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8, 2009 건축의 도시, 시카고
오늘은 시카고에 가기로 한 날이다. 할머니의 적극 반대로 차는 두고 가기로 했다. 시내 주차료가 만만치 않을 뿐더러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다고 한다. 그리하여 근처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시카고까지 가기로 했다. 핸드폰이 없는 우리에게 핸드폰까지 쥐어주며, 갈 때 기차역까지 데려다 주고, 올 때 픽업하러 올테니 걱정말라고 하는 자상하신 울 할어버지 할머니~~!!
우리가 지내고 있는 글렌엘렌에서는 기차로 약 45분정도 소요된다. 그래서 기차 안에서는 요즘 즐겨보는 '내조의 여왕'을 시청할 수 있었다~ ㅎㅎㅎ
오늘 여행의 시작은 티켓사기부터 시작된다. 우선 시카고 시내까지 가는 기차 왕복에 $7.6, 시내에서 사용하는 데이패스는 $5.75입니다. 데이패스는 가까운 CVS라는 드러그스토어 혹은 인포메이션센터 등의 가까운 지정된 장소에서 구입할 수 있어요. 구입한 후, 24시간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시카고에 내려서...우아....온통 높은 빌딩들 뿐이잖아...뉴욕이라고 해도 믿겠구나!!>
첫 번째 이동장소는 인포메이션센터. 이 곳에서 모든 지도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답니다. 그리하여 인포메이션센터에서 오늘 하루의 동선을 짰습니다. 밀레니엄파크 - Institute of art(미술관) - 점심 - Field museum(자연사 박물관) - 페리 건축물투어 - 시카고 피자 먹기 - 야경보러가기 등이다. 오늘 하루안에 많은 것을 다 보자는 생각에 빡빡하게 일정을 짜버렸다. 인포메이션센터에서 길을 건너니 바로 밀레니엄파크가 보인다. 유명한 콩모양 조형물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그 주변에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콩모양의 거울소재로 이루어진 조형물로, 보는 각도에 따라 나와 내 주변의 모습이 계속 바뀌어서 사진 찍기에 재밌고 좋은 곳 이었다.
<도심 한 가운데 나는 새..기러기>
그 다음은 옆으로 바로 이어져 있는 미술관으로 이동.
국제학생증으로 할인을 받아 $12에 입장을 할 수 있었다. 미국의 3대 미술관으로 뽑힌다는 굉장히 큰 규모의 미술관이었다. 꼼꼼이 보려면 족히 하루는 걸린다는 말이 과장이 절대 아니였다. 동양(고려시대 도자기 등의 작품도 여럿 있었다)작품들부터 서양 작품, 아프리카까지 섭렵한 방대한 전시품들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르게 만들었다. 꼼꼼하게는 아니지만, 대충이라도 모든 작품을 다 보고자 마음을 먹고 둘러보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약 4시간 반 정도. 언제 봐도 반가운 피카소 작품들을 비롯해, 유명작가의 작품들도 꽤 여럿 전시되어 있었고,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많았다.
<의미를 파악하자...의미를.....의미는 무슨..ㅠㅠ 그냥..우아~!!크고 잘그렸구나 라고 밖엔..>
<우리에겐 요러한 것들이 더 재미난다.>
미술관 관람을 끝내니 어느덧 두 시가 넘었다. 이래서야 점심 먹고 나면, 자연사 박물관까지 갈 시간이 없어지겠다. 할머니 손자가 추천해 준 테이크아웃 집에서 샌드위치를 구입 해 박물관 근처에서 먹고는 , 자연사 박물관을 건너뛰고 바로 네이비피어로 이동하기로 했다. 네이비피어에서 여러가지 페리관련 투어를 이용할 수있다. 우리가 선택한 투어는 한 시간 동안 강을 따라 가며 건축물을 감상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아키텍쳐투어였다. 가격은 $24.
