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13 Fri 2009 [Cancun] 아름다운 터키색 바다 깐꾼.
어제 만난 3분은 오늘 쿠바로, 우리는 깐꾼 바닷가로 향한다. 마침 깐꾼 호텔존이 공항과 그리 멀지 않아서 가는 길에 공항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수고비로 100페소를 쥐어주신다. 내일 우리 공항 가는 버스비로 쓰면 되겠군~(버스비 2인 기준 80페소) 가끔 이렇게 남을 도와주려고 한 일들이 오히려 나에게 도움이 될 때가 많다. +_+ 물론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지만 말이다.
아쉬운 마음에, 쿠바에서도 기회가 되면 부분 동행을 하기로 했다. 겨우 하루 차이로 쿠바에 들어가니 분명 만날 수 있을 거다. 대략적인 약속은 일요일 밤 9시 비냘레스 광장 앞, 만약 못 만난다면 그 다음 날 밤 9시 비냘레스 광장. 못 만나면 그 담날....이런 식이다. 그 분들은 한달 일정으로 들어간 것이기에 여유가 있다.
이렇게 전화도, 인터넷도 안되는 곳에서 대략적인 시간과 장소만으로 약속을 정하는 일. 이렇게 옛스러운 약속이 더 기다려지고 소중하게 생각된다. 만약, 전화기나 다른 의사소통 기구가 있다면 문자로 " 나 늦어~"라고 대충 보내면 그만일 것을… 내가 나오지 않으면 상대방은 하염없이 기다리게 되니 그야말로 사명감에 불타오르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이 되어버린다.
팬더와 캐나다에서 처음 만나는 날도 그랬다. 작년 2008년 7월 2일 비행기로 시애틀에 가서 그레이 하운드 버스로 벤쿠버에 도착하는 나와 7월 3일 비행기로 바로 벤쿠버로 들어오는 팬더는 "오후 3시, 워터프론트 앞 우체통" 이라는 아주 간단한 약속만 했다. 약속 장소를 정한 것도 아주 사소한 이유였다. 벤쿠버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우리는 지리를 전혀 알 수가 없었고, 어학연수 다녀온 후배에게 약속장소로 유명한 곳이 어디냐 물었더니 워터프론트 앞 우체통 3개가 있는데 그 곳이 만남의 장소라 했다. 그래서 정했던 워터프론트의 우체통 앞.
후담이지만, 그레이하운드 옆자리에 동승했던 이스라엘 할아버지가 햄버거 사준다고 같이 맥도널드 가자는 바람에 홀랑 넘어가서, 햄버거 먹느라 약속장소에 조금 늦고 말았다. (미안.. 팬더야.. 나 배고팠어) 그 사이, 팬더는 워터프론트 근처 모든 우체통을 기웃 기웃 거렸다 한다. 팬더의 증언에 따르면 곳곳에 우체통이 산재되어 있어, 1번 우체통에서 10분 기다리다, 2번 우체통에서 10분 기다리다, 3번 우체통에서 기다리다를 반복했다 한다. 어쨌든 결국에 다시 캐나다 땅에서 만난 우리는 세계에서 누구도 부럽지 않은 최고막강동행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항을 빠져 나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호텔존으로 향한다. 신혼여행지로 손 꼽히는 이 곳, 미국인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어하는 1위로 뽑힌 깐꾼이다. 원래는 깐꾼이 섬 이었다고 하니 이제야 양쪽으로 바다가 보이는 진기한 풍경이 이해 가기 시작한다. 깐꾼의 호텔존 지역은 만리장성의 성벽만큼이나 높았고, 몰래 들어갔다가는 누군가 "이~놈!"이라고 할 것만 같았다. 다행히 우리 같은 여행자 혹은 현지인들을 위한 힐튼호텔 근처 공영주차장이 있었기에, 그 곳에 차를 대고 해안가로 다가가는 길. 미처 다 내려가지 못하고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아~~~~~~" 나는 아직도 열심히~ 주차중인 팬더에게 빨리 내려서 바다 빛깔을 보라며 독촉을 해댔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5초쯤 정지해 있다가 "쥑이네~"라는 팬더의 탄성에 그 동안 고요했던 침묵이 깨져버리고 말았다.
