너무 맛있다. 크크큭~ 꺄울~~~
벌써 29입네, 27입네, 26입네 하는 시시콜콜한 나이타령을 조금 하고는 내일 새벽 일찍 떠나기 위한 짐 정리를 마치고는 마지막 로아탄에서의 하루를 정리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