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13 Sun 2009 [Panajachel] 옆 마을에서 쇼핑 왔어요~
라면과 어제 사둔 메론을 아침으로 먹고 파나하첼로 갈 준비를 마쳤다. 마침 같은 시간에 파나하첼로 이동하는 일본 애들과 함께 동행했다. 배 값은 왕복 50Q. 호텔 아주머니는 한번 가는데 15Q 이라고 했는데 현지인과 관광객의 가격이 다른가??아님 바가지를 씌우려는 것인가.. 개인 업자가 아니라 공공 교통회사인 점에서 바가지는 있을 수 없고…일단 파나하첼에 내려서 다시 물어보자.
<해초의~~여인~~>
<산 페트로 나루터>
<다녀오겠습니다. 슝~~~>
모터보트이다 보니 앞 쪽이 약간 들리게 된다. 나는 옆 번 사진을 찍다가 사진기를 뒤에 탄 토끼에게 줘버렸다. 갑자기 물이 들어오는 것이다. 배가 통통 튀기면서 가는데 그럴 때 마다 물이 한 움큼씩 내 몸을 적셨다. 아~~ 그래서 처음에 현지인들이 뒤쪽에 탔구나. 단 몇 분만에 난 홀딱 젖어 버렸다. 사실 배에 큰 비닐이 있었다. 짐을 덥는 용인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물이 들어오는 자리의 손님들을 위한 것. 날씨도 좋고 해서 나와 의철이는 들어오는 물을 온 몸으로 받았다. 호수 물인지라 찝찝하지도 않으니…
이러기를 20분. 금방 도착 할 줄 알았던 물보라로 추워져서 뱃머리 쪽으로 뒤쪽을 보면서 자리를 옮겼다. 오..이제 좀 살겠다. 이렇게 또 다시 20분을 가서 파나하첼에 도착했다. 비교적 배 쪽에 앉은 사람들은(토끼) 비닐로 막느라 팔이 아팠단다. 나와 의철이가 나름 편하게 온 셈이다. 일부러 놀이 공원까지 가서 물 맞는 배도 타는데 이거야 말로 자연산 후름나이드가 아닌가!?
<물 막이 천막 안>
<저희는 그냥 쫙~~>
호수에 도착을 했다. 여행 블로그나 검색 사진에서 많이 보던 풍경이다. 멀리 보이는 화산과 나룻터와 배 가 조합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세계 최고로 예쁜 호수라는 극찬에는 동의 할 수 없었다. ^^;
이미 2시 반. 7시 경이 마지막 배라고 하니 4시간 정도 도시 구경을 할 수 있다. 우선 뭘 좀 먹자.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오자는 것이 기존의 계획. 그런데 어쩜 다들 이리 비쌀까…. 산 페드로의 작은 식당에서 15Q 에 닭 튀김과 감자튀김을 먹을 수 있는데 여기서는 50 Q 이다. 관광객이 많아서 인지 식당에는 외국인만 있다. 워낙 비싸니 그럴만도 하지. 우리는 2번 레스토랑에 앉았다가 결국 일어나 버렸다. 첫 번째는 전망이 좋은 2층 레스토랑인데 기본 50Q. 두 번째는 식사를 하고 있던 손님이 좋다고 하여 들어 갔는데 첫 번째 식당보다 더 비싸서 이미 앉아서 메뉴를 받았지만 그냥 나갔다. 가난한 여행자는 이렇다. 결국 식당 앞의 가판대에서 파는 닭 튀김과 감자튀김을 15Q 에 먹었다. 맘은 편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궁상 맞은 것 같았다 ㅠ ㅠ. 사실 일정이 많이 지체 되어서 비용이 늘어났고 어제의 80Q 짜리 일식뷔페가 계속 생각나서 오늘도 식사 지출이 심해지면 양심에 찔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파나하첼 거리-기념품 상점이 90% ^^>
