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07 Sat 2009 [Palenque] 마야 문명의 발자취 빨렝께~
오늘의 도시락은 짜장밥이다! 지글지글 짜장과 갓 한 따닷한 밥! 아~~ 침 고인다. 결국, 참을 수 없어 도시락이었던 짜장밥을 그 자리에서 아침으로 먹어버리고, 점심은 씨리얼바로 바뀌어 버렸다. (원래는 아침이 씨리얼, 점심이 짜장밥이었는데.. ㅠㅜ )
<아침에 본 마야벨.>
<한쪽 구석에는 수영장이 있습니다. 최고 수심 1.6m>
<왼쪽에 보이는 우리 텐트/ 2층으로 된 숙소. 윗 집이 어제 밤 개미가 많이 나왔던 그 집.>
<오뚜기 짜장. ! 향이 솔~솔 나는데 정말 못 참고 꿀꺽 해버렸습니다.>
늦기 전에 빨렝께로 떠나 봅시다! 숙소에서 빨렝께 유적까지는 약 400m로 매우 가까운 편이지만, 두 번째 입구로 입장하는 편이 훨씬 좋다는 가이드북의 조언에 따라 차를 가지고 두 번째 입구까지 붕붕붕~ 국립공원이라 주차료는 받지 않았다. 그리고 티켓 가격은 51페소씩. 사실, 국립공원 입장료를 어젯 밤 냈어야 하는데(20페소씩)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지킴이 아저씨들이 퇴근해 버려 낼 수가 없었다.
우리를 졸졸 쫓아다니며 "치노~" "하포네스~" 시끄럽게 귀찮게 졸~ 졸~ 쫓아다닌다. 어이~ 물렀거라~~ 목적은 가이드 필요하지 않느냐는 것. 후훗 이럴 때는 영어도 스페인어도 못하기 권법을 펼치면 된다. 크크큭~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해골의 신전이 보인다. 이 신전은 올라 갈 수 있도록 해 놓았으니, 올라가봐야지~ 건물 앞면에 토끼 해골을 새겨 놓았다 하여 해골의 신전이라고 불린다. 에헴~ 토끼 조상님이니 인사 드려야 겠다~ @.@ 조상토끼님 안녕하세요~~ 저도 토끼입니다. 마야시대부터 토끼님께서는 한 몫 하시던 분이시군요!!
<오른쪽. 해골의 신전-잔디밭도 말끔히 다듬어져 있다>
<해골의 신전에 올라 봅니다. 악...덥다. 끈적끈적.>
<벽에 새겨진 토끼의 조상님>
자리를 옮겨 옆에 있는 붉은 여왕의 신전으로 올라가 본다. 이 곳은 더위에 지친 우리들이 앉아서 쉴 수 있도록 나뭇잎으로 엮어 만든 지붕이 시원하게 뻗어 있다. 마야 문명의 유적지와 하와이 느낌의 큰 나뭇잎을 얼기 설기 엮은 지붕이 참 이색적이다. 덥기도 덥고, 그 보다 습기 때문에 진이 빠진 우리는 오뉴월의 개마냥 축 늘어져 있는데, 가이드를 쉐어하지 않겠냐고 어느 한 친구가 묻는다. 이미 자기가 돈은 다 냈으니, 절반을 자신에게 주면 된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는 가이드라는 자체가 조금 불편하다. 남들에 비해 걸음이 느린 우리들은 괜히 남들에게 피해 주기 싫어 남들 속도에 맞추다 보면, 어느 새 마음이 불편해 진다. 그러기에, 가이드 북 하나 들고, 천천히 여유를 갖고 잠시 앉았다, 잠시 움직이다, 사진도 찍고 유유자적 움직이는 게 우리 스타일. 결국, 미안하지만 스페인어를 못하니 스페인어 가이드가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것도 사실이지 않는가.
계속 그늘에서 쉬고 있는 중에 한 무리의 중년 관광객들이 계단을 올라갔다. 한계단 한계단씩 혹시나 잘못 발을 딛을까 조심히 오르시는 어르신들. 계단이 가파르기 때문에 자짓하다가는 정말 큰일 날 수도 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힘들게 올라가야만 하는데 그래도 올라가신다. 중년의 부부가 세계 여행을 하는 모습이 좋아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젊어서 여행하는게 100배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붉은 여왕의 신전. >
<붉은 여왕의 신전 내부>
옆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삐깔왕의 통치 69년을 기념하여 만든 비문의 신전이 눈에 띈다. 저 곳에서 삐깔왕의 가면(300조각의 파편들을 모아 다시 복원했다고 한다.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을 비롯해 삐깔왕의 위장 묘와 미라, 같이 매장 된 신하들의 시체 등 엄청난 것들이 발견되었다. 아쉽게도 올라가 볼 수는 없었다.
<올라 갈 수는 없어요>
그리고는 거대한 궁전이 조금 빗겨선 왼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위로 올라서니 한 눈에 해골의 신전과 붉은 여왕의 신전, 비문의 신전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까지 다녀 온 유적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떼오띠우아깐은 거대한 규모적인 면에서 놀랐다면, 몬떼알반은 놀랍게도 평온하고 포근한 느낌이었다. 반면, 빨렝께는 조화롭게 어우러진 열대 식물 때문인지 신비로운 오로라가 물씬 느껴지는 곳이었다.