<대왕피클 핫도그>
<세계의 유명 건축물의 돌을 모와서 곳곳에 붙여둔 신문사 건물.>
빠른 시간안에 많은 건축물을 둘러 볼 수 있고, 시카고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시카고에 현대적 건축물이 많은 이유는, 대화재로 인해 거의 모든 빌딩들이 불타버려서 덕분에 현대적 건축물을 대대적으로 세울 수 있었던 것이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지혜로운 대처 방법이었다. 시카고에서 가장 높은 시어스타워(윌리스타워로 얼마 전 이름이 바뀌었다), 존핸콕타워가 가장 유명하다. 그 외에도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건축물들의 조화로 이루어진 스카이라인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시카고 건축물들을 감상 할 수 있었다. 강추~~~
<곧 2번째로 높은 빌딩이 될... XX빌딩-공사중>
<후진 실수 했다간 100미터 아래로 뚝~~! 떨어지지겠다>
<시카고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시어즈 타워. 하지만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시카고피자를 먹으러 갈 시간이었다. 시카고 피자는 다른 곳과는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구분되며 피자를 먹는 것이 관광포인트의 하나 일 정도이다. 가장 유명한 곳은 지오다노라는 곳이지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시간부족때문에 우노피자로 향했다. 그러나 역시 이 곳에서도 약 45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들어간 우리는 두 가지 종류의 피자와 음료수를 주문했는데, 기대만큼의 맛을 보장하지는 못했다. 차이점은 단지 더 두껍고 바삭바삭한 도우였다. 하지만 나는 그 도우가 그리 좋지만은 안았다. 왜 유명할까아??
<이렇게 30분은 기다리곤.....>
<요렇게 생길걸 먹습니다. 돌피자입니다. 돌. ㅋㅋ>
존핸콕타워로 가보자~~ 존핸콕타워는 시카고에서 두 번째 높은 빌딩이고, 식사하거나 라운지에서 술을 먹을 경우 엘리베이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전망대는 94층, 레스토랑은 95층, 라운지는 96층이다. 전망대 올라가는 비용이 $15이니, 그보다 더 싼 음료를 먹으면 그게 이익인 셈이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창가자리에 앉는 것이 어려웠다. 대신 여자화장실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있어 그 곳이 야경을 관찰할 수 있는 명당이었다. 여자라서 햄볶아요~ 룰루루~~ 내가 미국에서 아니 북미에서 지금까지 본 야경 중 가장 아름다웠다. 높지만 나보다는 낮게 서 있는 빌딩들을 내려다 보고, 왼쪽에는 미시간 호수가 보이고, 저 멀리는 시어스타워와 다른 높은 빌딩들이 보이고.. 정말 감동적이었다.
$.$ 아~~~~~ 역시 건축의 도시 시카고 답구나~~
<존 행콕 타워>
<존행콕 타워 Bar층 여자 화장실에는 밖을 볼 수 있는 통유리로 되어 있답니다 >
어느덧 시계를 보니 집에야 가야 할 시간이다. 늦어도 9시40분 기차를 타야, 글렌엘렌에는 10시 25분에 도착을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보통 11시쯤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그 전에는 무조건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전력질주를 한 끝에 기차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몇 초 차이로 기차를 놓칠 뻔 했다 아~ 아슬아슬해~~ 기차에서 숨을 좀 고른 뒤, 할머니에게 전화로 도착 시간을 알려주고, 기차 안에서 또 다시 '내조의 여왕' 시청을 할 수 있었다. ㅎㅎㅎ
기차에서 내리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마중 나오셨다~ 유후~ 우리는 다같이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시카고 여행기를 한 보따리 풀어놓았다. 즐거워하면서 우리 얘기를 듣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우리와 같이 먹기 위해 먼저 먹지 않고 기다렸다던 아이스크림 후식시간. 우리는 정말 가족처럼.. 집에 도착 해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서로서로 나누고는.. 웃고.. 껴 안고 그렇게 잠이 들었다. 이렇게 좋으신 분들을 만나게 되다니.. 정말 우리에게 축복이고 행운이다.
시간이 갈수록.. 여행에 대한 매너리즘을 느끼는 순간들을 직면하게 된다. 언제가 봤던 박물관, 비슷비슷한 볼거리들, 지루한 일정들.. 그럴 때 마다 우리의 여행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힘을 주고, 매너리즘을 깨주는 것은 다름아닌 사람이다. 잊을 수 없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순간, 서로를 나누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그 순간.
우리는 어쩌면 인간을 여행하는 중일지도 모른다.