<오늘의 점심 노상 닭 튀김>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는 도시 구경에 나섰다. 정말 파나하첼은 복잡하지 않았다. 단지 메인 골목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주택 단지. 관광객들을 위한 골목이 길게 이어져 있는데 각족 공예 품들 부터 T 셔츠, 바지, 엽서, 가방 등 없는 것이 없다. 맘에 드는 바지가 있어서 입어보니 역시나 짧다. (왠만한 바지는 거의 다 짧다. 지금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산 바지 하나만 딱 맞다. ) 의철이가 맘에 드는 셔츠가 있어 가격을 물어보니 70Q. 장난하니??? 11,000원? 동대문가서 사도 5000원에 더 예쁜 것 살 것 같다. 그리고 발길을 돌리려고 하는데 50Q로 떨어진다. 결국에는 30Q 까지 떨어진다. 과테말라는 항상 이런 식이다. 정가가 없다. 특히 기념품들. 부르는게 곧 정가가 되는 이 곳. 나는 사실 이런 곳이 싫다. 흥정을 해서 낮은 가격에 샀어도 맘이 불편하다. 혹시 내가 더 비싸게 주고 산 것은 아닌지…..그리고 주인과의 실랑이. 돈을 가지고 벌이는 신경전에 난 금방 지친다. 그래서 처음에 70Q 이라고 하는 주인의 눈을 딱!! 보고, 천천히 한 번 만 더 물어본다. 얼마이냐고. 주인이 맘에 드는 대답을 하지 않으면 난 그냥 다음 가게로 가버린다. 내가 발길을 돌려서 가게 문을 가가는데 까지 단 5초 동안 뒤에서 주인은 2번이나 가격을 떨어뜨린다. 암튼 난 이 과정이 참 싫다. 이럴꺼면 가격을 미리 써 두던지 하지..
비싸게 팔고 싶은 상인의 맘과 싸게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만들어낸 하나의 구매절차가 아닐까?
토끼는 때가 잘 타지 않을 것 같은 치마 하나(50Q)를. 나와 의철이는 인디언 풍의 자켓(275Q) 한 개씩을 사고야 만다. 치마도 처음에는 100Q. 자켓도 360Q 이었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위의 가격에 사게 되었다. 오늘 난 275 Q(=4만원) 이라는 거금을 옷에 지출했다. 멕시코에서 전통 옷을 3벌이나 산 토끼를 지금까지 우려먹으면서 소비의 주체라고 머라고 했는데 이제 할말이 없어졌다. 토끼도 한국에서는 살 수 없는 스타일이라고 해서 기분 좋게 샀다. 실제 여행 때는 입지 않을 것 같고, 다음에 한국으로 짐 보낼 때 함께 부칠 예정이다.
<인디언 추장이 되었어요 ^^>
해가 질 시간.....얼른 다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저녁 6시. 짧은 시간 동안 해가지는 아티틀란 호수를 감상하고는 서둘러서 항구로 돌아갔다. 결국 4시간 반 동안의 파나하첼 여행에서 한 것은 쇼핑 뿐. ^^ 다들 손에 하나씩 들고 배를 타러 가는데 웃음이 나온다. 시골에서 읍내로 옷 사러 온 농촌 사람들이 같았다.
돌아가는 배는 낮의 배 보다 더 만석이었다. 꼭꼭 끼어서 탔는데 산 패드로까지 가는데 중간 마을을 하나씩 다 지난다. 올 때 40분이 걸렸는데 산 페드로로 돌아가는데는 거의 1시간 20분이 걸렸다. 배 안에서 나 바로 뒤에 앉은 토끼는 현지인과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눈다. 내 옆에는 내 어깨에 기대어 주무시고 계신 술 취한 할아버지가 계신다.^^
산페드로에 도착. 오늘 저녁으로는 피자!!! 피자 전문집이 있어서 토핑을 4개나 올려서 먹었다. 촛불 하나와 도란도란 이야기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하기에는 충분하게 훌룡한 시간이었다.
파나하첼까지 여정을 마친 우리는 내일 안티구아로 떠납니다. 오늘은 잘 때 숨쉬기가 좀 더 수월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