<궁전으로 갑니다>
궁전 내부도 걸어 볼 수 있었는데, 무너진 내부를 복원한 까닭인지.. 조화롭지 못한 밝은 회색의 시멘트 느낌이 눈에 거슬렸다. 그리고 발견한 비밀의 통로.. !! 통로로 어둠의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 나오는 지하실, 그리고 지하실에 있는 알 수 없는 방들.. 우리는 한참 미로 탐사대가 되어 향하는데, 한 꼬마가 "하포네스~~ 아리가또~~ 아리가또~~" 하며 우리를 지난다. 차라리 곤니찌와라고 하면 이해나 가지, 왜 하필 아리가또야..?? 차라리 말을 말지.. 왜 그렇게 단정 지어 일본인 혹은 중국인을 그렇게 외쳐 되는지… 팬더는 갑자기 불끈~ 했는지, 헤이~ 꾸바노~~ 라고 꼬마를 불러본다.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그 아이는 그렇게 지나가 버렸지만, 가끔씩 이렇게 우리를 향해 부르는 소리가 유쾌하지만은 않다. 우리는 다시금 지하실을 둘러 본 후, 다른 통로로 나와 작은 시내를 건너 남쪽으로 향했다.
꼭 책에 소개 된 유적물이 아니더라도 구석 구석 남아 있는 마야의 발자취,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예쁘게 늘어선 열대 나무들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렇게 그 곳을 거닐자니 이 곳이 무릉도원이 아니겠는가.
<궁전 위에서, 앞에 보이는 건물은 왼쪽 부터 - 비문의 신전-붉은 여왕의 신전-해골의 신전>
<궁전 위 , 중앙의 안뜰>
<길 떠나기 옷을 입은 팬더 드디어 얼음물을 개봉하다.>
<오묘한 돌 쌓기>
<궁전에서 십자가의 신전으로 가는 길에는 돗자리 상점이 가득하다>
신전들이 모여 있는 곳 중 가장 높아 보이는 십자가의 신전으로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꽤 높다. 아마, 이 곳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아닐까? 그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는..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저 멀리 흐릿하게 보여 연두색만 살짝 보이는 구릉들. 그리고 가까이 보이는 열대 나무들. 그리고 뛰엄 뛰엄 꼭 자연조차 설계를 한 것 같이 조화롭게 펼쳐진 유적들이 너무나 아름답다. 애를 써서 사진을 찍어보지만, 아직 내공이 부족한지.. 어렵기만 하다. 내 눈 속에 담는 그 모습 그 대로 카메라에 담을 수는 없을까?
<십자가 신전에 오르면 빨랭께가 한눈에 다 들어 옵니다.>
<최대 망원으로 당겨 찍기!!! 아이들과 개미 500마리>
<잎사귀 십자가의 신전. 현재 공사중. 마야문명 건물의 특징은 건물 꼭대기에 또 다른 탑을 쌓는다는 점.>
<구석 구석에 작은 유적들이 많아요>
<토끼 키랑 똑같은 나뭇가지. 다음에 와서 얼마나 컸는지 다시 재어봐야지>
<오솔길을 걸어서.....>
<개울도 건넙니다.>
<정글 속에는 뱀처럼 뻦은 뿌리를 가진 나무도 있고,.>
<이끼로 옷을 해입은 나무도 있습니다.>
<기념 사진은 꼭!!>
<나가는 길에 본 붉은 나무 손가락이랑 닮아서 비교해 봅니다. 마디가 있네요.>
볼 경기장 등의 기타 다른 유적물들을 지나 다시 우리 으릉이를 데리고 또 다른 입구로 향한다. 그 입구쪽에 박물관이 있으니까~~ 붉은 여왕의 신전에서 발견된 유물들도 감상할 수 있었고, 30분마다 한 번씩 열리는 특별 전시실에서 삐깔왕의 가면, 그리고 삐깔왕의 묘(아마도 복원이지 않았을까? 진짜라고 하기엔 너무나 깨끗하게 보존된 묘)를 볼 수 있었다. 매우 중요시 여겼던 해와 달, 금성 등의 상징들이 이곳 저곳에 새겨져 있다. 말로만 들었던 300조각을 붙여 복원한 삐깔왕의 가면은 옥색이라 우리나라의 유적과도 살짝 비슷한 느낌이다. 아하~ 이곳 저곳에서 팔던 마스크 모양의 장식품들이 다 이 삐깔왕의 가면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로구나.
<빨렝께 박물관 내부 중앙>
<여성용 같죠?>
<삐깔왕의 묘>
<삐깔왕의 마스크 진품>
<진품 바로 옆에 전시된 학생들이 만든 작품>
밖에 나서니 또 다시 많은 행상들이 발목을 붙잡는다. 사실, 갖고 싶던 예쁜 알록달록 퀼트느낌의 끈 치마가 있었지만… 더 이상 짐을 늘릴 수는 없었다. 멕시코에서 한국으로 보내는 화물이 저렴하다면 참으로 좋으련만.. 눈물을 머금고 다시 숙소로 향한다.
마야 3대 유적지라는 멕시코의 빨렝께.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아름다운 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