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19 Thu 2009 [Trinidad] 팔뚝만한 랑고스타와 소곤소곤 앙꼰 해변
우리 둘과 큰 오빠 의철이, 이렇게 넷이 된 우리는 뜨리니다으에서 약 차로 20분 떨어진 앙꼰해변으로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가기로 마음 먹은 우리는 금강산도 식후경. 출출할 때를 대비한 핫도그 점심과 음료를 구입하기 위해 길거리 음식점으로 향했다. 뜨리니다드 역시 길거리 먹거리가 다양해서 참 좋다~ 우리는 10M/N(500원)짜리 핫도그와 7M/N(350원)짜리 1.5리터짜리 음료수를 테이크아웃 해 들고 간다.
<뜨리니다드 까사의 아침 식사>
<어디 하나 음식을 떨어 뜨리지 않나...계속 주위를 맵도는 멍돌이>
[여기서 Tip 하나]
쿠바에서 물 한 통은 꽤 비싼 편이다. 현지인들만 가는 곳에 간다면 1.5리터짜리 물을 0.65CUC에 구입 할 수도 있겠지만, 관광객들은 주로 1~ 1.5CUC짜리 물을 사 먹는다(재밌는 건 같은 브랜드의 물이지만 구입장소에 따라 저렇게 가격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물은 다 먹은 후, 빈 물병에 길거리 음식점에서 파는 음료수를 채워 먹는다면 저렴하게 더 맛있는 음료수를 먹을 수 있다. 가격은 약 1/6수준.
버스를 찾으려고 이리 저리 수소문 하지만, 우리를 택시에 태우려는 현지인의 방해 공작으로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떤 정직한 친구가 알려준 덕택에 무사히 버스 정류장은 찾을 수 있었으나 9시, 11시, 2시 출발, 이렇게 하루에 3대 밖에 없다 한다. 그 때 시간이 11시 10분쯤 이었으니..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는 크게 없었다.
그렇담 우리 이제 택시 가격을 협상 해 봐야 하는데… 보통 8CUC를 부르지만… 왠지 탐탁치 않다. 갑자기 큰 오빠가 "나 택시 협상했다~~~~"하면서 기쁜 목소리로 약간 멀리 떨어져 있었던 우리를 격정적으로 불러모으기 시작한다. 우리는 "우~~~~~와~~~" 하면서 달려갔고, 바로 그 거리에는 빨간 색 티코 아저씨가 기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헉… 우리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티코를 쿠바에서 보게 되다니.. 아저씨는 우리를 태우고 앙꼰으로 출발 한다. 가격은 '6CUC' 한 사람당 1.5CUC(2,000원)꼴이다. 우리는 큰 오빠의 '택시 협상기' 라는 에피소드를 차 안에서 들으면서 약 15분 쯤 달려 그렇게 도착 할 수 있었다.
6(세이스)과 7(씨에떼)이 항상 헷갈리는 큰 오빠는 아저씨와 한 참을 딴소리를 하다, 아저씨가 답답한 지 손가락 여섯 개를 펴 보이며 '씩쓰'라고 소리 친 덕에 협상타결이 될 수 있었다 한다.
아저씨는 돌아 올 때도 자기가 데리러 오겠다며 몇 시에 돌아갈 지를 묻는다. 우리는 석양을 보고 오려고 계획했기 때문에 6시 정도로 약속을 정했다.
<우리를 기다리던 2 남정네.... 쓰레빠 맨>
<한 쪽 골목을 막고서는 배구를 합니다. ^^>
<핫도그를 스페인어로 하면. perro caliente 직역하면 "뜨거운 개" >
<한국산 특제 티코 개벽 x 5>
택시에 내려 약 60미터 쯤 걸었을까? 드디어 기다렸던 바다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우리는 강아지 마냥 촐싹 촐싹 뛰어 가 자리를 맡고는 드디어 물로~ 입수! 미리 수영복을 입고 오길 잘했다며 킬킬 거리는 박도령과 나. 앙꼰 해변은 이상하리만큼 파도가 하나도 없어, 이게 큰 호수인지 바다인지도 헷갈릴 정도 였지만 그 맛을 한 번 보고 난 후, 한 번에 알아 낼 수 있었다. "에잇 퉤~"
스쿠버 다이빙 마스터 겸 수영 박사인 큰 오빠의 지휘에 따라 남자 둘은 수영을 아주 열심히 배운다. 나는 그저 에어 베개를 튜브삼아 둥둥둥~ 떠 있는 정도 ^^ 큰 오빠가 나에게도 수영을 알려 준다고 해 보라고 하지만, 노땡쓰. 분명한 건 내가 10살 때는 수영을 잘 했지만, 물이 무서워 제 작년 호주에서 스쿠버 다이빙 오픈워터 코스에서 뛰쳐나온 사람이라구!! 나는 그저 이렇게 둥둥 떠다니는 것만으로도 만족.