<먼저 슝 달려가 버린 토끼. 사진의 오른 쪽>
<멕시코 대표 맥주 코로나 광고는 여기서 찍었을까?>
<맥주 거품 같은 파도>
<쭉쭉~빨려들 것 만 같다.>
정말이지, 깐꾼의 바다는 … 우리가 캐나다 레이크 루이즈에서 봤던 옥색 연못을 그대로 바다로 옮겨 논 듯 했다. 눈이 얼었다 녹았다를 수 천년간 반복된 탓에 그러한 색상을 갖게 되었다는 레이크 루이즈처럼, 깐꾼의 바다도 무슨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걸까? 지금까지 수 많은 바닷가를 보았지만, 이러한 바닷빛은 처음이다. 너무나 신비로운 이 곳.
바닷물을 향해 후다닥 뛰어 물 속으로 발을 담그는 것에 성공. 생각보다 파도는 거칠고 앙칼졌다. 꼭 아름다운 장미에 부록으로 딸린 가시처럼, 아름다운 바다에는 꽤 사나운 고양이의 발톱 같았던 파도가 부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아래 아름다운 터키색 바다가 넘실, 그리고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파도와 모래의 움직임들 하나하나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발바닥 2등신>
< 4 : 2......라>
아름다운 바닷가를 따라서 힐튼호텔까지 걸어갔다. 해변에 있는 시설은 누가 호텔 숙박객임을 확인할 길이 없는 탓에 무료로 사용 할 수 있었다. 잠시, 그늘에 앉아 가방 속 내용물을 확인하는데, 헉… 거칠은 파도 탓에 가방 속으로 바닷물이 스며 들었던 것이다. 그 안에 있던 다른 물건들은 젖든 말든 상관이 없었지만 쿠바 비자가 쭈글 쭈글 번져 있었다. 듣기로는 조금이라도 쿠바 비자에 손상이 된다면 다시 사라고 강요한다고 하던데… 그 때부터 햇볕에 비자말리기 소동은 약 20여분간 지속 되었다. 다행히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만한 얼룩만이 남고, 쭈글 쭈글한 건 책 속에 끼워 넣고 무거운 것으로 눌러 놓는다면 어떻게든 될 것 같다. 히유~~ 아름다운 바다에 취해서 정신 놓다가 usd36 비자비로 날릴 뻔 했네~ ;;;;
<왼쪽: 힐튼 호텔>
<호텔 앞 선땐을 즐기는 선남 선녀>
<얼마 전 태풍이 왔다고 하던데 이 때 모래가 많이 유실 되었다고 한다. 백사장도 훨씬 길었다던데.>
<우린 그져...흙장난을 하는 수준?>
<거꾸로 걷기>
<미녀 3 ! >
<캐리비언 바다와 함께 찰칵!>
<기쁜 팬더.>
<Hotel Zone - 호텔과 콘도가 벽을 쌓고 있다.>
다시 호스텔로 돌아와 배낭을 꾸립니다.
PS. 드디어 내일 쿠바로 날아 갑니다. 자동차 여행만 하던 저희에게는 배낭 메고 비행기 타고 가는 여행이라 무척 신선하고 설레기만 합니다. ( 팬더 왈: 배낭은 팬더가 매는데???? ㅡ ㅡ ; 아이고 어깨야...ㅠㅜ 그러고 보니 쿠바 여행때의 배낭과 가방은 모두 팬더가 한국에서 캐나다로 올 때 혼자서 준비한 것 들입니다. 백팩 + 60L 배낭 + 검정색 케리어. 그럼 토끼는 꼽사리가 되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