<앙꼰 해변 옆에는 외국인 전용의 호텔이 있습니다. 엄청 비쌀 것 같아요>
<앙꼰 해변의 그늘과 벤치는 무료라고 가이드 북에 나와있지만, 호텔 손님들 만을 위한 것. 잘 숨어서 있음 모른답니다.>
<아주 잔잔하고 조용한 바다랍니다. 온 종일 누워서 책을 보면 가장 좋을 곳!>
<핫도그를 점심으로 먹고는....>
<과거 보디빌딩계의 별이 될 뻔 했다던 의철!>
<5년간 세계 일주를 하고 있는 종철이 형. 닉네임은 '노마'.>
<해변의~~여인!!! 랄라라랄랄~~~>
<작은 보트를 타고 스쿠버 하시는 분들도 있구요>
<물 속에 반만 숨어서 속닥거리는 커플도 있답니다.>
한참을 이렇게 놀고 있는데, 수상한(?) 아저씨 한 명이 우리에게 접근을 한다. 내용인 즉, 랍스터(랑고스타)를 먹지 않겠냐는 것이다. 진짜 큰 랍스터가 나오고, 샐러드와 밥까지 포함 된 가격이 8CUC, 원한다면 뜨리니다드 시내까지 태워다 준단다. 귀가 솔깃~ 귀가 솔깃~
우리는 오기로 한 택시 아저씨 때문에 차편은 필요 없고, 대신 랍스터를 6CUC에 먹을 수 있는지 묻자 아저씨는 "O.K"
약 30분쯤 기다리니 아저씨가 큰 밴을 한 대 데리고 나타난다. 우리는 그 안에 올라 타며 말도 안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게 혹시 그 유명한 인신매매?, 아님 우리를 사탕수수밭에 팔아 넘기려는..?' 큰오빠는 인생이 너무 단조로와서 이것이 납치라 해도 재밌을 것 같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들어낸다. 역시 대단하신 분이셔…
10분도 채 안되 우리는 해변 근처 작은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불법레스토랑 이거니 싶다. 우리가 도착하자 마자 성대한 밥상이 차려져 있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아직도 한 참 요리하는 중이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 새 풍성히 차려진 저녁 식사~ 브라보~
랍스터는 지금 까지 본 랍스터보다 월등히 컸다. 큰 오빠도 자기가 먹어 본 랍스터 중 젤 크다며 또 다시 격앙된 목소리로 환호성을 해댄다. 배가 '꼬르륵' 고픈 우리는 얼른 집어서 랍스터를 한 입에 집어 넣고 그 탄탄한 육질에 대해 예찬을 하기에 정신이 없다. 그 전까지 인기 반찬이었던 생선튀김은 갑자기 찬밥신세~
팔뚝만한 랍스터를 한 사람당 하나씩 먹으니 참으로~ 좋구나. 거기다 소금으로 밑간을 한 쫀득한 밥도 일품이었고, 우리가 직접 준비해 간 머스터드 소스와 먹는 샐러드도 싱싱하니 입 맛을 리프레싱 시켜준다. 마지막 조각을 먹을 때의 아쉬운 맘을 뒤로 하고 각자 7.5 CUC(랑고스타 + 음료수)를 지불하고 다시 앙꼰해변으로 복귀했다.
<반갑다 랍스타야!!!>
<밥과 약간의 풀. 랍스터에는 레몬을 살짝 뿌려서 먹음....아.....팬더는 처음 먹어 봅니다. 다시 쿠바에 가면 랍스터부터 먹을 꺼랍니다.>
우리가 다녀 온 불법레스토랑 아주머니는,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우리를 들킬까 노심초사 하며 망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고, 빠져 나갈 때도 슬그머니 차에 올라타야 했다. 외국인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동네에, 달러라고는 전혀 만질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 가득한 곳. 쿠바의 씁쓸한 현실이다. 이상이 그럴 듯 해 보여도, 민중의 자유가 없는 그 곳은 … 언제까지 사회주의라는 체제에 자기만의 울타리를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 ?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도착한 우리는, 다시 한 번 앙꼰 해변의 아름다운 석양에 취할 수 밖에 없었다. 조금씩 주변까지 붉은 색으로 물들이는 태양의 강렬함. 그리고 태양을 삼켜 버릴 듯 한 바다의 큰 품. 그리고 우리 네 사람. 하지만, 우리를 괴롭히는 못된 모기들.
<아가 게>
<햇님은 깊은 바다로 잠자러 갑니다. + 사진 찍는 종철이 형>
<환상......>
<좀 더 당겨 봅니다.>
<좀 더 당겨 볼까요?? 8월 한가위 달력이 됩니다. ^^>
<오랜 만에 토끼가 사진기를 듭니다. 토끼 사진. 인증!!>
해가 지고 깜깜하게 져 버리고, 우리는 아저씨만을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반가운 삐용~ 소리가 들린다. 티코에서 나는 깜찍한 클락션 소리. 우리는 이산가족 상봉하듯 아저씨와 인사를 나눈 뒤 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아저씨 하는 말이, 밤에 데리러 왔으니, 8CUC를 달라는 것. 그런데 큰 오빠는 자신 있게 Si(네)라고 큰 소리로 대답을 한다. 으잉? 내가 오빠에게 아저씨가 추가 2CUC를 달라고 했는데 오빠가 방금 '네~'라고 대답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묻자, 그냥 자꾸 말 시키길래 귀찮아서 'Si' 라고 대답했다 한다. ㅋㅋㅋ 역시 대단하셔. ㅋㅋ
아저씨도 큰 오빠의 스페인어 실력이 시원찮은 걸 알자 대화를 중지 해 버렸지만, 그 전까지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신나서 큰 오빠한테 더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려 애썼고, 큰 오빠는 시종일관 'Si' 한 마디로 일축해 버린 것. 옆에서 듣고 있자니, 코미디에 나오는 한 장면과 뭐가 다를 게 있겠냐 싶다. 역시 대단하신 분. ㅋㅋ
쿠바 가이드 북에 이런 말이 있다. 편지는 느리고, 전화는 비싸고, 인터넷은 느리면서 비싸다. 까짓 것 편지 안하고, 전화 안하고, 인터넷 안 하면 되지 라고 생각했지만 꼭 이럴 때일수록 비상사태가 생기길 마련이다. 의철군은 너무 급박하게 쿠바 여행을 준비 한지라, 돈도 충분하지 않았고 정보도 충분하지 않았다. 쿠바에서 콜롬비아로 들어가는 편도 티켓을 일찍이 구입해 두고, 칸쿤-아바나 왕복 항공권도 가지고 있는 상태라, 아바나-보고타 항공편을 취소하고 싶어 했고, 모자라는 자금을 신용카드로 인출하고 싶어했으나 본인명의의 신용카드가 아니라 어려움도 많았다. 그런 그에게 찾아 온 인터넷과 전화 찬스.
쿠바의 인터넷은 10분당 1CUC(1250원), 미니멈 사용이 30분이다. 하지만, 한글지원이 되지 않기에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다. 고정 IP 만 인터넷이 되도록 해 놓은 탓에 노트북을 연결 해 쓸 수도 없고, 한글패치를 깔 수도 없게 막아 놨기에 어찌 할 방도도 없다.
인터넷 사용에 실패한 의철군은 전화찬스에 도전한다. 엄마한테 정말 할 말만 하고 끊기 위해 5CUC(6250원)짜리 카드 구입 후, 약 1분 30초 가량 통화에 성공 할 수 있었다. 정말 비싸다. 평.소 가이드북에 불만이 많았던 우리는, 처음으로 대 공감을 했던 사건. 대단히 비쌌던 쿠바의 편지, 전화, 인터넷. 3총사.
쿠바에 왔으니 쿠바의 명물 '아바나클럽'을 안 먹어 볼 수 없는 일. 제일 싼 (색이 진할 수록 가격이 비싸다) 거의 투명에 가까운 소주처럼 생긴 럼과 콜라를 구입. 쿠바리브레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물론 원체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패스~ 하지만, 오랜만의 술자리에 기분 좋아진 팬더는………………….. 술을 꿀떡 꿀떡 꿀떡 먹더니, 결국 얼굴과 몸이 시뻘게진 채, 새벽 2시가 지나서야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ㅠㅜ 가는 길, 가시에 박혀 아프다고 투덜 대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가 만만해 보이지 않기 위해 똑바로 걷기 연습 했던, 새벽의 트리니다드 골목길. 그리고 늦은 시간에도 내일 아침을 먹겠냐고 묻던 까사 주인의 집념. 하루 하루 흥미로운 쿠바 체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